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G Vol.7: 서민 오디오파일

▶“음질 좋으면 꼭 비싸야 하나요?”

▶[가성비이어폰 데스매치] 젠하이저 CX 1.00 vs 애플 이어팟

▶'흙귀'가 번들 이어폰에 질렸을 때

▶[일상가젯] “잘땐 자더라도 음악감상 정돈 괜찮잖아?”

▶[사물인터뷰] 노래방 갈 돈 아껴주는 스피커

▶겜알못&기계치도 꿀잼! [플레이G 페이스북 페이지]

 

▲ 홈보이 스피커독(사진=이코노믹리뷰 김태환 기자)

일상과 가젯(Gadget)에 얽힌 그렇고 그런 이야기. 일상가젯 11화.

아버지·삼촌 세대가 소니의 ‘워크맨’에 열광했다면 30대에 접어드는 우리 세대에서는 MP3 플레이어가 대세였다. 2000년대 초반에는 카세트테이프 판매가 끝나지 않았다. 그래서 ‘워크맨’, ‘마이마이’와 같은 미니 카세트 플레이어부터 시작해 CD보다 작은 ‘미니디스크’를 재생하던 MD플레이어, CD에 MP3파일을 녹음하면 재생이 가능하던 CDP, 막 시작되던 MP3플레이어까지…그야말로 포터블 음향기기의 ‘춘추전국시대’였다.

이후 이 시장은 MP3가 평정했다. 다른 기기들은 디스크 규격 이하로 만들 수 없어 부피가 컸다. 워크맨은 카세트테이프보다 작게 못 만들었고, CDP도 CD보다 작게 만들 수 없었다. 하지만 MP3는 칩셋 들어갈 공간만 확보하면 얼마든지 작게 만들 수 있었다. 이는 디자인에 혁신을 불러일으켰다. 당시 아이리버가 처음 내놓은 IFP-100‧IFP-300시리즈는 프리즘 디자인으로 대박을 쳤다. ‘혁신’의 아이리버와 ‘불멸의 브랜드 파워’ 삼성전자, ‘음질’의 코원(구 거원시스템)이 만드는 삼국지가 펼쳐졌다. 이후에는 동영상 재생이 가능한 PMP가 대세를 이루다 결국 애플의 아이폰이 등장하면서 스마트폰이 점령했다. 불과 10년도 채 되지 않아 왕조가 바뀐 셈이다.

아무튼, 2000년대 초반부터 음향기기에 대한 사랑은 시작됐다. 다양한 음향기기 동호회 홈페이지를 즐겨 찾고, 정보를 수집했다. 어떤 이어폰이 좋은지에 대해 댓글 토론도 벌였고 직접 오프라인 판매점을 돌아다니기도 했다. 비싼 제품은 엄두도 못 내고, 젠하이저 MX시리즈, 크레신 E700과 같은 가성비 최강 이어폰을 구매했다.

그 와중에도 스피커에는 관심조차도 두지 못했다. 한 달 용돈 5만원뿐인 고등학생이 고성능 스피커를 산다는 것은 마치 월급이 200만원인 직장인이 페라리를 할부로 사는 것과 같은 결과를 초래할 게 뻔했다. 사실 지금도 고성능 스피커에 대한 로망은 있지만, 여러 가지 조건 때문에 못 사고 있다. 다만 대학생 시절 고성능 까진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고출력의 스피커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가지게 됐다.

2006년, 회장 누나가 학과 행사 때문에 스피커가 필요하다고 했다. 난 아무 생각없이 기숙사 컴퓨터에 연결돼 있는 스피커를 들고 가겠다고 말했다. 스피커는 브리츠 BR-1000A Cuve였다. 굉장히 좋은 스피커다. 단, 원룸 안에서만 좋다. 출력이 2W 뿐이기 때문에 넓은 공간에서는 소리가 제대로 들리지도 않았다. 나는 자신만만하게 이 2W짜리 귀여운 스피커를 들고 100명의 관객이 들어올 수 있는 소공연장에 갔다. 그리고 이내 부끄러워졌다. 아무리 볼륨을 높여도 소리가 공연장 중간부터는 들리지 않았다. 급하게 공연용 앰프를 빌려 사건은 일단락됐다. 나는 필요와 용도에 따라 사용가능한 스피커도 천차만별이란 것을 그때 깨달았다.

이후 스피커에 대해 조금씩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대학 졸업 이후 자취를 시작하면서다. 나만의 공간에서 음악 감상을 하고 싶은 욕망이 커졌다. 이어폰과 헤드폰은 좋긴 하지만, 불편할 때도 많았다. 특히 자면서 들을 때 이어폰이나 헤드폰은 굉장히 불편했다. 잠들었다 깨면, 이어폰 줄이 내 목을 칭칭 감고 있는 경우도 있었다. 블루투스 이어폰이나 헤드폰도 어쨌든 귀에는 장착해야 한다는 한계가 있었다.

▲ 홈보이 스피커독(사진=이코노믹리뷰 김태환 기자)

사회초년생 시절 쥐꼬리 월급으로 하이엔드 스피커는 꿈도 못꿨다. 결국 적당한 블루투스 스피커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이런 저런 상품들을 보다가 LG유플러스의 ‘홈보이 스피커독’이 내 맘속에 들어왔다. 하얗고 단단해 보이는 몸매에 깔끔한 화이트 톤으로 치장한 얼굴. 강력한 30W 출력의 사운드와 3가지 다른 음색 선택이 가능한 시스템. NFC인식이 가능하고 블루투스도 지원되는 스피커. 무엇보다도 고품격 AV의 거장 ‘마크 레빈슨’이 튜닝에 참여했다.

홈보이는 LG유플러스가 제공하는 멀티미디어 종합 서비스다. TV, 영화, 음악감상 등을 태블릿PC와 연동되는 스피커독을 통해 정보를 제공한다. 여기서 스피커독의 성능이 꽤 괜찮았던 것이다. 가입하지 않을 경우 리퍼브 제품을 구매할 수 있었다.

1세대는 인켈과 협력한 20W 제품, 2세대는 내가 구매를 결정한 마크 레빈슨 튜닝의 30W 버전이었다. 무엇보다도 블루투스 스피커의 등장은 내 삶에 있어 혁명과도 같은 변화를 가져왔다. 더 이상 이어폰 때문에 불편한 잠자리를 가지지 않아도 됐다. 스마트폰으로 블루투스 연결만 하면 모든게 해결됐다. 사운드 역시 빵빵하게 울려 퍼졌다. 섬세한 표현도 충실했다. 특히 사운드 모드에서 멀티미디어 감상모드가 있는데, 공간감을 더욱 극대화시킨 느낌을 받았다. 방을 어둡게 하고 영화를 보면 정말 작은 극장에 와 있다는 착각을 느끼기도 했다. 홈보이 스피커는 원룸에선 과하다 싶을 정도로 좋았다.

이후 3세대의 신규 스피커독이 출시 됐다. 몬드리안의 화풍을 연상케 하는 디자인에 무드등 기능이 추가됐다고 한다. 마크 레빈슨 튜닝은 그대로 적용됐다. 점점 발전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

홈보이로 내 가성비 음향기기 인상은 화룡점정을 찍었다. 살 때 8만원을 줬던 홈보이 2세대 스피커독은 요즘 4만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8만원으로 지금 2년 넘도록 차가운 도시남자의 콘셉트로 자기 전 음악을 듣다 잠든다. 오늘도 난 느와르 영화 ‘신세계’의 이중구 목소리로 말한다.

“잘 땐 자더라도, 블루투스 스피커로 음악 감상 정도는 괜찮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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