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젯 스피너. 출처= 픽사베이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그리고 습관적으로 하는 행동들 중에는 깊은 몰입으로 인한 긴장을 풀거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것들이 있다. 이를테면 펜을 돌리거나, 볼펜의 버튼을 조작하며 딸깍딸깍 소리를 내거나 손이나 목에서 관절 소리를 내거나 혹은 다리를 떠는 행동 등이 있다. 이 행동들은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를 준다’는 인식 때문에 부정적으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러한 무의식적 행동들을 맘껏 할 수 있는 장난감들이 출시돼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바로 피젯 토이(Fidget Toy)다. 

피젯(Fidget)은 초조함, 지루함 등으로 ‘꼼지락거리다’ 혹은 ‘가만히 있지 못하다’를 의미하는 동사이자 ‘가만히 있지 못하는 사람’을 뜻하는 영단어다. 영어에서도 그 의미가 그렇게 긍정적이지는 않다. 피젯 토이는 이러한 행동들을 돕는 장난감(Toy)다. 

▲ 출처= 픽사베이

대표적으로는 피젯 스피너(Fidget Spinner)와 피젯 큐브(Fidget Cube)가 있다. 피젯 스피너는 장난감의 중심부에 달린 버튼을 누르거나 손으로 돌리면 빠른 속도로 회전하는 날개가 달린 제품이다. 이 제품은 1997년 한 미국인이 신체장애로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자신의 딸을 위한 장난감을 만들면서 처음 개발됐다. 당시에는 많은 공감을 얻어내지는 못했고, 관련된 특허권도 갱신 기간이 지나 소멸됐다. 약 20년이 지난 후, ‘MD Engineering LLC'라는 회사가 스피너 제품 토크바(Torqbar)를 출시했고, 이후 다양한 디자인으로 활용되면서 피젯 스피너는 인기를 끌게 됐다.      

이 피젯 스피너의 인기를 짐작할 수 있는 재미있는 통계가 있다. 미국의 최대 규모 포르노 영상 사이트 폰 허브(Porhub)는 지난 5월 자사 사이트에서 검색된 단어를 분석했는데 ‘Fidget Spinner’라는 검색어는 5월 9일부터 21일까지 약 250만 번 검색되면서 단숨에 월간 검색어 랭킹 5위에 오르기도 했다. 

▲ 출처= Pornhub Insight

한편, 피젯 큐브(Fidget Cube: A Vinyl Desk Toy)는 미국 덴버 소재의 ‘불안 연구소(Antsy Labs)’라는 스타트업에서 만든 아이디어 상품이다. 개발자인 매튜, 마크 맥라클란 형제는 미국의 소셜 펀딩 사이트 킥스타터(Kick Starter)에 피짓 큐브를 공개했는데, 약 2개월의 캠페인 기간 동안 620만달러(약 70억원)가 넘는 금액을 모금하며 많은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았다.  

▲ 피젯 큐브. 출처= 픽사베이

정육면체 피젯 큐브의 여섯 면에는 스위치 ON/OFF버튼, 미니 조이스틱, 트렁크 잠금장치 등의 장치가 달려있다. 이용자는 큐브를 손에 들고 만지작거리면서 여러 장치들을 자유롭게 조작할 수 있다. 

이러한 피젯 토이의 인기는 우리나라에서도 전해지면서 제품들을 점한 소비자들의 후기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확산되고 있다. 그러면서 제품을 구매하려는 소비자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온라인 쇼핑사이트 G마켓에서 ‘피젯’ 제품의 판매량을 조사한 결과 지난 3월에는 전월 동기 대비 34%, 4월에는 전월 대비 무려 6배 이상(51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G마켓 담당자는 “스트레스 해소 및 심리적 안정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진 피젯 스피너, 피젯 큐브 등이 10대 청소년들에서부터 30~40대 소비자들에 이르기까지 넓은 연령대에서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실제로 피젯 토이가 실제로 사람들의 심리적 안정과 상관관계가 있는지는 학술적으로 밝혀진 바는 없다. 한 임상심리학 전문가는 “틱 장애(tic disorder)가 아닌 정도의 무의식적 행동은 사실 심리학적으로는 큰 의미가 있는 것으로 여겨지지는 않는다”며 “피젯 토이에 대한 요즘의 인기도 사람들의 심리상태를 반영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전 피젯 토이의 인기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과연, 피젯 토이는 단순한 장난감의 유행일까 아니면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의 작은 유희(遊戱)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