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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와 파나소닉 및 엔비디아와 필립스, 오스람의 공통점부활한 올드보이, 재조합에 집중한다

현재 글로벌 ICT 업계는 초연결 생태계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다시 모바일로 산업의 패권이 흘렀다면 이제 다시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를 부수는 작업이다. 구글과 애플을 비롯해 미국 실리콘밸리 기업을 중심으로 두각을 보이고 있는 초연결 전략은 지금 이 순간에도 현재진행형이며, 또 거대한 총론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총론이 있다면 각론도 있으며, 세상과 정면으로 충돌해 자신이 원하는 방향성을 손에 넣는 방식이 있다면, 이들과 만나 적절한 전략과 융합으로 밑바닥을 다지는 전략도 있기 마련이다. 지금부터 말하는 기업들은 후자의 측면에서 독특한 로드맵을 전개하는 곳들이다.

▲ 히라이 가즈오 소니 CEO. 출처=뉴시스

일본의 저력
1990년대 전자왕국 전성시대를 열었으나 2000년대 들어 철저하게 몰락했던 일본의 영웅들이 '명가재건'의 기치를 높이 내 걸었다. 물론 낸드플래시 매각을 두고 진통을 겪는 도시바나 대만 폭스콘에 인수된 샤프처럼 과거의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한 기업도 있지만, 현재 일본의 전자영웅들은 기나긴 고통의 터널을 지나 화려한 부활을 준비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소니다. 전자 사용자 경험에 있어 워크맨을 바탕으로 양 손을 자유롭게 만들어 세상을 놀라게 만들었던 그들은 지난 4월 실적발표 현장에서 올해를 '부활의 해'로 명명하는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소니의 지난해 매출은 7조 6032억엔이며 영업이익은 2887억엔으로 집계되었으며, 이는 2012년 대비 각각 11.8%, 25.5% 증가한 수치다. 구마모토 지진의 여파와 영화 산업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히라이 가즈오 소니 CEO는 올해 5000억엔의 영업이익을 올리겠다고 장담하기도 했다. 20년 만에 최고성적을 거두겠다는 의지다.

소니는 일본 전자왕국의 신화였다. 하지만 2000년대에 접어들어 한국의 삼성전자 및 LG전자 등 후발주자에 밀리며 철저히 몰락했다. "로마시대 유적지를 발굴하니 '메이드 인 재팬'이라는 문구가 적힌 워크맨이 발굴되었다"는 농담이 나올 정도로 세대와 지역을 막론하고 매서운 존재감을 보여줬으나, 믿었던 영화 및 콘텐츠 시장에서도 완벽하게 밀리며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갔다.

소니는 왜 몰락했을까? 간단하게 말하자면 기술 경쟁력에 있어 한국기업에 밀리고 가성비에 있어 중국기업에 추격을 허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시대를 읽어내지 못하는 판단미스와 더불어, 조직의 붕괴가 핵심이었다.

실제로 소니는 1980년대 자신들이 만든 베타맥스가 VHS에 밀려 역사속으로 사라졌던 ‘충격’ 속에서도 기어이 생태계 전략을 전개해 기사회생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저력을 바탕으로 소니는 200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 위기를 버티며 나름의 명맥을 이어갔다.

하지만 내부 조직의 붕괴는 소니의 질긴 생명력에 사형선고를 내렸다.

시작은 그 유명한 콘텐츠 사업부와 전자 사업부의 투쟁. 이들은 같은 회사에 속해있으나 서로를 끊임없이 증오하기로 악명이 높았다. 같은 소니라는 조직에 있었으나 그들은 서로를 믿지 못했고 오히려 견제했다.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한 소니는 결단을 내린다. 그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구원투수를 영입해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기 시작한다. 당장 영국 출신의 하워드 스트링거와 플레이스테이션의 신화를 쓴 구타라기 겐이 유력한 CEO 후보로 올렸다. 누가 선택되었을까? 소니는 우직한 개발자인 구타라기 겐보다 영악한 정치가 스타일인 하워드 스트링거를 자신들의 수장으로 임명했다. 특유의 친화력을 통해 부서의 화합을 유도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이는 결론적으로 최악의 '악수'였다. 기술 및 연구개발에 문외한이던 하워드 스트링거는 장인정신을 중시하는 소니의 정체성을 철저하게 파괴했기 때문이다. 만성 적자에 빠져 있던 TV사업부를 대부분 잘라냈고 컴퓨터 사업은 아예 접었다. 그 과정에서 노련한 엔지니어들을 쫒아내고 유연한 비즈니스 감각을 가진 사람들만 대거 경영진의 자리에 올렸다. 노련한 사내정치가들은 소니에 번진 갈등의 골을 더욱 깊게 만들었다.

