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세계적으로 신약개발에 드는 비용과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임상시험에 인공지능을 이용하려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인공지능의 임상시험 활용이 국내 제약사, 인공지능 업체, 임상시험산업계 모두에 윈윈(win-win)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사진=이미지투데이

인공지능(AI)이 임상시험산업에 뛰어들었다. 제약사에겐 신약개발의 비용효율성을, 병원에는 연구자 중심의 임상시험을, AI 스타트업엔 미래 먹거리를, 환자에겐 더 빨리 신약을 만나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전망이다.

신약개발 비용 대부분은 임상시험에 소요

신약개발에 드는 시간과 돈을 줄이기 위해서는 임상시험에 드는 비용을 줄이는 것이 관건이다.

제약사의 차세대 먹거리인 신약 연구개발에는 천문학적인 비용과 기간이 소요되기 때문. 한국다국적의약산업협회(KRPIA)에 따르면 초기연구단계에서부터 의약품 승인까지 하나의 신약을 개발하는 데는 10~15년이 소요되고 평균 26억달러(약 3조억원)가 들어간다.

신약개발에 드는 전체 비용을 100%라고 치면, 신약 후보물질을 발견하고 비임상시험(동물대상)을 완료하기까지의 비용이 대략 32%이고, 1상에서 3상(사람대상)까지에 드는 비용은 약 63%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약 후보물질 도출은 ‘시간싸움’…AI 활용도 높아

신약개발의 첫번째 단계는 `물질의 발견`이다. 수많은 후보물질 중 적절한 물질만이 동물을 대상으로 한 비임상시험에 진입한다. 이때, 약 1만개가 넘는 후보물질 중 250개 정도만이 걸러져 동물을 대상으로 적용된다.

이후 비임상시험을 거친 250개의 후보 물질 중 평균 5개 정도만이 1상 임상시험으로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신약개발에 드는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비임상시험과 임상시험을 동시에 진행하기도 한다.

이때 빠른 후보물질 도출에 AI가 큰 도움이 된다.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에 따르면 AI를 이용하면 신약후보물질을 찾는 데 기존 약 5년이 걸리던 것에서 최소 2~3년을 단축할 수 있다.

해외 BIG 파마들도 눈독, 신약탐색 AI

다국적제약사들은 최근 앞다퉈 AI를 임상시험에 활용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미국 화이자와 테바는 AI 왓슨(Watson)을 보유하고 있는 IBM과 손을 잡았으며, 존슨앤존슨의 자회사인 얀센은 지난해 말 영국의 인공지능기업인 베네볼런트AI(BenevolentAI)사와 독점적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캘리포니아 기반 스타트업인 아톰와이즈(Atomwise)는 독자 개발한 AI 신약 개발 플랫폼을 통해 하루 만에 에볼라에 효과가 있는 신약후보를 2개나 발견해냈다.

국내, 임상시험-AI 협력 시작…임상산업 발전 기대

국내에서도 신약 후보물질을 도출해낼 수 있는 AI가 열풍이다.

대표적인 AI 신약탐색 기업으로는 스탠다임(대표 김진한)과 파미노젠(대표 김영훈)이 있다.

적극적으로 기관과 제휴를 맺고 있는 것은 스탠다임. 이 회사는 지난 5월 바이오벤처인 크리스탈지노믹스와 협약을 체결한 데 이어 지난 7일에는 아주대병원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특히 병원과의 협력은 기존 임상시험이 제약사 중심에서 연구자 주도로 진행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대학병원에서 임상시험을 연구하고 진행하는 연구자(교수)들은 직접 환자를 진료하기 때문에 국내 환자의 니즈가 가장 큰 신약을 빠르게 파악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또 최근 중국 정부가 임상시험규제 완화 초안을 발표하면서 국내 임상산업계가 긴장하고 있는 가운데, AI와의 제휴는 호재다.

한 임상시험산업계 종사자는 “(임상시험에 드는 비용이) 선진국 수준에 도달한 국내와 달리 중국은 인건비가 저렴하기 때문에 중국의 임상시험규제 완화는 한국 입장에서는 위기가 될 수 있다”며 “중국은 한국만큼 질 좋은 인프라가 구축돼 있지 않아 단기적으로는 한국을 넘기 힘들다는 게 중론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아주대병원은 “(AI를 통한) 차세대 임상시험 기반의 마련은 중국, 인도 등 임상시험 후발 국가 대비 차별성 있는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