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백세시대의 그림자를 이겨내는 방식을 창업에서 찾고, 이를 스타트업의 트렌드로 끌어 오려는 시도는 헛된 희망고문일 뿐일까? 체계적인 지원도 없고, 사회적인 관심도 낮은 상황에서 청년들이 활동하는 스타트업 무대를 장년들이 누비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일까?

문제와 해결

장년 스타트업 창업의 가장 큰 걸림돌은 바로 ‘백세시대의 그림자’라는 전제에 있다. ‘마지못해 생활전선에 나선다’는 시작점부터 치열한 삶의 법칙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해석이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청년 스타트업은 물론 모든 스타트업 종사자들이 반드시 유념해야 하는 지점이며, 업계 공통의 문제로 보는 것이 맞다.

다양한 지원정책을 뿌리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현재 대부분의 스타트업 창업 지원이 청년층에 집중되어 있는 점에 대한 문제의식이다. 최근 정부 및 기업의 스타트업 지원 행보는 대부분 ‘스타트업=청년의 전유물’이라는 공식과 만나 외연확장에 있어 지나치게 한정적이다.

물론 장년 스타트업 창업에 대한 회의감도 있을 수 있다. 농경시대를 넘어 ICT 초연결 시대를 맞아 장년이 보여줄 수 있는 확실한 매력 포인트가 없다는 지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두 가지 접근방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먼저 장년층에 대한 ICT 교육 인프라를 강화해 사회적 경쟁력을 키우게 만들고, 장년만의 특화된 능력을 기술 기반 플랫폼 인프라에 효과적으로 접목하는 방향을 모색하는 것이다.

게다가 아무리 기술이 뛰어나도, 또 아무리 혁명적인 천재라고 해도 스타트업을 창업해 기술을 발전시키는 것과 실제적으로 경영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그리고 후자의 경우 장년의 노하우가 십분 발휘될 수 있는 매우 적절한 포인트가 될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

 

컬래버레이션은 어떨까

마지막 결론, 즉 장년의 노하우가 십분 발휘될 수 있는 적절한 매력 포인트에 집중해보자. 이는 경영적인 측면의 노하우를 비롯해 기술 기반 생태계 전반에 걸친 거의 모든 부분에 대한 힌트의 답이 될 수 있다.

현재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의 회장은 에릭 슈미트(Eric Emerson Schmidt)다. 세계를 호령하는 ICT 업계의 공룡기업을 지휘하고 있는 그는 장년이 스타트업에서 보여줄 수 있는 절묘한 롤모델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에릭 슈미트 알파벳 회장은 1955년 출생해 선마이크로시스템 CTO, 노벨의 대표를 역임한 바 있다. 그가 구글에 합류한 것은 2001년. 당시 구글은 온라인 시대에서 강렬한 존재감을 자랑하고 있었으나 닷컴버블이 꺼지며 적자를 면하지 못하던 시기였다. 그런 이유로 에릭 슈미트도 처음에는 구글에 합류하는 것을 꺼렸다고 한다. 실제로 회고록에 따르면 그는 개인적인 인연이 있는 클라이너 퍼킨스 VC의 존 도어가 강권해 알파벳 인터뷰에 응하기는 했으나 당시 대표를 맡고 있던 노벨에서 이직할 생각이 없었다고 한다. 탄탄한 기업의 대표에서 당시 닷컴버블의 늪에 허덕이던 구글로 이직하는 것은 새로운 스타트업 창업 이상의 용기가 필요했을 것이다.

하지만 에릭 슈미트는 억지로 나간 인터뷰에서 젊은 창업자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을 만나고 생각이 변했다. 이들과 함께라면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설명이다. 이후로는 일사천리다. 에릭 슈미트는 노벨의 대표를 사직하고 제2의 구글 창업작업에 매진하게 된다. 그리고 지금 구글은 세계를 지배하는 거대 ICT 기업이 되었다.

에릭 슈미트는 구글에서 어떤 역할을 했을까? 그는 프린스턴 대학교를 졸업하고 캘리포니아 대학교 버클리에서 컴퓨터 공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은 기술 개발자다. 동시에 회사를 경험하고 운영했던 경영자이기도 했다. 특히 후자의 경우 제2의 창업에 나서게 된 새로운 구글의 미래를 설계하는 것에 큰 도움이 되었다는 후문이다. 젊은 창업자들이 발칙한 상상력과 추진력으로 파괴적인 비전을 수립한다면, 에릭 슈미트는 자신이 알고 있는 기술적 노하우와 현실의 경영을 적절하게 조율해냈다.

그의 이러한 면모는 지난해 한국을 알파고 쇼크에 빠트렸던 세기의 바둑 대전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사람들은 잘 모르고 있지만, 사실 당시 행사에는 세르게이 브린도 직접 모습을 드러낸 바 있다. 다만 세르게이 브린이 공개적인 자리에 나서지 않고 복도 한 켠에 서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등 인공지능 자체에만 집중하는 괴짜 천재의 모습만 보였다면, 공식행사에 참여해 행사에 안정감과 무게감을 실어준 인물은 에릭 슈미트 회장이었다.

장년 스타트업, 잘 맞을 수 있다

장년층은 노하우가 있다. 최신 기술에는 다소 뒤처진다는 약점은 있으나 이 역시 선입견일 수 있다는 점도 밝힌다. 장년층은 새로운 산업의 발전을 끌어낸 역군이자 현재의 청년들을 있게 만들어준 ‘중심’이다.

장년에게 스타트업과의 접점을 제시하는 작업은 매우 어려운 일일 수 있다. 하지만 굳이 일자리 문제를 스타트업 문제로 해결하려고 한다면, 경제의 새로운 활력을 위해 다양한 실험을 전개할 생각이 있다면 장년 스타트업이야말로 모든 것의 컬래버레이션이 될 수 있다. 구글의 경우처럼 세대의 틈을 메울 수 있는 중심추가 될 수 있으며, 장년 그 자체로 노하우와 ICT의 가교가 될 수 있다.

물론 어려운 일이다. 자칫 인생이 파탄 나는 끔찍한 경험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달성하기 위해 기존 산업의 틀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고 다양한 안전장치를 마련함과 동시에 건전한 인프라를 도출하려는 최소한의 시도가 시작되는 날, 대한민국은 더 좋은 나라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