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그러나 3층각선이 화전에 맞아 불이 붙고, 2층각선도 불이 붙었습니다. 대포의 탄환에 벌집모양으로 수없이 구멍이 뚫어지고 싸움이 결렬한데 군사는 점점 부족하여 미처 바닷물로 배를 적시지 못하여서 마침내 마른 장작더미 모양으로 불에 타올랐습니다. 큰 배 세 척이 타는 불빛은 석양의 하늘을 더욱 붉게 하였고, 이 모양을 당한 적군은 울며 소리 지르고, 갈팡질팡 급하게 남은 소선을 타고 불을 피하여 육지로 오르려 하였으나 마침 썰물이 되어 물살은 빠르고 또 개펄이 드러나 배질을 마음대로 하지 못하여 아군이 쏘는 탄환과 화살에 맞아 죽고, 혹은 쑥쑥 들어가 빠지는 개펄 판에 허리까지 빠져서 허우적대는 적이 많았습니다.”

“음! 싸움이란 進과 退의 시기를 모르면 장수라고 할 수 없는데, 장군께서는 물러남의 시기도 神技에 가깝게 잘하셨던 분이어서 쇠를 울려 싸움을 거두고 조수가 빠지기 전에 함대를 물 깊은 곳으로 옮기기를 명하였다. 썰물을 따라 피와 기름과 적병의 시체와 깨어진 배 조각이 수없이 떠내려 오는 와중에 원균은 처음부터 끝까지 뒤를 막는다 칭하고 배도 적다는 관계로 싸움하는 제1선에는 참가하지 않고, 탄환이 도달하지 않는 거리 밖에 뒤 떨어져 바라보고 있다가 썰물에 떠내려 오는 적의 시체를 건져 머리 베기를 일삼았다. 싸움이 끝나고야 장군과 억기의 군산들이 원균의 군사가 하는 모양을 보고 하는 말이

‘저 놈들은 가만히 굿만 보고 있다가 떡만 먹으려 들어!’

하고 분개하였다.”

“네, 그 장수에 그 부하들입니다. 장군은 이 광경을 보고,

‘싸우는 것이 우리의 일이 아니냐? 싸워서 적병을 죽이고 싸움에 이기는 것이 우리의 일이 아니냐? 적의 수급을 의롭지 못한 행동으로 얻어서 공을 자랑하는 것이 우리 군인들의 일이 아니다. 우리 군인은 신성한 마음 쓰는 법을 가져야 한다. 너희들의 공은 내가 다 봐서 아뢰었으니 수급을 자랑할 것이 없다.’

하여 일부의 군인들이 분개하는 마음을 위로하였습니다.”

“음! 당시의 역사에 만약이 있다면 원균 같은 장수는 군법으로 크게 다스려 앞에 오는 흉운을 없앴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이 한이로다. 장군이 함대를 이끌고 포구 밖으로 나오는 것을 보고 원균이 하는 말이

‘왜 적병을 마저 없애지 아니하고 퇴각하시오?’

하고 항의하였다. 장군이 대답하기를

‘적병이 육지에 올랐으니 수로로 나갈 길을 끊으면 육지에 있는 우리 백성들이 어육이 되는 해를 당할 것이니 일부러 길을 열어 주어 피할 곳이 없는 적을 쫓지 말라는 것이오.’

라고 하였다. 원균이 말하기를

‘소인은 이 포구를 지키겠소.’

라고 말하며 자기에게 달린 배를 거느리고 포구에 떨어져 있으려 하였다. 원균은 시체의 목을 더 베고, 또 패잔한 적군이 나오는 것을 지켜서 최후의 승리를 독점하려 함이었으나 장군은 전군일치의 자의로 깨는 자는 군율이 있기에 결코 허락하지 아니하였다. 원균은 부득이 그 아까운 적의 시체를 돌아보면서 장군의 절제에 복종하였으나 마음속에는 불만의 싹이 트기 시작하였다.”

“네, 원래 비겁한 자들의 행동 속에 엄청난 시기, 질투가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하는데, 장군께서는 나중에 원균이 천적으로서 행동한다는 것을 모르신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장군은 전 함대를 몰고 포구 밖 십리쯤에 진을 치고 밤을 지냈습니다. 丁卯일의 전투가 일진의 흉운에 따라 장군의 뜻대로 이뤄지지 않았으나 물러나는 지혜로 말미암아 아군의 손실이 없었던 것입니다. 이튿날, 戊辰일은 偏印이 偏印을 대동한 날에 포구를 향하여 적의 종적을 찾으니, 아니나 다를까 남겨둔 적선 4, 5척은 밤 동안에 닻줄을 끊고 장군의 예상대로 부산 방향으로 달아난 것이 분명하였습니다.”

“음! 이제는 이곳 백성들이 부대낄 염려는 없다고 판단하여 장군은 근심을 없애고 소선으로 갈아타 어제 싸우던 곳을 두루 돌아다니며 적의 자취를 살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