다행히 2012년, 소니는 현재의 히라이 가즈오를 CEO로 낙점하며 위기에서 벗어난다. 1984년 소니뮤직엔터테인먼트재팬에 평사원으로 입사한 그는 입사 28년 만에 소니의 수장이 되는 샐러리맨의 역사를 썼으며, 취임 즉시 하워드 스트링거가 파괴한 모노즈쿠리(장인정신)의 복원을 최우선으로 내걸었다.

그 결과물이 바로 현재의 소니를 받치고 있는 반도체, 특히 이미지 센서다. 현재 소니의 이미지 센서는 애플 아이폰에 납품되고 있으며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무려 44.5%의 점유율을 점하는 중이다. 최근에는 프리미엄 스마트폰 도전도 이어가는 상황에서 프리미엄 TV 시장의 다크호스로 활동하고 있다.

파나소닉도 한 칼이 있다. 지난해 매출 7조3437억엔, 영업이익 2767억엔을 기록하며 일본 전자왕국 부활의 신호탄을 쏘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매출의 경우 2012년 대비 0.6%밖에 오르지 않았으나 영업이익이 무려 72%나 성장한 대목이 놀랍다. 몸집은 달라지지 않았는데 내실은 탄탄해졌다는 뜻. 무엇이 파나소닉의 체질을 변화시켰을까?

파나소닉은 미국 테슬라와 협력해 기가팩토리를 매개로 삼는 한편, 글로벌 2차전지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낙점한 상태다. 나아가 자동차 카메라 센서와 초음파 센서에 뛰어든 점이 주효했다.

특히 자동차 부품 시장이 고무적이다. 차량용 배터리와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를 비롯한 자동차 사업 매출 목표를 잡으며 파나소닉은 2021년 기준 2조5억엔을 제시했다.

주택용 태양광 발전 시스템의 글로벌화도 파나소닉의 매력이다. 추후 파나소닉은 이 분야의 해외 판매 비중을 기존 30% 수준에서 최대 5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 사물인터넷 전망. 출처=이코노믹리뷰

"다수에서 일부를 핵심으로"
일본 전자왕국의 부활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체질개선과 부품 경쟁력, 나아가 이를 통한 선택과 집중이다. 일단 체질개선은 영업이익적 관점에서 과정이 아니라 결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부품 경쟁력은 일본 특유의 고도화된 인프라로 설명이 가능하다.

우리는 여기서 선택과 집중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

소니와 파나소닉 등은 전통의 부품업체로 군림하며 글로벌 하드웨어 기술발전을 선도했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으로는 모든 사물이 연결되어 유기적으로 작동하는 초연결 생태계 전략의 문을 넘을 수 없다. '전부를 잘 해야(모든 것을 연결해야) 생존할 수 있는 시장에서 그 능력이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런 전략이 가능한 곳은 구글이나 애플 등이 하드웨어 기업과 동맹을 맺는 수준은 되어야 한다.

여기서 일본기업은 기존 기술력에 대한 집착을 더욱 강하게 조이면서, 기존 부품의 조합이나 통합을 유도하는 방향성을 보이기 시작했다. 소위 4차 산업혁명의 소프트웨어 파워를 담아낼 수 있는 하드웨어 일부를 기존 자신들이 가지고 있던 기술력으로 메워 연결하는 방법론이다. 또 큰 그림을 그리는 기업들에게 새로운 시대를 맞아 새로운 하드웨어 부품을 패키지로 제공하는 방식이다.

소니가 모바일 혁명의 정점인 애플 아이폰에 카메라용 이미지 센서를 제공하고, 파나소닉이 테슬라와 함께 기가팩토리에 참여해 2차전지 시장을 공략하는 것이 단적인 사례다. 스포티파이와 같은 소프트웨어 업체만 거대 생태계 기업과 협력하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으로 칭송받는 엔비디아도 마찬가지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지난 컴퓨텍스 기간 포럼에서 "GPU가 인공시대를 선도할 것"이라는 주장을 펼친 바 있다. 엔비디아는 자율주행차를 완성하는 곳이 아니지만 이에 사용되는 인공지능 플랫폼을 테슬라를 비롯해 아우디와 벤츠 등에 제공하고 있다. 당시 공개된 새로운 GPU 볼타의 비전도 이 지점에서 의미가 있으며, 오는 2025년 컴퓨팅 파워가 현재의 1000배에 도달할 것이라는 믿음도 이에 기반한다.

