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아동의류업체 짐보리(Gymboree)가 짊어진 빚 14억달러 중 10억달러(약 1조1280억원)의 빚을 탕감하고 최소 375개 이상의 매장을 폐쇄하는 회생신청서와 회생계획안(챕터 11, 법정관리)을 법원에 제출했다고 로이터통신이 12일 밝혔다.

짐보리는 회생신청 이후에도 사업을 지속할 계획이다. 이에 짐보리는 회사가 보유한 1281개 점포 중 375~450점을 폐쇄하여 조기에 회생절차를 끝내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짐보리는 현재 1만500명의 시간제 근로자를 포함하여, 1만1000명 이상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 짐보리가 회생절차에 돌입하여 매장을 정리하게 되면 짐보리 직원 3분의 1은 직장을 잃게 된다.

사실 짐보리의 도산은 이미 예견됐다. 짐보리는 소매업체를 추가로 배치하겠다는 채권단과의 충돌 과정에서 이를 강행하며, 지난 1일 이자 지급에 실패했다. 바로 다음 날 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졌다.

무디스(Moody's Investors Service)도 채무 불이행 가능성을 지적했다. 지난 3월에 발표한 보고서에서 짐보리가 베인 캐피털 인수로 인해 높은 부채 부담과 낮은 신용도를 나타내고 있다고 발표했다. 무디스는 짐보리가 2017년 12월 납부 만기인 자산 기반 대출과 2018년 2월 장기 대출 원금 납부 만기가 동시에 가까워짐에 따라 부채 차환용 회사채 발행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 미국 쇼핑몰 전경. 사진=픽사베이

미국 소매업계 도산 속 짐보리

글로벌 신용평가기관인 크레디스위스(Credit Suisse)는 미국 의류업체 오프라인 매장의 전망이 밝지 않다고 평가했다. 크레디 스위스는 지난주에 미국 의류 쇼핑몰 25%가 2022년까지 폐쇄될 것이라며 미국 오프라인 쇼핑몰 몰락을 점쳤다.

코스타그룹(CoStar Group)도 미국 소매 매장 10% 이상이 폐쇄되거나 다른 용도로 전환될 것으로 보았다.

현재 미국의 많은 의류 쇼핑몰은 도산 위기에 놓여있고, 이미 도산한 경우도 많다. 최근 경영 악화에 굴복한 다른 의류업체에는 페이레스슈소스(Payless ShoeSource), 뤼21(Rue21) 및 더리미티드(The Limited) 등이 있다. 이들은 오프라인 의류 매장 포화, 고정 임대료와 임대료 상승, 온라인 경쟁 악화로 인해 도산위기에 처했다.

짐보리도 이들과 같은 전철을 밟았다. 오프라인 매장을 찾던 쇼핑객들이 아마존과 다른 전자 상거래 옵션이 더욱 부각되면서 매장 폐쇄를 이끈 점도 존재한다. 짐보리를 이용하는 쇼핑객들이 온라인 시장에 몰리면서 매장 매출이 급감했다.

짐보리의 도산은 무분별한 기술도입도 문제였다. 2013년에 짐보리는 직원의 업무개선 및 매장 관리를 위해 전체 매장 매출분석 및 이메일 회신 전용 태블릿 PC를 도입했으나 매장 매출은 나아지지 않았다. 오히려 짐보리의 매장 매출은 온라인 시장에 밀려 꾸준히 감소했다.

이러한 혼란 속에 회사 리더십도 바뀌었다. 2013년 당시 최고경영자(CEO)인 마크브레이바드(Mark Breitbard)는 4월 3일 사임했다. 이후 다니엘 그리즈머(Daniel Griesemer)가 한 달 뒤 새로운 경영자로 임명되었다. 짐보리에서 사임한 마크브레이바드는 지난달 갭(GAP)의 자매 브랜드인 바나나리퍼블릭(Banana Republic) 최고경영자(CEO)로 선임됐다.

짐보리가 회생신청한 이후엔 앤디노스(Andy North) 최고재무책임자(CFO)가 퇴사하고, 임시 CFO 자리에 뤼엔우(Liyuan Woo)가 임명됐다. 새로운 재무책임자 뤼엔우는 구조조정 전문 컨설팅기업 알릭스파트너스(Alix Partners)에서 컨설턴트 담당자로 근무했다.

 

▲ 사진=플리커스

 

짐보리, 회생 가능할까

짐보리의 회생절차를 맡은 제임스메스테르머(James Mesterharm) 수석 구조조정책임자에 따르면 “짐보리는 라이벌 회사인 칠드런스 플레이스(Children’s Place)와 갭키즈(The Gap : Kids)의 저가 경쟁에서 회사가 막대한 손해를 입었다”라고 법원에 진술했다고 전했다.

짐보리는 2010년에 베인캐피털에 인수됐다. 베인캐피털은 18억달러(약 2조310억원)에 짐보리를 인수했다. 이후 베인은 짐보리를 칠드런플레이스와 갭 키즈 같은 경쟁자를 제치기 위해 세계적인 매장 확장을 시작했다. 하지만 경쟁사화 저가 경쟁에서 밀려 예상했던 수준의 성장을 달성하지 못하고 법정관리 신청에 이르렀다. 

하지만 제임스는 “회생절차를 통해 기업의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면, 앞으로도 지속 가능한 경로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현재 짐보리의 회생담보채권자는 개시결정 이후 회생절차 운영자금(DIP Financing)을 지원할 것으로 동의했으며, 회생계획에 따른 상환절차를 밟는 동안 회사에 8000만달러(약 900억원) 이상이 투자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짐보리가 보유한 10억달러의 부채 중 8억7200만달러(약 9840억원)는 1년 내 만기를 맞는다.

회생절차 운영자금(Debtor In Possesstion Financing)은 법정관리 기업에 자금을 융통해 주는 금융을 말한다. 부채가 동결된 상태에서 운영자금을 지원하여 회사가 회생할 수 있도록 하는 자금이다. 빚이 많은 기업에 자금을 융통하기 때문에 리스크가 있는 반면, 회사가 정상화되면 투자자가 우선적으로 높은 이율로 상환 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대니얼 그리즈머(Daniel Griesemer) 짐보리 최고경영자(CEO)는 성명을 통해 “우리는 이 회생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할 계획이다”라며 “짐보리는 장기적인 성장에 투자할 수 있는 적당한 크기의 매장과 재정적 유연성을 갖춰 오늘날 오프라인 소매 환경에서 강력한 조직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최근 의류업계 산업 트렌드에 맞춰 조직을 재편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짐보리 경영진은 도산관련 코멘트를 거부하고, 매장 폐쇄 목록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다만 짐보리는 오는 9월 24일까지 회생계획 인가를 얻길 희망하고 있다.

짐보리의 회생절차는 미국 커클랜드앤드엘리스(Kirkland & Ellis) 법률사무소가 관리인 보조업무를 맡았으며, 회사는 버지니아 주 리치먼드법원에 회생을 신청했다. 관리인 보조업무는 관리인이 해야 할 채권자리스트 등 회생절차에 필요한 서류작성과 회생절차의 경영업무를 보조하는 일을 말한다. 회생절차 경영은 회사의 자금지출, 고용, 계약 등 중요 결정에 대해 법원에 허가를 받는 일련의 절차를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