▲ 서울 관악구 한 빌라에 걸린 '유치권 행사중' 현수막. 출처=이코노믹리뷰 김서온 기자

소규모 개발현장을 지나다 보면, ‘유치권 행사중’이라는 현수막을 걸고 있는 모습을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다. 경매시장을 보더라도 유치권 문제로 인한 갈등이 자주 일어난다. 이런 유치권이 있는 경매물건은 어떻게 낙찰을 받을 수 있는 걸까?

올해 하반기 서울을 제외한 수도권에서 1만5000여가구의 정비사업 분양 물량이 나올 예정이다. 인천과 경기 등 수도권 정비사업지에서 분양 예정인 아파트는 25개 단지 총 1만5372가구로 재개발은 15곳 1만917가구, 재건축은 10곳 4455가구다.

하반기 분양 물량이 대거 풀릴 예정인 가운데 재건축과 재개발의 경우 ‘조합과 입주민 사이’ 또는 ‘시행사와 시공사 사이’에 흔히 발생하는 문제가 바로 ‘유치권’에 관련된 것이다.대체로 유치권이 행사되는 부동산은 경매절차와 얽히고 설켜 있다. 경매시장에서 말하는 특수 물건이다.

유치권이 뭐지?

건물을 짓다가 공사대금을 받지 못하거나, 집주인이 있는 집에 인테리어공사를 해주고 그 공사비용을 받지 못하면, 공사업자나 인테리어업자는 그 건물을 담보삼아 돈을 받아야 한다. 전별 동일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가 설명하는 유치권의 설명이다. 전 변호사는 유치권 행사는 건물 공사와 관련해 비용을 못받을 때 주로 발생한다고 소개한다.

유치권 행사는 주로 해당 건물에 눌러 앉아 사용을 못하게 하는 것이다. 돈을 받을 때까지 사용하거나 처분하는 것을 방해한다. 매일 눌러 앉을 수 없으니 이 곳에 못 받은 돈 때문에 다른 사람이 점유하고 있다고 현수막을 내다붙인다.

유치권은 건물이나 주택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점유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매우 강력한 효력을 발휘한다. 건물주나 집주인이 대부분 돈이 없어서 공사업자나 인테리어업자의 공사대금을 연체한 것이기 때문에 대체로 경매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경매에 넘어가면 유치권자가 우선적으로 부동산을 점령하고 있어서 함부로 낙찰을 받아 물권을 확보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

이와 같은 상황에 대해 전 변호사는 “실질적으로 유치권자에게 변제하지 않으면 그가 계속 점유할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우선적으로 돈을 받을 수 있는 강력한 법적효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이유로 유치권이 있는 경매 물건은 함부로 손대기가 어렵다는 것이 부동산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일단 유치권이 있는 물건에 대해서는 아무도 낙찰을 받을 사람이 없지만 경매 투자의 기회가 완전히 없는 것은 아니다.

꼼꼼히 준비하면 싸게 살 수 있다

유치권 행사중인 물건은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싸다. 어떻게 하면 이를 물건을 싸게 살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유치권 물건을 낙찰 받는다는 것은 공사업자가 부동산 주인으로부터 못 받은 돈을 다 갚아야 된다는 의미다. 하지만 공사업자가 받을 돈, 즉 공사대금 채권이 존재하는지 유심히 봐야 한다는 것이 법률전문가의 설명이다.

안창현 변호사(법무법인 대율 대표변호사)는 “일부 부동산 소유자들은 자신의 부동산이 경매로 넘어가는 것을 방어하기 위해 일부러 공사업자와 짜고 마치 미지급의 공사대금이 있는 것처럼 서류를 꾸미는 일이 많다”며 “때문에 유치권자가 경매법원에 유치권신고를 하면 그 신고 내역에 첨부된 서류를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경매절차에서 유치권을 행사하려면, 유치권자(공사업자 또는 인테리어업자 등)는 법원에 왜 자신이 유치권자가 되는지 근거를 제시하며 신고해야 한다. 주로 공사내역과 지출내역이 근거가 된다.

부동산 소유자와 짜고 공사를 한 것처럼 서류를 꾸미는 경우에, 공사에 필요한 설계도가 조잡하고 공사에 지출된 비용 등이 비상식적으로 부풀려 있다는 것이 안 변호사의 설명이다.

일단 유치권신고가 미심쩍다 싶으면 부동산 낙찰자는 아주 적은 금액으로 낙찰을 받고 이 유치권자를 상대로 명도소송을 진행한다. 명도소송이 제기되면, 유치권자는 보다 자세히 자신이 못 받은 돈에 대해 증명해야 한다.

안 변호사는 “때론 명도소송에서 증인으로 부르기도 하고, 유치권자를 다그치기도 하는데, 허위로 유치권을 행사하는 경우 유치권자가 법정에서 제대로 설명을 못하는 상황이 태반”라고 설명했다.

일부 부동산 투자자는 이런 유치권 물건만으로 골라 낙찰을 받기도 한다. 이런 부동산의 낙찰가는 법정감정가의 50%를 넘지 않는다.

이들은 법률전문가의 자문을 받거나, 건설전문가와 팀을 꾸려 유치권신고서를 분석, 허점이 보이면 명도소송과 함께 입찰방해죄와 같은 형사고발을 병행하는 전략을 구사하기도 한다. 여기에는 수차례 현장을 몰래 가보는 치밀함이 필요하기도 하다. 분석과 번거로운 송사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투자이익은 크다. 하지만 이같은 준비작업과, 그에 수반한 기간을 생각하면 쉬운 투자는 아닌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