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일임에도 시장을 찾아온 손님들로 인산인해를 이루는 남대문시장.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시장(市場)’은 지역주민의 소통공간입니다. 전통시장에는 그 지역의 사연이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서민들의 애환과 함께 희망이 묻어나는 곳입니다. 시장에 가면 그래서 살만하다고 합니다. 실의에 찬 분들도 시장에서 원기를 충전합니다. 생생한 서민들의 삶속에서 용기라는 힘을 얻습니다. 젊은이들이 보는 전통시장은 또 다른 의미입니다. 젊은 기자들이 직접 전통시장 순례를 시작합니다. 맛과 멋을 찾아가는 젊은 기자들의 시선을 멈추게 한 핫 플레이스를 담아보겠습니다.

서대문 영천시장에 이어 여덟번째로 찾아간 곳은 서울 중구 남창동에 위치한 남대문시장이다.

‘600년’ 역사가 있는 시장 

서울 남대문시장은 서울시 중구 남대문시장 4길 21(서울특별시 중구 남창동 49)에 위치한 전통시장이다. 남대문시장은 서울지하철 1호선 서울역(7번출구), 2호선 시청역(8번출구), 4호선 회현역(5번출구)와 더불어 24개 시내 간선버스, 7개 지선버스. 그리고 공항버스 노선을 인접하고 있는 서울시내 최고의 교통 요지에 자리해있다. 여기에 우리나라 필수 관광지들 중 하나인 명동·을지로 지역을 아우르는 큰 상권을 보유하고 있는 ‘거대한 시장’이다.

▲ 남대문시장 안내도. 출처= 남대문시장 관광안내센터

놀라운 것은 남대문 지역이 시장으로 활용된 역사다. 기록에 따르면 남대문에 처음으로 시장이 열린 것은 1414년(태동 14년)으로 당시에는 조선정부가 인근의 상인들에게 점포를 운영할 수 있는 부지를 빌려주는 ‘임대시전’으로 운영됐다. 1608년 광해군 즉위 후에는 국가의 재정기관인 선혜청(宣惠廳)이 숭례문 안쪽에 설치되면서 인근에는 객사·객주가 생겼고, 지금의 남대문 시장 지역에는 저자거리가 형성됐다. 지금의 형태로 시장이 열린 것은 1964년 10월 서울남대문시장주식회사가 설립되면서부터다.

현재 남대문시장에는 총 7개동의 건물형 실내상가와 실외 점포들을 합쳐 총 1만172개 점포가 운영되고 있으며 관련 종사자는 5만여명에 이른다.         

글로벌 명품시장을 지향한다 

우리나라의 전통시장과 ‘글로벌’이라는 키워드는 사실 연결하기 쉬운 개념은 아니다. ‘전통(傳統)’이라는 단어 속에 있는 한정적인 느낌은 세계인들에게 열린 공간을 지향하는 글로벌과는 맥락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남대문시장은 글로벌과 전통시장의 개념을 가장 잘 융합시킨 사례로 볼 수 있다. (물론 여기에는 관광특구인 명동이 인접한 것도 영향이 있을 테지만) 우리나라를 찾아오는 외국인관광객들에게는 한국인들의 가장 서민적인 삶을 직접 체험하면서 관광, 쇼핑도 즐길 수 있는 곳이 남대문시장이다.

▲ 한국을 상징하는 무늬가 새겨진 관광상품을 고르고 있는 외국인 관광객들.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그렇기 때문에 남대문시장은 다른 전통시장들보다 다양한 ‘테마’를 내세우는 특화 거리들이 잘 조성돼있다. 카메라, 먹거리, 안경, 문구, 관광기념품 등 총12개 테마로 조성된 각 거리에서는 관련된 상품들을 시중에 판매되는 가격보다 훨씬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 여기에 총 7개동으로 이뤄진 실내 점포, 지하상가에서는 ‘못 구하는 물건이 거의 없을’ 정도로 수많은 상품들을 판매하고 있다. 

또한 남대문시장에는 ‘도깨비 시장’이라는 이름의 상가가 있다. 상가의 이름이 도깨비 시장인 이유는 마치 도깨비가 방망이를 두들기면 원하는 모든 물건이 나타나는 것처럼 원하는 모든 물건을 구할 수 있다는 의미가 담겨있다고 한다. 특히, 우리나라의 일반 유통채널에서는 구하기 힘든 수입 상품 혹은 비싼 값에 구매해야하는 물건들이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어, 이곳은 언제나 인산인해를 이룬다. 

