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년창업과 스타트업의 만남, 이어진 새로운 경제의 생태계와 감당해야 하는 삶의 무게. 백세시대의 빛과 그림자는 생각보다 선명하며, 또 많은 시사점을 던진다. 신중하게 첫 발을 떼는 이들을 위한 전문가의 조언과, 장년 스타트업의 생생한 현재를 들여다보자.

“장년 스타트업 창업과 4차 산업혁명의 연결고리” (박우식 커리어웨이 대표)

박우식 커리어웨이 대표는 장기간 기업 인사 담당자로 근무한 후 커리어 컨설턴트의 길로 들어선 사람이다. 중장년 은퇴설계 전문기업인 한국은퇴설계연구소에서 경력설계담당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 빅우식 대표.

-장년창업이 화두로 부상한다. 이유가 무엇일까?

경기침체로 기업의 구조조정과 명예퇴직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정년을 채우지 못하고 퇴직하는 것이 흔한 상황이라는 뜻이다. 실제 직장인 평균 퇴직연령이 약 53세 정도라는 통계도 있다. 문제는 이들이 50대에 준비되지 않은 퇴사를 한 이후에 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점이다. 부모님을 봉양해야 하고 자식들도 교육을 다 마치지 못한 경우가 많고 결혼도 시켜야 되는 상황이다 보니 생계를 위한 재취업이 절실한 상황이다.

하지만 현실에서 중‧고령층을 선호하는 기업들이 많지 않다. 중‧고령층이 갈 만한 양질의 일자리가 제한되다 보니 중‧고령층의 고용의 질도 나쁘다. 중‧고령층의 비정규직 비중이 전체 평균인 32.4%보다 높은 38.5%이며 단순노무직의 비중도 전체 평균이 15.7%보다 높은 25.3%이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새로운 돌파구로 장년 창업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많이 생겨나는 추세로 보인다. 또한 창업에 우호적인 환경 예를 들면 창업 지원 및 교육 관련 제도들이 과거보다는 좋아지고 있다는 것과 제4차 산업혁명과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 등 사회적 경제와 관련해 창업기회가 증가한 것도 원인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장년창업만의 강점이 있을까?

전반적인 창업 생태계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현재 창업기업의 3년 생존율이 약 38%에 불과하다는 통계가 있다. 창업을 한 뒤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성장한다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것을 뜻한다.

창업에서 중요한 것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3가지 정도로 정리하면 창업 아이템, 사람, 자금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청년 창업자들이 실패하는 가장 큰 이유가 창업 아이템도 좋고 아이디어도 좋지만 경험과 경륜이 있는 사람의 확보와 손익분기점에 도달할 때까지 지탱해줄 수 있는 자금 확보에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고, 실제로 사람과 돈 문제 때문에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장년창업의 경우에는 중‧장년층들이 오랜 세월 동안 사회생활을 해오면서 다양한 성공과 실패경험을 통해서 경험과 경륜을 쌓아왔기 때문에 청년창업자들처럼 의욕과 열정이 앞서 실수하기 쉬운 문제들을 좀 더 세밀하게 살펴보고 준비함으로써 사업의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사회생활을 통해서 만들어 놓은 다양하고 폭넓은 인맥은 사업 아이템의 거래처 확보 및 투자자금 조달에도 유리한 측면이 있다.

 

-장년창업을 육성하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현실적으로 중‧장년층들이 갈 만한 양질의 일자리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장년 창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육성하는 것은 시대적인 요청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장년 창업을 육성하고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정부, 지자체, 학교 등 다양한 기관의 노력과 협조가 필수적이다.

특히 중‧장년 창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왜 중‧장년층이 창업에 뛰어드는지, 그리고 중‧장년층이 왜 일을 계속 할 수밖에 없는지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중‧장년층에게 적합한 양질의 일자리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현실과 중‧장년층이 가족 부양을 위한 생계유지 차원에서 계속적인 일자리를 원한다는 사실도 사회가 확실하게 인지해야 한다.

세 가지 제안을 하겠다.

첫째,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무장하고 있지만 경험과 경륜이 부족한 청년 창업가와 중‧장년 창업가들이 서로 컬래버레이션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 서로의 니즈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강점을 가지고 있는데, 서로가 원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는 플랫폼이 구축되어 있지 못하다 보니 중‧장년층의 경험과 경륜이라는 사회적인 자산이 사장되고 청년층의 창업이 꽃피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둘째, 창업 후 손익분기점을 넘기까지 수년이 소요되는 것이 현실이다. 당장 생계유지를 위한 자금이 필요한 중‧장년층의 경우에는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가 있고 사람이 있다고 하더라도 자금 문제 때문에 엄두를 못내는 것이 현실이다. 퇴직금 등 노후를 위해 모아둔 자금이 있다고 하더라도 노후생활을 위해 필요한 자금을 리스크가 큰 창업에 투자한다는 것은 가족뿐만 아니라 자기 스스로에게도 많은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따라서 장년인턴제처럼 장년창업제를 도입해서 일정 요건을 갖추고 창업에 성공한 중‧장년 초기 기업에게는 일정 기간 동안 창업자뿐만 아니라 채용한 중‧장년에게도 일정 부분 인건비를 지원하는 제도를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중‧장년층들이 창업을 적극적으로 준비하고 도전할 수 있는 다양한 창업 교육프로그램이 개설될 필요가 있다. 또한 4차 산업혁명과 맞물려 앞으로 수요가 많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ICT 관련 중‧장년 교육프로그램도 적극적으로 개설해야 한다. 중‧장년층이 무슨 ICT냐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ICT를 이해하지 못한 창업은 한계가 있다. 창업자가 개발까진 하지 않더라도 ICT 개념을 이해하고 자신의 사업에 적용할 수 있는 인사이트는 가질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정보 격차에서 오는 소득 격차가 앞으로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 중‧장년층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잘 준비해나가고 적극적인 창업 마인드를 심어주기 위해서라도 4차 산업혁명를 리드하는 기술들에 대한 다양한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장년 스타트업 창업의 미래를 조언한다면?

