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마찬가지로 가젯(Gadget)의 미래는 불확실하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새로운 제품이 나오면 언제 시장에서 퇴출당할지 모를 일이니. MP3 플레이어, 카세트 테이프, 필름카메라 등이 그런 운명을 피하지 못했다.

어느 날 그들이 모였다. 회동이라 하기엔 거창하고, 잡담을 나눴다. 모인 이유? 제법 무게감 있다. 미래 걱정 때문이다. 생존 문제인 셈이다. 카메라, 음향기기, 스마트폰 등 이미 사람들 일상에 파고든 가젯은 물론 가상현실(VR) 헤드셋이나 드론 같은 새로운 물건들도 모여 고민을 나눴다.

‘우리 미래는?’ 익명의 가젯들이 한마디씩 했다. 같은 제품군이라고 해도 고민의 결이 달랐다. 각기 다른 현실인식으로 다른 미래를 꿈꿨다. 아, 물론 이 기획은 현실에 기반해 가상으로 지어낸 얘기다. 인공지능(AI) 기술이 발전하고 있지만 아직 충분히 똑똑한 기계들은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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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60도 카메라 삼성 기어360. 출처=삼성전자

Camera: 기나긴 위기론에 시달리고 있다. 스마트폰이 원흉일까

#익명의 호화 플래그십 DSLR 카메라 스마트폰 때문에 우리가 멸종될 거라고요? 섣부른 생각입니다. 그들이 우릴 쉽게 따라오기 어려울 테니까. 카메라 회사들은 대개 업력이 길어요. 독일 라이카 카메라 같은 회사를 보세요. 1849년에 문을 열었죠. 캐논, 니콘, 후지필름 등 일본 회사도 기본이 50년 이상입니다. 긴 세월 독보적인 광학 기술력과 노하우를 축적했단 얘기죠. 그러니 바디와 렌즈 모두 제품군이 깊고 넓어요. 엔트리급부터 플래그십까지 다양합니다. 스마트폰과 비교하면 이미지센서도 훨씬 크고요. 결과물 퀄리티 차이가 아직은 어마어마합니다. 스마트폰 진영이 카메라 회사를 따라잡긴 불가능에 가까울 거예요. 근본적인 클래스가 다릅니다. 안심하세요. 우리가 나아갈 길은 이 격차를 지속적으로 넓히는 쪽이 아닐까 합니다.

#익명의 신상 360도 카메라 스마트폰과 전통 카메라 진영이 기술 격차가 있다는 점은 인정합니다. 다만 카메라 회사들이 자존심만 부리다간 영영 도태되고 말 거예요. 기술이 발전할수록 격차는 줄어드는 법이니까. 격차가 줄어들면서 특별한 무기랄 게 사라지고 말겠죠. 현실을 직시합시다. 위기와 기회는 언제나 동전의 양면입니다. 광학 기술력을 응용해 새로운 제품군을 개발하는 것이 돌파구가 될 수 있겠죠. 신시장 개척 말입니다. 저 같은 360도 카메라의 경우가 그렇습니다. 사각 프레임을 벗어나 360도 사방을 모두 담아낼 수 있는 카메라죠. 제가 찍은 360도 영상은 가상현실(VR) 킬러 콘텐츠로 인정받기도 합니다. VR과 같은 신산업 분야와 새로운 미래를 꿈꿀 수 있겠죠.

▲ 중형 미러리스 카메라 GFX 50S. 출처=후지필름

#익명의 프리미엄 스마트폰 카메라 스마트폰 카메라는 해를 거듭할수록 발전되고 있어요. ‘똑딱이’라고 불리는 컴팩트 디지털 카메라 일부는 따라잡았다고 생각합니다. 핵심인 이미지센서 크기도 비슷해졌고요. 전문가 영역에선 아직 우리가 역부족이라고 하지만 그게 대수일까요? 대부분 사람들은 고퀄리티 사진보다는 소셜 미디어에 쉽게 찍고 공유할 수 있는 느낌 있는 이미지를 원하는 시대입니다. 이 부분에선 앱마켓에 있는 여러 카메라·보정 애플리케이션(앱)을 활용 가능한 저희가 고급 카메라보다는 더 유리하지 않을까 싶네요. 카메라 회사들이 고립되는 길보단 라이카나 핫셀블라드처럼 스마트폰 회사와 협업해보는 건 어떨까 생각이 드네요. 코닥이나 폴라로이드처럼 직접 폰을 만들거나.

#익명의 드론에 달린 카메라 DSLR이나 미러리스 카메라들한테는 미안한 얘기지만 기업들이 굳어진 카메라란 분야에 집착할 건 없지 않을까요? 저는 드론인데 카메라 모듈을 장착하고 있죠. 그것도 4K 영상 촬영은 물론 1000만화소대 고퀄리티 스틸 이미지를 찍을 수 있는. 헬리콥터보다 낮은 고도에서 항공촬영을 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저를 새로운 시점을 담아내는 날아다니는 카메라로 생각하죠. 아직 1인 1드론 시대가 오려면 시간이 걸릴 겁니다. 그래도 그런 시대가 올 가능성은 다분해요. DJI 스파크 같은 날리기 쉬운 드론이 하나둘씩 나오고 있으니까. 카메라 역시 예전엔 대중의 물건이 아니었잖아요. 카메라에 집착하지 않고 아직은 대중화의 물결이 미치지 않은, 전혀 다른 방향을 모색해보면 어떨지.

▲ 하이드리드 즉석 카메라 인스탁스 스퀘어 SQ10. 출처=후지필름

#익명의 아날로그 즉석 카메라 역사는 결국 반복됩니다. 카메라 쪽에서도 그럴 조짐이 다분하죠. 많은 사람들이 디지털 사진에 회의감을 느끼는 시점입니다. 쉽게 찍고, 쉽게 삭제할 수 있으니 기억을 오롯이 보존하지 못해 그렇지 않나 싶네요. 저와 같은 즉석카메라가 아직도 인기를 얻는 비결이죠. 우린 아날로그 감성을 살리면서도 디지털 기능을 추가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잠깐 지나가는 복고 트렌드 아니냐고요? 그럴 수도 있습니다만 사람들은 우리가 주는 고유한 감성을 언제든 다시 찾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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