▲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원래 엔비디아는 1세대 인터넷 기업이다. 아직 모바일 혁명이 시작되기 전인 1993년 설립되어 마이크로소프트가 주도하는 윈도 생태계가 세상을 강타하던 시기에 태동했다.

최초 엔비디아는 CPU를 주로 제작하며 이름을 알렸다. 하지만 이미 반도체 거인 인텔이 CPU 시장을 대부분 장악한 상태에서 맞대결은 의미가 없다고 판단, GPU라는 틈새시장에 집중하기 시작한 바 있다. 그리고 이 선택은 신의 한 수가 됐다.

두 가지 측면이다. 먼저 내적으로는 GPU의 고도화다. GPU는 그래픽 처리를 매끄럽게 도와주는 기술이 필요하며, 여기에서 엔비디아는 이에 필요한 고속병렬연산기술에 전사적으로 매달렸다. '게임 조금 한다'는 게이머들 사이에서 엔비디아 그래픽 카드가 인기있는 이유다.

여기에 대외적으로는 모바일 시대가 정점으로 치닫으며 인공지능 및 빅데이터의 화두가 부상했던 것이 중요했다. 막강한 데이터 처리 기술이 필요한 상태에서 엔비디아는 고속병렬연산기술을 통해 GPU의 활용도를 단숨에 인공지능의 영역으로 끌어올 수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 등장하고 있는 뉴럴 네트워크를 통한 방법론도 엔비디아의 고속병렬연산기술에 날개를 달아 주었다는 평가다. 시대의 흐름을 자신의 틈새시장 경쟁력에 접목하는, 다른 각도로 보면 운도 따라주었던 전략의 성공이다.

필립스도 조명할 필요가 있다. 대중적으로 전자회사로만 알려져 있으나 현재의 필릭스 역사를 간단하게 ‘전자’ 하나로만 이해할 수 없다. 산업혁명의 역사를 관통하는 묵직한 무게감을 바탕으로 끊임없는 변신을 거듭한 선구자적 기업이기 때문이다.

1891년 탄소 전구 제조업체로 출발한 필립스는 1927년 라디오, 1950년에는 TV까지 제조했다. 이어 1979년에는 콘텐트디스크 개발에 나서기도 했으며 1997년에는 DVD를 제작하기도 했다. 나아가 2005년에는 의료영상정보 분야에서 세계 2위에 오르기도 했으며 2006년 휴대전화 및 오디오 등 대부분의 사업을 구조조정하며 새로운 길을 찾기도 했다.

2012년에는 TV 사업에서 철수하고 2013년 로열필립스로 사명을 변경하는 한편 2016년, 조명사업부를 독립 법인으로 분리해 또 다른 모험에 나서고 있다. 지금은 헬스케어 시장의 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필립스의 역사는 변신과 적응의 변천사로 요약할 수 있다. 그리고 필립스는 헬스케어 시장에 안착해 4차 산업혁명을 준비하는 다른 기업들에게 자사의 인프라를 제공하는 선택과 집중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오스람의 홍채인식 로드맵도 비슷한 연장선에서 해석할 수 있다. 거대한 플랫폼의 단면을 착실하게 공략해 이를 바탕으로 몸집을 키우는 전략이다.

일본의 소니와 파나소닉, 그리고 엔비디아와 필립스는 구글과 애플이 걷는 길과는 다르다.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길을 개척해 이들을 하드웨어적 측면에서 촘촘하게 제공하는 방향성을 잡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총체적 생태계를 키우는 창조주들의 비전이 선명해질수록 더욱 강력해진다. 선택과 집중의 매력이다.

이는 국내기업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스마트팩토리 시대가 도래하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결합을 고려하는 방법론이 등장하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소프트웨어 파워를 키우며 실리콘밸리에 대항하는 야망도 좋다.

다만 지금 자신이 할 수 있는 인프라에 집중해 새로운 시대의 협력자를 매혹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삼성전자의 반도체 분기 영업이익이 7조원을 넘기고 있다. 언젠가 소프트웨어를 넘어 초연결 시대의 거인이 되겠다는 야망을 가진 폭스콘의 행보를 유심히 지켜보는 것도 훌륭한 관전 포인트가 될 수 있다.

모든 기업은 소프트웨어 기업이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 당장 모든 기업이 그럴 필요는 없다. 유연한 전략이 필요한 이유다.

최진홍 기자  |  rgdsz@econovill.com  |  승인 2017.06.12  11: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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