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인간과 일> 토머스 데븐포트·줄리아 커비 지음, 강미경 옮김, 김영사 펴냄

 

기술의 발전은 노동자들을 밀어냈다. 주로 일선 노동자가 희생됐다. 물론 그 과정에서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됐다. 그런데 이번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일론 머스크의 우려처럼 “우리의 실존을 뒤흔드는 가장 큰 위협”인 인공지능이 나타났다. 이제 타깃은 단순하고 위험하고 더러운 일이 아니다. 난공불락의 요새였던 지식노동의 영역이다. 지능을 갖춘 기계가 바야흐로 지식노동의 핵심인 의사결정 업무까지 넘보기 시작했다.

예상 피해자는 기계의 도전에는 끄떡없다고 자만하던 ‘지식노동자들’이다. 지식노동자는 신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고, 정교한 마케팅 계획을 세우며, 각종 전략을 세우는 대기업 직원들을 비롯해 의사, 변호사, 과학자, 교수, 회계사 등 고도의 교육을 받고 전문 자격증을 갖춘 사람들이다. 사설 탐정과 비행기 조종사, 선박 선장, 기자, 출판 관계자 등 업무수행에 고도의 지적 능력이 요구되는 일자리들이다.

그간 지식노동의 자동화에 대해 대다수 전문가들이 비관적 전망을 내놓았다. 노동자들이 개인적으로 할 수 있는 대처법이 그리 많지 않다고 봤다. 반면 이 책은 낙관적이다. 저자들은 인간 대 기계의 경쟁의 구도를 뒤집을 만한 창의적 아이디어를 제시한다.

기계의 가장 큰 위협은 ‘자동화’이다. 기계가 인간 없이 혼자 일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만약 기계가 인간을 내쫓는 게 아니라 인간이 더 많은 능력을 발휘하도록 돕는 방향으로 설계된다면 어떨까? 아마도 노동의 분할을 넘어 가치의 증식이 가능해질 것이다. 저자들은 인간과 기계가 짝을 이뤄 인간이 지금 잘하는 일을 더 잘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을 ‘증강’이라고 설명한다. 증강(Augmentation)은 자동화(Automation)보다 진화된 개념이다.

증강의 쉬운 예를 보자. 한 마트 경영자가 ‘자동화’를 택했다.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계산원들을 해고하고, 셀프계산대를 들여놓았다. 그런데 기계 도입으로 매출이 급감했다. 카트에 가득 담은 상품들을 셀프계산대에서 능숙하게 스캔할 고객들이 드물었다. 반면 ‘증강’을 선택한 경쟁 마트의 분위기는 달랐다. 기계가 인간의 약점이나 한계를 찾아내 보완했다. 계산원들은 바코드 스캐너로 정확하게 신속하게 물건값을 계산했다. 생산성을 크게 향상되고 고객이 몰리며 매출도 증가했다.

이런 방향으로 인공지능을 도입한 실제 사례도 있다. 건강보험회사 ‘앤섬’(Anthem)은 IBM의 슈퍼컴퓨터 ‘왓슨’을 의료 자문으로 기용해 인간 의사들의 능력을 크게 증강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런 증강전략을 통해 AI를 활용한다면, 늘 코난 덕분에 일자리를 지키는 유명한 탐정도 자립하는 게 가능해질 것이다.

저자들은 “똑똑한 기계와 똑똑한 사람들을 한데 묶는 것이야말로 장기적으로 볼 때 더 남는 장사”라고 강조한다. ‘증강’의 핵심은 인간과 기계 양쪽의 강점은 극대화하고 약점은 최소화하도록 직무를 설계하는 것이다. 그에 따라 기계들이 하는 일에 가치를 부가하고, 기계가 인간의 일에 가치를 부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다음은 개인이 취할 수 있는 다섯 가지 증강전략이다.

 

1. 위로 올라서라(Stepping Up)

컴퓨터는 광범위하고 근본적인 변화를 읽어내는 데 서툴다. 위로 올라서서 ‘큰 그림’을 보는 통찰력과 판단력을 갖춰라. 이는 주로 나무보다 숲을 보는 경영진에게 필요한 능력이다.

 

2. 옆으로 비켜서라(Stepping Aside)

컴퓨터가 혼자 할 수 없는 직업군으로 옮겨 가라. 인간이 독점하고 있는 능력과 특징은 여전히 꽤 많다. 장인, 예술가, 서비스업 종사자들은 인간만이 갖춘 ‘다중지능’으로 ‘기계지능’을 보완할 수 있다.

 

3. 안으로 파고들어라(Stepping In)

비즈니스와 기술의 교차로 안으로 파고들어라. 이는 곧 자신이 몸담은 조직이 필요로 하는 기술을 찾아 조직에 연결해주는 능력이다. 조직에 적합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관리하고 개선하는 일은 어느 분야에서나 필요하다.

 

4. 틈새로 움직여라(Stepping Narrowly)

시장이 매우 한정된 고도의 전문영역을 찾아라. 범위가 너무 한정되어 자동화로 인한 경제적 실익이 전혀 없을 것 같은 영역의 지식노동자들은 미래에도 살아남을 것이다.

 

5. 앞으로 나아가라(Stepping Forward)

세상의 나머지가 사용할 새로운 과학기술 솔루션을 개발하라. 이는 정보과학기술을 깊이 이해하며 새로운 도구에 관심이 많은 이들을 위한 영역이다. 아직은 시장이 넓지 않지만 머잖아 그렇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