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웰빙빵 열풍을 타고 불티나듯 팔리고 있는 갈색의 천연효모발효빵은 흰색빵보다 몸에 더 좋을까? 해외 연구팀이 두 가지 빵을 섭취했을 때의 혈당 등 인체 반응을 비교 분석했다.사진=이미지투데이

#30대 주부 A씨는 매일 아침 집에서 1km 가량 떨어진 빵집에서 천연효모발효빵을 구입한다. 오전 7시 이른 시간, 더 자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고 집을 나서는 게 쉽지 않지만 인기 많은 효모빵이 다 떨어지기 전에 구입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A씨가 흰색빵보다 더 비싼 가격을 지불하고도 갈색 효모빵을 구입하는 이유는 특유의 고소한 맛도 맛이지만 ‘건강’ 때문.

몇 년 전부터 각종 매체는 빵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꿔 놨다. 그 결과 흰색을 띄는 빵은 건강에 좋지 않고 갈색을 띄는 천연효모발효빵, 일명 `사워도우(sourdough)`빵은 건강에 좋다는 인식이 널리 퍼졌다.

관련 업계는 웰빙 열풍에 힘입어 천연효모발효빵 개발에 가세했다. 개인 빵집뿐 아니라 SPC와 같은 거대 기업도 천연효모발효빵을 출시했다. SPC 그룹에 따르면 SPC가 출시한 천연효모 제품은 총 166종에 달하며 지난 4월 기준으로 출시 1년만에 누적판매량 1억2천만개, 누적매출 2700억원에 달한다.

담백하고 고소하며 쫄깃한 맛 “인정합니다”…건강은?

확실히 사워도우의 이점은 있다. 상업용 이스트가 아닌 막걸리 등에서 발견되는 누룩 등 젖산균을 이용해 발효하기 때문에 발효 시간은 길지만 특유의 고소한 맛과 쫄깃한 식감이 배가 되며 빵의 노화도 억제돼 저장 기간도 길어진다.

그렇다면 널리 퍼진 인식처럼 천연효모발효빵은 흰색빵보다 더 건강에 좋을까? 그 어느 곳도 갈색의 천연효모발효빵이 흰색빵보다 건강적인 측면에서 더 우월하다는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못한 채, 소비자는 ‘천연 효모’, ‘친환경’, ‘웰빙’, ‘다이어트에 좋은 통곡물’이라는 단어에 현혹돼 흰색빵은 나쁘고 갈색빵은 착하다고 믿게 됐다.

해외 유수 연구소, “사워도우빵, 특별한 건강적 이점 없어”

이스라엘에 위치한 와이즈만 연구소(Weizmann Institute of Science)의 연구팀이 세포대사(Cell Metabolism)지에 지난 6일 게재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흰색빵이 아닌 갈색의 사워도우빵을 섭취하는 것이 건강적으로 큰 이득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참고로 와이즈만 연구소는 1934년 이스라엘의 초대 대통령인 하임 와이즈가 설립한, 세계 5대 기초과학 연구소로 꼽히는 기관이다.

와이즈만 연구소의 연구팀은 20명의 건강한 성인을 각각 흰빵을 더 길게 섭취한 SW그룹과 사워도우를 더 길게 섭취한 WS그룹으로 나눠 교차 실험을 진행했다.

SW그룹에는 1주간 사워도우빵을 주고 2주간 휴식 기간을 준 뒤 다시 2주간 흰빵을 섭취하게 했다. WS그룹에는 이와 반대로 1주간 흰빵을 주고 2주간 휴식 기간을 준 뒤 이후 2주간 사워도우빵을 제공했다.

흰빵은 정제된 밀가루로 만들어 산업용 이스트를 사용해 발효한 빵을, 사워도우빵은 통곡물을 사용해 전통적인 효모로 발효해 장인이 돌 오븐에 구운 빵을 사용했다.

▲ 와이즈만 연구소 연구팀이 진행한 연구결과의 주요 임상 변수 수치.자료=와이즈만 연구소

그 결과 두 가지 빵 모두 혈중 당 농도, 미네랄 및 간 효소 수치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건강적인 측면에서는 크게 다를 바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예를 들어 참가자의 약 절반은 흰빵을 먹은 후 혈당 수치가 더 올라간 반면 나머지 반은 오히려 효모빵을 먹은 뒤 혈당이 더 높아졌다.

이밖에 총 콜레스테롤 수치, 허리 둘레 수치에서도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는 발견되지 않았다.

빵의 종류보다는 개인별 신체적인 소화 능력이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추정해볼 수 있는 부분이다.

장내미생물 구성에 따라 혈당 반응 달랐다

연구팀은 이러한 결과가 개인의 장내미생물의 차이에 기인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흰빵을 섭취했을 때 높은 혈당 수치를 보인 사람들과 사워도우를 먹었을 때 혈당이 더 올라간 사람들의 장내미생물 구성이 달랐기 때문이다.

연구에 참여한 컴퓨터과학부의 애런 시걸 교수는 “우리는 효모빵이 건강에 좋은 선택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지만, 놀랍게도 두 종류의 빵은 건강적인 측면에서 큰 차이가 없었다”며 “그 이유는 빵에 대한 신체의 반응이 개인에 따라 매우 달랐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색’은 잘못이 없다…첨가물이 더 문제일 수도

건강에는 빵의 색이 아닌 첨가물이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조지아주립대학 연구팀이 2015년 네이처지에 게재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일부 유화제는 쥐의 장내미생물을 염증과 비만을 유발하도록 변형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빵에 들어가는 설탕의 양과 종류, 버터를 쓰는지 마가린을 쓰는지 여부도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변수다.

소비자가 직접 자신이 먹는 빵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일일이 보지 않는 한 섭취한 빵이 건강에 좋은지 아닌지 알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오지만, 적어도 흰색빵의 입장에선 단순히 흰색이기 때문에 건강에 나쁜 빵이라는 오명은 벗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워도우(sourdough): 밀가루에 물을 첨가하고 여기에 밀에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천연미생물이나 종균(starter)을 사용해 만든 발효 배양물. 빵을 부풀릴 때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