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크라우드넷 홈페이지 캡처

증권형 크라우드 펀딩이 시행 1년 반이 됐지만 여전히 초라한 성적으로 투자시장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투자자들도 지나친 투자한도 제한으로 투자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어 개선책이 시급하다. 

증권형 크라우드 펀딩은 지난해 1월 국내에 도입됐다. 당국은 자금조달이 어려운 신생·창업기업 등에 대한 원활한 자금 공급을 위해 자본시장법을 개정하고 증권형 크라우드 펀딩을 제도화 했다.

크라우드 펀딩은 군중을 의미하는 '크라우드(Crowd)'와 자금조달을 뜻하는 '펀딩(Funding)'을 조합한 용어다. 자금수요자가 중개자를 통해 불특정 다수의 소액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행위를 지칭한다. 크라우드 펀딩은 크게 △후원·기부형 △대출형 △증권형(투자형)으로 분류된다. 후원·기부형은 말 그대로 특별한 보상을 기대하지 않는 후원금이다. 대출형은 자금이 필요한 개인이나 사업자와 대출계약을 맺고 그에 따라 이자를 받는다.

반면 증권형은 창업 초기기업 등에 투자하고 주식이나 채권을 받는다. 그에 따라 배당금을 기대할 수 있다. 증권형 투자는 고위험투자로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보호되지 않고 투자원금의 손실도 발생할 수도 있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증권형 크라우드 펀딩(이하 크라우드 펀딩)의 지난해 발행 규모는 165억5000만원이다. 월평균 15억원인 셈이다. 전체 투자자에서 일반투자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42.6%였다. 올해 크라우드 펀딩 발행 규모는 5월 현재까지 81억6000만원으로 월평균 16억원규모다. 증가율로 보면 전년동기 대비 39.9% 늘었다. 1인한도를 기준으로 환산해보면 지난해 월평균 15억원은 750여명이 크라우드 펀딩에 참석해고 올해는 월평균 800명으로 늘어난 셈이다. 하지만 절대규모면에서는 빈약하기 짝이 없는 수준이다.

증권형 크라우디 펀딩이 이같이 좀비시장화되는 원인은 크게 두가지, 투자한도가 단일기업에는 계좌당 200만원으로 묶여 있어서 사실상 투자자들이 수익관점에서 큰 소득을 못올린다고 판단 투자를 기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투자자의 경우 1년에 펀딩 참여 금액이 총500만원을 넘지 못하게 제한이 되어 있어서 투자를 하고 싶어도 사실상 투자를 할수 없는 상황이다.  

펀딩 기업 ·사업아이템별로 1회 최고 7억원 제한으로 따져보면 한달에 2~3곳의 회사가 펀딩을 받는 수준이다. 금융위원회에 등록된 펀딩을 중개해주는 회사수는 14개로 펀딩 중개수수료가 펀딩규모의 7%인점을 감안할 경우 14개 회사가 올해 월 1억여억원의 수수료를 나누면서 연명하고 있는 상황이다. 증권형 크라우드 펀딩 시장이 창업기업들의 자금 지원은 물론 투자시장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로 초라하다.

1인한도가 즉 계좌당 200만원으로 제한되어 있어서 1년수익률이 5%라고 가정할때 200만원을 투자하고 10만원의 수익을 거둔다는 의미다. 얼핏 보면 이런 수익률을 거둘 경우에는 수익률이 높아보이지만 200만원 한도에 걸려서 200만원을 투자하고 10만원 수익을 기다려야할 매력을 못느끼는 점이 투자기피를 불러오고 있다. 미국 등 처럼 이 한도를 대폭 상향하거나 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크라우드 펀딩 회사의 한 관계자는 "기존 펀딩에 성공한 기업들도 대부분 그 회사 관계자 혹은 친인척들이 십시일반 해주는 경우가 많다" 며 "투자시장으로 제대로 역할을 하도록 할려면 투자한도의 폐지와 확대가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증권시장의 한관계자도 " 이런 영세한 투자시장에 개인투자자들도 200만원을 투자하고 1년을 기다릴 사람은 없다며 당연히 자금이 안몰릴수 밖에 없다"며 "시장을 키우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생색만 내겠다는 것인지 당국의 의도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세금도 일반 투자자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증권거래세법 상 벤처·중소기업에 대해 장외주식을 거래할 경우 투자금의 0.5%가 부가세로 부과된다. 시세차익에 대해서도 10% 양도소득세를 내야 한다.

또 한가지 문제점으로  증권형 크라우드 펀딩의 투자 매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공신력 있는 증권분석 등 조사 상담역 기능을 강화가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크라우드 펀딩은 비상장 주식에 투자하는 까닭에 일반 투자자들이 상세한 기업 정보를 얻기 어렵다. 수익률 설정이나 안전성 측면에서도 공신력을 확보하기 쉽지 않다.

노동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제도권에서 거래되는 증권은 거래소의 요건을 거친 뒤 여러 증권사 리서치에서 분석이 이뤄진다"며 "증권형 크라우드 펀딩의 경우 중개업체 자체적인 프로세스에 검증이 이뤄진다"고 했다. 이어 "집단지성을 활용하는 중개업체도 있다. 다수의 자문단과 중개업체가 (증권에 대해) 토론한 내용을 공개하기도 한다"면서도 "크라우드 펀딩 형태로 발행된 주식·채권을 검증할 수 있는 표준화된 프로세스는 없다"고 덧붙였다.

크라우드 펀딩의 복잡한 참여절차도 투자자들을 꺼리게 하는 한 요인이다. 국내 크라우드 펀딩 중개업체는 와디즈, 오픈트레이드, 오마이컴퍼니 등으로 대표되는 전업중개업체와 IBK투자증권이나 코리아에셋투자증권 같은 증권사로 나뉜다. 6월 현재 금융위원회에 온라인소액투자중개업자로 등록된 크라우드 펀딩 중개업체는 총 14개 업체다. 이중 와디즈에 접속해 직접 거래를 진행해봤다.

와디즈가 운영 중인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가입을 위해서는 이메일·휴대전화 본인인증이 요구된다. 이외에도 본인인증에는 페이스북, 카카오톡 등 계정을 활용할 수 있다. 다만 일반 투자자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추가로 본인인증을 하고, 주민번호 뒷자리, 주소 등을 입력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투자형 크라우드 펀딩을 위해서는 실명확인증표와 증권계좌를 등록해야 된다. 실명확인증표 등록에는 주민등록증 혹은 운전면허증 사진 파일이 필요하다. 본인명의 증권계좌 역시 주식거래를 하지 않는 일반 투자자에게는 만만치 않은 진입장벽일 수 있다. 다른 중개업체 플랫폼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복잡하고 중복되는 과정들을 감내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IT 서비스에 익숙하지 않은 장년층에게는 한층 어렵게 느껴질 공산이 크다. 자금 여유가 있는 중장년층의 참여가 저조한 까닭이다.

한편 정치권에서는 이 같은 크라우드 펀딩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움직임이 일고 있다. 송희경 의원(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자유한국당·비례대표)은 지난달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 했다. 개정안은 △개인투자자의 투자한도를 연간 1000만원으로 상향하고 △동시에 투자자 보호를 위해 기업상황 및 재무 상태에 대한 내용을 공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