도깨비 시장의 어느 점포에서 물건을 찾을 때 그 물건이 그 점포에 없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걱정할 필요는 없다. 점포 주인은 그 물건을 구할 수 있는 인근의 가까운 매장을 친절하게 알려준다. 신기하게도 그 곳에는 찾던 물건이 있다. 

▲ 출처=남대문시장 홈페이지
▲ 남대문시장 관광코스. 출처= 남대문시장 홈페이지

남대문시장 상인회 관계자는 "시장의 입지가 관광 특구에 인접해있어 외국인 관광객들의 왕래가 잦은 곳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다양한 상품들의 구비와 판매가 이뤄지는 시장으로 성장했다"며 "시장을 방문하는 수많은 외국인 관광객들과 국내 소비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양질의 상품을 갖춘 '글로벌 명품 시장'이 될 수 있도록 많은 부분에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남대문시장에서는 지난 5월 20일에서 26일까지  <2017 남대문 글로벌 페스티벌>을 진행해 많은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제공했다. 페스티벌에서는 세계 전통의상 퍼레이드, 캘리그래피 부채 만들기, 소원등만들기, 마임퍼포먼스, 음악 공연 등을 통해 글로벌을 지향하는 시장의 역동적인 모습을 자랑했다.        

또한 남대문시장은 시장과 인근 지역을 연결하는 총 4가지 테마의 관광코스를 마련해두고 있어 서울을 찾는 수많은 관광객들에게 새롭고 신선한 체험활동을 제안하고 있다.    

 

남대문시장 맛집: 갈치구이 골목, 남대문 야채호떡 

남대문시장에는 먹거리 거리가 따로 있어서 그 곳을 한 바퀴만 돌아도 온갖 맛있는 음식들을 맛볼 수 있지만, 시장을 잘 아는 사람들에게 알려진 명소로는 ‘갈치골목’과 ‘남대문 야채호떡’이 있다.   

▲ 갈치조림. =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갈치골목은 이름 그대로 갈치구이, 갈치찜 메뉴를 파는 점포들이 모여 있는 골목이다. 골목에는 이제 막 구워낸 갈치를 건져 올리는 바쁜 손길들이 있으며 골목 안에는 고소한 냄새가 진동한다.  갈치나 고등어구이를 메인 메뉴로 한 백반집들이라고 보면 되는데, 만약 갈치조림과 튀김이 둘 다 맛보고 싶다면, 갈치조림 2인분 세트를 주문하는 것이 좋다. 반찬으로 갈치구이가 같이 나온다. 

찌개백반이나 오징어덮밥의 식사류도 있지만, 이곳을 처음 방문하는 이들에게는 갈치 메뉴부터 먹어볼 것을 추천한다. 고소하고 담백한 갈치구이나 얼큰한 양념이 매력적인 조림은 그야말로 ‘밥도둑’이 따로 없다.

 ▲ 남대문시장 갈치골목 한 식당의 갈치조림(2인분) 백반.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찌개백반류 6000원, 갈치/고등어 구이 8000원, 갈치/고등어 조림(2인분) 1만6000원 

 

▲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남대문시장에는 유독 많은 이들이 줄을 서서 순서를 기다리는 노점 점포가 있다. 바로 ‘남대문 야채호떡’이다. 이곳은 특히 일본이나 중국인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많은 곳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메뉴는 꿀호떡과 야채호떡 딱 2가지다. 만들어 놓은 것을 주는 것이 아니라, 주문 즉시 호떡을 튀겨주기 때문에 식감이 매우 바삭하다. 그리고 간단한 한 끼 식사가 될 정도로   크기도 매우 크다. 이곳을 처음 방문하는 사람이라면 우선 꿀호떡보다는 야채호떡을 먼저 먹어볼 것을 추천한다. 이 곳의 간판 메뉴가 야채호떡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야채호떡이 꿀호떡보다 훨씬 더 빨리 나오기 때문이다. 

물론 둘 다 맛이 훌륭하지만, 이 곳의 명물은 야채호떡이다. 바삭한 호떡 안에 가득 찬 당면사리와 야채가 조화된 맛은 그야말로 예술이다. 호떡을 사면 발라주는 짭쪼름한 간장소스가 있는데, 가능하면 듬뿍 발라달라고 하자.   

▲남대문시장 명물 야채호떡.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야채호떡/꿀호떡 개당 1000원   

한 마디로 정리하면

남대문시장은 글로벌 명품시장을 지향하는 역동성이 살아숨쉬는 장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