4차 산업혁명은 일반적으로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등 다양한 기술을 통해 기계가 인간처럼 사고할 수 있는 지능을 지니는 상황을 의미하나 특정 현상에만 국한하지 않고 바이오, 3D 프린터, 드론 등 다양한 신기술이 기존 산업과의 융합과 이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는 상황을 포괄하는 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

인구구조 변화와 제4차 산업혁명으로 대표되는 미래 사회 변화를 읽을 수 있는 2가지 키워드를 통해 지금과는 많이 달라질 세상이 곧 우리 앞에 구현될 것이라는 예상을 충분히 할 수 있다. 그러한 미래가 먼 미래가 아닌 불과 5년에서 10년 후면 현실화될 것이기 때문에 중‧장년층도 자신과는 상관없는 미래라고 생각하면 곤란하다고 본다.

백세시대이기 때문에 지금 50세라면 앞으로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만큼 살아가야 할 시간이 남아있다고 볼 수 있다. 적극적인 준비를 통해 미래를 대비할 필요가 있다.

하나 더 말하자면, 4차 산업혁명이라면 기술적인 이슈가 대중에게 워낙 강하게 어필되어 막연하게 어렵고 두렵게 느끼는 중‧장년이 많다. 그러나 기술은 그 자체로 진화하더라도 기술은 결국 인간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에 기술과 인간의 조화가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라 본다.

그런 이유로 기술이 아닌 인간만이 할 수 있는 문화, 예술, 스포츠, 상담, 심리, 관광 등 다양한 창조활동과 관련된 사업 기회들은 더욱 많아질 거라 생각된다. 또한 기술을 통해 발생한 인간의 소외를 극복할 수 있는 부분과 관련된 새로운 일자리가 충분히 생겨날 수 있다. 700만 베이비부머들이 노년기에 접어들고 초고령사회로 진입한다는 사실은 중‧장년층이 가장 잘 이해하고 잘할 수 있는 실버산업이 또 다른 사업 기회도 될 수 있다. 앞으로 새롭게 만들어질 사회적 일자리 관련 창업 등 4차 산업혁명으로 대표되는 미래 사회 변화는 오히려 잘 준비하고 활용하면 중‧장년층에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두려움을 갖기보다는 적극적으로 알려고 노력하고 준비한다면 인생 2막 새로운 활력으로 건강한 노후를 보낼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장년 스타트업 창업에 나서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행복한 노후를 보내기 위해서는 돈, 건강, 일, 부부간의 소통, 시간관리 등 여러 가지를 준비하고 설계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 언급한 5가지는 행복한 노후를 보내기 위한 필수적인 요소라고 생각한다. 소홀하게 생각할 수 없다.

그중에서 돈을 가장 먼저 언급한 것은 평균수명이 늘어남에 따라 의료비와 관련해 예상치 못한 지출이 발생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냉정하게 생각하자. 돈이 없으면 정말 곤란한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우리 사회의 가장 심각한 문제 중의 하나가 노인 빈곤 문제이다. 독거노인이 증가하고 자식에게 버림받은 노인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도 증가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창업을 할 때 자기 돈이 많이 들어가야 하는 창업은 주의를 할 필요가 있다. 자신의 노후를 위해 필요한 자금을 보수적으로 산정한 이후에 남는 여유자금을 가지고 창업자금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급하게 퇴직금, 주택담보대출, 사채 등을 끌어다가 창업을 해서 회복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인 중‧장년층이 많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돈이 많아야 성공하고 부족하면 실패한다는 말을 믿지 않는다. 오히려 조금 부족한 듯이 시작한 창업이 성공에 대한 절박함이 커서 잘된 경우도 많이 봤다.

다음으로는 잘 모르는 분야를 섣불리 선택하지 말라는 얘기를 하고 싶다. 주변의 얘기만 듣고 유행만 따르다가 덜컥 창업을 해 실패한 사례들이 너무나 많다. 창업은 자신이 잘 모르는 분야를 해서 성공하는 사례가 거의 없다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장년 스타트업 창업이 나름의 타당성을 가지는 이유와도 부합된다.

