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증성 장질환’은 소장과 대장 등 소화관에 지속적으로 염증이 생기는 만성 소화기 질환이다. 궤양성 대장염과 크론병이 이에 속한다. 크론병의 경우 희귀난치 질환 중 많이 알려진 질병이지만 증상이 복통, 설사 등 보통의 장염 증상과 비슷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 치료가 늦어지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가장 큰 문제는 발병 원인이 뚜렷하지 않다는 점이다. 궤양성 대장염의 원인은 아직 정확히 밝혀진 바 없다. 환경적 요인, 유전적 요인과 함께 장 내에 정상적으로 존재하는 세균에 대한 우리 몸의 과도한 면역반응 등이 중요한 발병 요인으로 여겨지고 있다.

▲ 출처=이미지투데이

최근에는 서구화되어 가는 생활습관의 영향으로 우리나라와 일본 등의 동양에서도 염증성 장질환의 발병 빈도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 추세인데,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크론병 진료인원은 2011년 1만 3920명에서 2015년 1만 8332명으로 4년 새 4412명(31.7%)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 평균 증가율은 7.1%로 집계됐다. 진료비도 240억원이 늘었다. 

그런데 최근 비타민, 미네랄 등 미세영양소가 결핍될 경우 각종 염증에 취약해지며, 특히 염증성 장질환을 유발하는 큰 원인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환자 89.2%가 비타민D 결핍, 혈청 아연·셀레늄 수치도 기준 이하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윤혁 교수팀은 “국내 염증성 장질환 환자에게서 미세영양소 중에서도 특히 비타민D와 아연, 셀레늄이 결핍되어 있었다”고 최근 발표했다.

연구팀은 2013년부터 2015년까지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염증성 장질환을 진단받은 83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비타민D, 아연, 셀레늄 혈청 농도를 측정하고, 이들 미세영양소 결핍의 위험인자를 분석했다.

그 결과, 염증성 장질환 환자 중 89.2%에서 비타민D 결핍이 확인됐다. 여성과 크론병 환자들은 비타민D가 결핍될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혈청 아연과 셀레늄이 국내 정상 기준치 이하인 환자 비율은 각각 39.0%와 30.9%였으며, 40세 미만의 젊은 환자들은 아연이, 알부민 수치가 낮은 여성 환자는 셀레늄이 결핍되기 쉬운 것으로 드러났다.

또 염증성 장질환 환자의 비타민D 혈청 농도를 성별과 나이가 유사한 건강대조군과 비교해 본 결과, 염증성 장질환 환자의 평균 혈장 비타민D 농도는 12.3ng/ml로 나타나 건강대조군의 20.0ng/ml에 비해 유의미하게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윤혁 교수는 “염증성 장질환에 관한 기존 연구는 주로 서구의 백인 환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되어 아시아 염증성 장질환 환자들에 관한 정보는 부족한 실정이었다”며 “이번 연구를 계기로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염증성 장질환 환자들의 치료와 후속 연구에 진전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윤 교수는 “비타민D 결핍은 한국 염증성 장질환 환자에게 매우 흔하게 나타나는 현상으로, 여성 크론병 환자는 특히 주의해야 하며 햇빛 노출과 음식물 섭취로 비타민D 결핍이 해결되는 경우가 많지 않아 일반적으로 영양제 등으로 보충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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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증성 장질환 치료 전 정기적인 내시경 검사, 올바른 식습관으로 예방해야
염증성 장질환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내시경 검사를 받는 것이다. 내시경을 통해 장 내 염증과 궤양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고 다른 장질환에 대한 진단도 받을 수도 있다. 조기에 발견하면 치료예후가 좋을 뿐 아니라 일상복귀시기도 앞당길 수 있다.

평소 건강한 식습관을 유지하면 예방에 효과적이다. 기름지거나 맵고 짠 음식, 술, 설탕, 카페인 등 장을 자극하는 음식은 되도록 삼가하는 것이 좋으며, 충분히 영양 공급을 할 수 있는 균형 잡힌 식사가 중요하다.

궤양성 대장염이 이미 걸렸다면 증상과 장점막의 염증을 호전시키는 치료가 시행된다.

대한소화기학회에 따르면 궤양성 대장염에 주로 사용되는 약제는 5-아미노살리실레이트, 코르티코스테로이드, 면역조절제, 생물학적제제 등이 있다. 경과에 따라 드물게는 대장절제 수술을 시행한다.

크론병의 경우, 환자에 따라 질병이 생기는 부위나 범위, 증상, 경과 등이 다양하고 치료에 대한 반응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각 환자의 상황에 가장 적합한 방법을 시행한다.

먼저 약물 치료로 염증 반응을 가라앉히고, 증상을 완화시키는 방법이 있다. 급성기에는 스테로이드제제와 5-아미노살리실산, 항생제 등을 사용하며, 효과가 없으면 면역억제제를 사용하기도 한다. 최근 생물학제제 (항-TNF 항체)의 효능에 대한 많은 연구가 진행되어 사용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지만, 림프종이나 기회감염의 위험을 증가시키는 등 여러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어, 치료의 득과 실에 대해 충분한 상의가 필요하다.

최근 약제의 발전으로 수술률이 과거보다 감소하고 있는 경향이지만, 장 천공이나 조절되지 않는 출혈, 약물치료에도 불구하고 지속되거나 반복되는 협착, 이형성 혹은 악성종양, 약제 부작용으로 내과적 치료를 지속할 수 없는 경우에는 수술이 고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