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 메이커> 백기자·성제혁 지음, ER북스(이알북스) 펴냄

 

모처럼 사람 키에 대해 생각해볼 참이다. 신장(身長) 말이다. 요즘은 큰 키를 유난히 선호한다. 어린 자녀를 위해 부모는 성장 호르몬 주사를 비롯한 키 성장 의술과 온갖 운동법에 아낌없이 돈과 시간을 투자한다. 그럼에도 정작 키에 대해 아는 게 없다. 이 책을 읽어보니, 정말 아는 게 없었다. 책의 부제는 ‘키, 아는 만큼 크게 키운다’이다. 저자들 말마따나 키에 대해 상세히 알게 되면 그만큼 자녀의 키를 더 키울 수 있는 걸까? 저자들의 논리는 이러하다. 키를 결정하는 요소의 70%가 후천적 원인이며, 유전적 영향은 고작 20~30%라는 것이다. “키는 유전”이라는 숙명론은 잘못이라는 주장이다.

좀 더 깊이 들어가보자. 키가 큰다는 것은 뼈의 길이가 늘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뼈의 길이가 늘어난다는 것은 세포수가 증가하고, 증가한 세포가 비대해져 전체적인 크기가 커지는 것을 뜻한다. 우리 몸은 수정란이라는 오직 하나의 세포가 분열하며 만들어진다. 뼈도 그 과정에서 완성된다. 뼈는 작은 연골이 생기면서 만들어진다. 연골이 용골세포에 의해 파괴된 다음 뼈의 근원이 되는 ‘기질’이 분비되는데 이 기질의 주성분이 콜라겐이다. 키 성장에 콜라겐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기질은 시멘트처럼 서서히 굳는데 콜라겐의 기질에는 빈틈이 있어 그 사이를 인산칼슘의 결정이 자라면서 메워나간다.

키는 출생 이후 15년 정도 자란다. 키 성장은 영유아기, 소아기, 청소년기로 구분된다. 태어날 때 평균 신장은 50㎝인데 이후 1년간 25㎝까지 자란다. 만 4세가 되면 100㎝가 된다. 소아기인 만 6~10세에는 매년 5~6㎝ 성장한다. 11세부터 청소년기가 되면 매년 8~12㎝ 자란다. 하지만, 사춘기가 시작되면 성장폭이 급감하다 멈춘다.

키 성장은 남녀가 다르다. 여자는 초등학교 4~5학년 때 가장 많이 자라며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저성장기에 들어간다. 남자도 4~5학년 때 가장 많이 성장하지만, 저성장기는 중학교 2~3학년 때 시작된다. 남자가 더 오래 자라는 것이다. 이 같은 차이는 남녀 간 성호르몬의 분비 시기가 서로 다른 데서 비롯된다. 남자의 성호르몬 분비는 여자보다 2년 정도 늦다. 이런 결과로 남자는 여자보다 1㎝ 정도 크게 태어나 성장이 멈추는 시점에는 여자보다 13㎝ 정도 커지는 것이다.

키를 결정하는 유전자와 외모를 결정하는 유전자는 다르다. 그런데, 키를 결정하는 유전자 이외에도 환경적인 인자가 복잡한 상호작용에 동원되면서 키 성장에 관여한다. 저자들은 이런 메커니즘을 잘 이용하면 키를 크게 키울 수 있다고 주장한다.

키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는 연령·성별·호르몬·염색체 이외에 질병·사회 경제적 여건·지역적 상황·영양·스트레스·운동·생활습관·수면 등이 있다. 저자들은 10년간 축적된 20만건의 실제 데이터베이스를 토대로 환경적 요소 가운데 영양·스트레스·운동·생활습관·수면을 중요한 요인으로 꼽고 있다. ‘키 성장 프로그램’은 이런 연구가 반영된 것이다.

책에 나오는 ‘키 성장 프로그램’의 일부를 소개한다.

먼저, 체성분 분석과 체형분석기 결과를 바탕으로 근육량, 영양 상태, 체지방량, 수분량, 골반 각도, 척추의 왜곡 정도, 다리의 휘임 정도 등의 체형분석을 한다. 또한 마사지를 통한 촉진법으로 실제 응결점, 유연성 정도, 속근 상태, 장부기능 등을 촉진한다. 뇌 심리검사를 통해 뇌선호도를 파악하며 인성과 좌우 뇌를 고루 잘 사용할 수 있도록 하며, 특히 키 성장과 직결되는 호르몬을 주관하는 뇌의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객관적이고 정량적으로 뇌 기능을 분석한다.

검사 결과에 따라 개인 맞춤형으로 프로그램을 처방하는데, 첫째 키 성장에 가장 우선인 영양 교육과 성장 영양 식사를 제공한다. 둘째, 키 성장을 방해하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인 스트레스와 정서적인 안정을 극대화하기 위한 뉴로피드백 훈련을 실시한다. 특히 수면과 성장호르몬은 직접적인 상관 관계가 있으므로 숙면 상태를 면밀히 살핀다. 셋째, 마사지를 통해 비뚤어진 척추 교정 등 근본적인 체형 교정을 한다. 또한 각 개인에 맞는 맞춤 운동처방을 1:1로 실시하며 뇌 발달에 도움이 되는 간단한 운동도 실시한다. 3개월마다 성장심층검사를 재실시하며 프로그램 전후의 변화를 정확하게 체크하고 비교 분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