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태어날 때는 순수하고 오로지 본능으로만 살았다. 그러나 최초로 음식을 선택하면서부터 몸과 마음이 편차를 일으키게 된다. 맹자가 이야기한 갓 태어난 아이처럼 순수한 양심을 지니고 사람이 살면(性善設) 이 세상은 천사들만 사는 천국일 것이다. 그러나 갓난아기가 생존을 위해 가장 먼저 선택해야 하는 것이 음식이다.

이 음식은 깨끗했던 내장에서 다양한 소화액의 분비나 장내 세균 그리고 박테리아를 형성하게 되며 개성을 갖게 되었다고 본다. 장내에 수많은 세균이나 박테리아는 각기 특수한 환경을 갖게 되는데 그것은 먹은 음식의 종류나 그 음식을 소화시키는 리셉터(Receptor, 수용기)를 만들어 소화·흡수시키게 된다. 이것이 1차 체질이라는 특성을 형성하게 되는 것으로 본다.

다음은 이렇게 흡수된 영양이나 효소가 뇌에 들어가 인간의 감정을 형성하고 그것이 각기 다른 성향을 구축하게 되니 이것이 2차로 체질을 형성하는 성정이 확립되는 이유라고 본다.

이는 마치 지구가 23.5도 기울어 있듯이 사람이 태어날 때는 감정이 없는 순수한 수직적인 본성으로만 자전(自傳)했다고 본다. 그런데 먹거리의 선택에 의해 마음도 마치 심장이 왼쪽으로 약 23.5도 기울어져 있듯이 각기 다른 성정을 가진 체질을 갖고 자전하게 되었다고 본다.

마치 사물의 방향이 동서남북이 있듯이 흡수된 영양이나 효소 등에 의해 사람의 양심도 편향성을 갖게 되고 감정의 반응도가 달라지는 것으로, 이것을 순자는 성악설(性로惡設)로 본 것이 아닌가 한다.

실제로 우리가 먹는 것을 모든 사람이 똑같이 소화·흡수시키는 것이 아니라 ‘장내 생태계’에 따라 어떤 성분을 소화시키기도 하고 어떤 성분은 그냥 통과시키고, 경우에 따라서는 흡수된 성분이 독성으로 작용해 체내의 장부나 조직에서 나쁜 작용을 할 때 나쁜 감정이나 심지어 행동으로 나타난다고 본다.

대표적인 예가 동물도 육식을 하는 사자나 호랑이는 포악하고 사나운 성질을 갖게 된다고 알고 있다. 비교적 소나 코끼리가 등치는 크지만 초식동물이기 때문에 유순하고 순종적인 이유가 먹은 음식이 가장 큰 영향을 갖게 된 것으로 본다. 또한 같은 밥상에서 같은 음식을 먹는다 해도 어려서 형성된 장내 생태계는 다른 개성과 성향을 형성해 나간다고 본다.

태음인은 비교적 커다란 체구를 유지하기 위해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니 육식을 해야 활력이 넘치고, 필요한 에너지가 충족돼야 탐욕의 본성을 누를 수 있다. 그러나 식탐이 지나쳐 잉여의 영양이 체내에 머물며 형성되는 것이 대표적인 ‘생활습관병’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게을러지는 것이 과다한 영양 즉 비만 때문이라고 본다. 하지만 1차 본능인 식욕만 충족되면 아무 생각이 없이 너그러워지고, 다른 많은 사람을 잘 이끌어 주고 싶은 생각이 정치나 경영과 같은 행동으로 승화될 수 있는 것이다.

소음인은 왜소한 편이고 에너지 효율적이라 소식을 해도 불편함이 없으니 최소의 영양만 유지하면서 자신에 맞는 인간관계만 형성하려는 습성이 있다. 많은 사람 앞에서 행동하는 것이 부자연스럽고 많은 사람과 사귈 만큼의 충분한 에너지가 없으니 인풋(Input)과 아웃풋(Output)이 정확해야지 조금만 배불러도 견디기 힘들고, 스스로의 통제력을 발동해 바로 조절한다. 다만 외로움을 견딜 수 없어 혼자가 되면 불안해진다. 그래서 늘 두세 사람만의 사랑에 목말라하고 정을 줄 때 행복해 하는 특성이 있다. 결국 정신적 불안정은 몸을 긴장시키고 신경성 질환으로 연결되고 사랑의 갈구가 충족돼야 몸도 편안해진다.

소양인은 먹는 것에 비해 에너지 소모가 너무 많은 것이 문제로 왕성한 정신적 활동을 영양학적인 뒷받침이 안 될 때 불안정해진다. 워낙 보이는 것이 많고 또 보는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늘 행동으로 마무리하려는 욕심이 화를 일으킨다. 즉 아웃풋이 인풋보다 많은 것이 특징이다. 주위의 사람들을 자신의 정의에 따라 똑바르고 올은 길로만 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욕심이다. 자신의 정의로 보면 자기가 가장 낫고 남도 자기처럼 양심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해야 된다고 주장하다 보니 힘들기만 하고 실속이 없다. 자신의 의견을 관철하려면 다른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마음속에서 우러나서 힘을 뭉치게 하도록 해야 하는데 중간 과정은 생략하고 올은 길을 다른 사람이 안 따라 준다고 짜증만 내고 많은 체력을 과다하게 소모하니 면역이 떨어지고 항병력이 무너지게 마련이다.

보다 많은 연구로 먹거리의 성분이 뇌나 장부 조직에 구체적으로 미치는 영향을 연구해야겠지만, 몸과 마을을 잇는 메커니즘은 분명히 있고 이를 이용한 통합의학은 인간의 많은 질병을 좀 더 잘 치료할 수 있는 소스가 될 것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