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지방 혁신도시로 이전한 공공기관이 서울 등 수도권에 남긴 ‘종전부동산’ 여러 건이 수년째 매각을 완료하지 못하고 있다. 

공공기관은 이전할 부지 매입, 청사 신축 등의 재원조달을 위해 종전부동산을 매각해왔다. 정부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 매각 의뢰한 이전 공공기관들의 사옥은 총 145개 이전 기관 중 총 120건이다. 

▲ 서울 양재동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옥.  출처=a.T센터

9일 국토교통부는 종전부동산 투자설명회를 열고 전체 종전부동산 120개 중 105개를 매각하는데 성공했고 현재 남은 15개 종전부동산 매각에 적극적으로 나선다고 밝혔다. 

지난해에는 한국도로공사(성남), 한국국토정보공사(서울 영등포), 한국에너지공단(용인), 국립전파연구원(용산) 등 총 9곳의 공공기관이 종전부동산 매각에 성공했고, 올해도 에너지경제연구원(의왕), 한국승강기안전공단(서울 서초) 등 2개의 종전부동산이 매각됐다.

현재까지 남아 있는 종전부동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원주), 국세공무원교육원(수원), 중앙119구조본부(남양주), 농림수산식품기술기획평가원(안양), 신용보증기금(서울 마포), 한국광해관리공단(서울 종로), 한국교육개발원(서울 서초),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서울 서초),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서울 강남), 한국산업단지공단(서울 구로), 한국예탁결제원(고양), 한국인터넷진흥원(서울 서초), 한국전력기술(용인), 한국토지주택공사(성남), 한국해양과학기술원(안산) 등으로 총 매각금액은 1조원이 넘는다.

국토부와 각 기관의 이전 계획상으로라면 2012년까지는 종전부동산을 모두 매각해야 했다. 국토부는 빠른 시일 안에 남은 종전부동산을 모두 매각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종전부동산을 매각해왔다. 용도변경을 허가해 주거나 지방자치단체나 다른 공기업이 매입해 활용하기도 했다. 용인시가 용제1종 일반주거지역에서 준주거지역으로 용도변경을 해준 한국에너지관리공단 용인 부지는 지난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554억원에 매입해 행복주택을 짓기로 했고, 김천혁신도시로 이전한 한국도로공사의 이전부지는 제2판교테크노밸리 조성 부지로 경기도에 3000억원에 팔렸다.

서울 시내에 입지가 우수한 부지는 민간에서 나섰다. 홍대 인근에 위치한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마포 부지는 영화관과 쇼핑센터 등을 갖춘 멀티플렉스 ‘아일렉스 스퀘어’로 개발될 계획이다. 한국국토정보공사(구 대한지적공사) 여의도부지는 KB국민은행이 1500억원에 매입해 은행 본점 통합 건물로 활용된다. 

지금까지 매각된 종전부동산 중 감정가 대비 가장 높은 가격으로 팔린 것은 이전기관 중 최대 규모였던 한국전력의 서울 삼성동 부지다. 경쟁입찰방식 경매에서 현대차그룹이 삼성전자를 누른 입찰가액은 무려 10조5500억원에 달했다.

당시 이 부지의 공시지가는 1㎡당 1870만원이었으나, 면적 7만9342㎡(2만4000평)의 땅을 사실상 3.3㎡당 4억3879만원에 매입해 감정가를 훌쩍 뛰어넘는 값에 팔렸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옛 한전부지를 지하 6층, 지상 105층의 그룹 통합사옥을 비롯한 공연장, 전시시설, 컨벤션, 호텔 등 총 6개 건물의  GBC(Global Business Center)로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비치기도 했다. 