▲ 김대희 대표. 출처=데일리금융그룹

“장년이여, 완벽한 우리에게는 은혜로운 D라인이 있다” (김대희 희남 대표)

김대희 대표는 1972년생 부산 출신이다. 40대 중반을 넘긴 지금도 젊은이들과 어우러져 패기 넘치는 스타트업 경영에 나서는 한편, 장년들에게 “유머러스한 매력으로 자신의 D라인을 당당하게 여기라”는 조언을 아끼지 않는 사람이다. 평범한 회사생활을 하던 중 ‘내면에 꿈틀거리는 무언가’를 느낀 그는 ‘푼돈’으로 무작정 IT 인프라 사업을 펼쳤고, 지금은 데일리금융그룹의 금융 인프라 사업부 데일리인텔리전스 산하 ‘희남’의 대표를 맡고 있다.

 

-사업을 시작한 계기는?

처음에는 IT 인프라 방면의 일을 했다. 그러던 중 직급이 과장 정도 오르자 푼돈을 가지고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첫 사업은 역시 IT 인프라 사업으로 장비 유지보수 및 인력 사업이었다. 이후 사업을 정리, 혼자 소액 법인을 만들어 사무실에 앉아 거의 1년 반 정도 있었던 기억도 있다. 혼자 이런 저런 사업 구상을 하던 중 친한 대학 후배, 지금의 김동환 공동대표가 사업을 제안해 고심 끝에 2011년에 같이 사업을 같이 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닥치는 대로 일했으나 긴 호흡을 가지기로 했다. 그 결과물이 이스파이더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랭했고 개인적인 어려움이 많았다. 가족에게 미안했고 직원들 급여를 주기 힘들어 따로 커피 한 잔 하자고 불러 급여의 일부를 나중에 주면 안 되냐고 읍소하기도 했다. 그러던 중 우여곡절을 겪고 옐로금융그룹(지금은 데일리금융그룹)과 인연이 생겼다.

 

-스타트업은 청년의 전유물인가?

전유물은 아니지만 유리한 점이 많다고 본다. 장년의 입장에서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한다. 일단 용기, 체력, 스피드, 다양성 등 무엇보다 가볍게 움직일 수 있는 경쾌함이 부럽다. 청년의 경우 당연히 실패가 두렵겠지만 그 실패 때문에 발생하는 부가적인 리스크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가벼울 수밖에 없다. 또 체력적인 문제도 그렇고, 신기술에 대한 이해도 훨씬 빠른 데다 우리 세대에 경직된 교육과 사회 문화와는 좀 다르게 다양성에 대한 이해와 융합도 잘 되는 것 같다. 특히 4차산업을 이끌어 갈 기술에 대한 장기적인 플랜을 설계하는 데 아무래도 장년층보다는 훨씬 유리하다.

하지만 스타트업의 매력은 시장의 규모나 자본으로 이끌어 가는 부분이 아닌 다른 영역에도 얼마든지 존재한다는 것이다. 오랜 시간 시장에서 활동하고 경험했던 장년층의 눈에 보이는 시장이 분명 존재하고 사업 타당성 분석 부분에서도 매우 현실적으로 될 수밖에 없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장년의 경우 청년보다 뚝심이 좋다. 이러한 부분을 종합하면 장년층의 특성상 안정적인 사업 구상과 도모 부분에 있어서는 청년층보다 좀 더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경험에서 배어나는 융화의 노하우가 장년층의 핵심 무기다. 또 시장과 사회를 보는 시각의 깊이가 청년층보다는 낫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약간의 우려도 있다. 경직된 생각에 젖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장년이라고 반드시 소위 말하는 아재, 똥고집, 꼰대 등의 폄하스러운 단어로 대변될 필요는 없다. 세련되고 날렵하지는 않지만 D라인으로 베풀 수 있는 인자함이나 듬직함을 제공하면서 아저씨, 아줌마 또는 삼촌, 이모, 고모들로 빙의한다면 좋지 않을까.

조직의 힘은 규율과 자본에서 나올 수도 있지만 인간관계에서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과유불급이라는 말이 있듯이 어느 정도의 선은 지켜야 하겠지만 이런 부분은 충분히 장년층이 청년층을 리딩할 수 있으며 기업의 큰 장점으로 승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스타트업에 들어오려는 장년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제일 중요한 것은 자신이 하고자 하는 것을 정확하게 가족들에게 이해시켜야 하고 동의를 구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지극히 현실적인 가정 경제에 대한 구상을 해야 한다. 내가 제일 못했던 부분인데, 돈의 흐름은 나갈 때는 빠르고 들어올 때는 아주 느리다. 특히 급여일은 너무나 빠르게 오고 입금일은 너무나 뒤에 있다는 점도 초조함의 원인이 된다.

매일 매일 운동을 해야 한다. 청년들과 함께 일하려면 더 강인한 정신과 체력이 요구된다는 것은 이제 상식이다. 마지막으로 스타트업에 대한 지원을 최대한 많이 받으라. 퇴직을 앞에 두었다면 그래도 오랜 경험과 나름의 인적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을 것이다. 당연히 활용해야 한다.

모두 파이팅하자.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어딘가 오아시스가 있기 때문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