지금 남은 종전부동산 중에도 서울 강남권 등 알짜배기 땅도 있다. 서울 서초구 우면동 한국교육개발원 부지는 토지면적 6만37㎡(1만8150평) 건물면적 1만2353.15㎡으로 매각가 826억6200만원이 매겨졌다. 유명 건축가 김중업의 설계로 지어진 건물의 가치도 높은 것으로 알려져 민간 사업자들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국교육개발원의 경우 전체 부지의 80% 정도가 개발제한구역에 묶여 있지만 나머지 제1종일반주거지역 등의 부지를 개발하면 강남권의 높은 주변 지가와 우면산, 양재천 등 쾌적한 자연환경 등 잠재가치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는 매각이 여의치 않을 경우 관련 규제가 풀릴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한국교육개발원 담당자는 “교통 접근성이 양호한 지역에 입지해 있으면서 자연환경이 우수하다"고 말했다. 

aT센터로 알려진 한국농수산물유통공사 사옥도 경부고속도로 양재IC에 인접하여 있어 입지 면에서는 매우 우수한 편으로 평가받고 있다. 농수산물유통공사는 지상 6~15층의 사무동을 매각한다. 강남구 테헤란로 한국기술센터 건물 5개 층을 보유한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도 층별 매각에 나섰다. 

LH 본사가 있는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사옥도 분당선 오리역 역세권에 위치해 관심이 높다. LH는 2009년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 통합 후 경남 진주혁신도시로 본사를 이전하면서 사옥 매각을 추진해 왔다. 토지 3만7998㎡, 건물 7만2011㎡로 매각 예정가만 3524억원에 달한하지만 매입을 희망하는 투자자들이 여러차례 매입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종전부동산의 가장 큰 장점은 대부분 서울, 안양, 수원, 성남, 용인 등 수도권의 핵심 거점지역 내 입지 해 있다는 점이다. 국토부와 업무협약을 맺고 잇는 젠스타의 박상준 투자자문팀장은 “매입 시 임대수익률 등 종전부동산 투자자를 위한 다양한 지표들을 제공하고 있는데 종전부동산에 관심을 가진 자산가들이 많다는 것을 느꼈다"면서 올해 이미 2개가 이미 매각되는 등 매순조롭게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그렇지만 여러번 유찰되고 매각에 실패한 물건들이 남은 것이므로 각각의 종전부동산은이 가진 단점들을 인지하고 투자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종전부동산 매각 관계자는 “현재 남은 물건 중 가장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은 서울 공덕동에 있는 신용보증기금 사옥으로, 수 차례 유찰된 바 있다”며 “그 이유는 지상 20층 중 신용보증기금 직원들이 사용하는 3~5층을 제외한 부분 매각 때문이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대구로 본사를 이전한 신용보증기금은 마포 사옥 입찰에 지금까지 총 15차례 실패했다. 올 초 신용보증기금은 감정가 약 1000억원인 이 건물에 대해 현대자산운용을 매각 우선협상자로 선정하고 매각을 진행했지만 계약 체결에는 결국 이르지 못했다.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은 강남구 테헤란로에 위치해 있는데 매각 대상은 11~13층 뿐이어서 다른 용도로 활용하기 쉽지 않다. 서초구 서초동에 있는 한국인터넷진흥원도 구분소유 건물이라 상가 등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협의가 필요하다. 농림수산식품기술기획평가원 역시 구분소유건물로 4~7층을 부분 매각한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공공기관이 이용했던 종전 부동산의 경우 노후된 건물이 많고 체육관, 도서관, 특수시설 등 부대시설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민간에 매각하기에는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을 뿐더러 매각 가격이 높고 매각 주체가 적극적으로 협상하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도 매입을 주저하는 이유가 된다”고 전했다. 경기 고양시 백석동 에 위치한 한국예탁결제원도 건물 내 대형금고와 IT센터 등 특수시설이 설치돼 있다. 

업계에서는 남은 15개 부지의 매각 계약이 올해 모두 성사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매각 조건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빌딩 중개업체 관계자도 "공공기관이 가진 부동산은 감정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팔릴 경우 국세로 메꿔야 한다. 그래서 감정가 이하 낙찰의 실례가 없을 만큼 협상이 쉽지 않고 의사결정 과정이 복잡해서 민간 투자자들이 꺼리는 경우가 많다"며 "대금 납부 조건이나 규제 완화 등 투자자의 구미를 끌만한 요건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