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인수합병전략은 선택과 집중을 통한 경쟁력 고도화와 새로운 성장 동력의 확보 측면에서 중요한 혁신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지난 10년간 국내 재계 순위 변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요인도 M&A를 통한 비즈니스 구조 개편에 의한 것이었다. M&A를 통한 구조 개편의 기조는 세계적인 경기 침체와 국내 기업의 성장 정체가 맞물려 앞으로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최근 기사만 보더라도 다수의 국내 대기업들이 M&A를 통한 혁신적인 비즈니스 구조 개편으로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소식을 쉽게 접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CJ는 약 5조 규모의 M&A 투자를 통한 주력 사업 강화를 선언하고 물류, 식품 관련 해외 기업 인수 등으로 그룹의 성장 동력을 강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SK그룹 또한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그룹 차원의 혁신 전략으로 M&A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삼성그룹은 방산 및 석유화학기업 일괄 매각에 이어, 86억달러 규모의 하만 인수를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 동력의 기반을 구축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M&A가 곧 혁신’이라고 주장한다. 그만큼 M&A가 기업 혁신에 있어 중요한 도구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M&A를 실시한 기업들 이면에는 전략적 실패도 존재한다. 재무적‧전략적 통합과 시너지 창출에 실패한다거나 무리한 M&A로 인해 인수 기업을 재매각하는 등이 바로 그 사례다. 이러한 실패는 M&A가 혁신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의미하며 M&A에 성공하는 기업과 실패하는 기업 간에는 분명한 차이점이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M&A를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가장 우선되어야 할까. 기업 성장의 핵심 전략으로 M&A를 채택하기에 앞서 M&A가 갖는 전략적 가치와 의미를 다시 한 번 정리해볼 필요가 있다.

첫째로 M&A는 기업을 사는 것이 아닌 ‘기업의 미래 가치를 사는 것’임을 기억해야 한다. 당연하게도 미래 가치란 M&A 대상 기업이 아니라 내 기업의 미래 가치다.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 새로운 경영 역량, 새로운 시장 등 미래 가치 향상에 대한 확신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M&A는 선택과 집중을 통한 사업 구조 개편으로 지속적인 미래 성장을 보장하기 위한 혁신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다. M&A를 통해 새로운 성장이 보장되는 것이 아니라 미래 가치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과 혁신 활동이 새로운 성장을 보장하는 것이다.

M&A의 두 번째 전략적 가치는 기업이 신규 사업 영역에서 비즈니스를 성장시키는 데 소요되는 ‘시간을 사는 것’에 있다. 국내 기업의 해외 기업 인수합병 중 최대 규모로 꼽히는 삼성의 하만 인수를 예로 들 수 있다. 최근 삼성전자는 고속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커넥티드 카와 미래 자동차 시장에 있어 전장 기술 성장에 소요되는 시간을 단축시키기 위해 인포테인먼트 등의 글로벌 선두 기업인 하만을 전략적으로 인수했다. 삼성전자의 IT 역량과 모바일 기술 부품 사업 역량이 하만의 자동차 전장 사업 경험, 고객 네트워크와 결합되면서 전장 사업 분야에서 토털 솔루션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보다 신속히 구축할 수 있었던 것이다.

셋째로 M&A는 ‘새로움과 다양성을 사는 것’이다. 지난해 한 대기업 그룹의 핵심 주력사인 A사는 주력 사업 강화의 일환으로 T사를 인수했다. A사는 그룹 차원에서 추진되는 체계적 혁신 활동의 모범 사례로 제시될 만큼 혁신 추진 체계와 혁신 성과 측면에서 여타 기업들의 부러움의 대상이 되는 기업이었다. 피인수 기업인 T사 또한 혁신 활동이 전 구성원의 자율적 참여를 기반으로 활성화되어 있는 기업으로 A사와 T사는 서로의 혁신 활동을 적극 도입하고 벤치마킹함으로써 자신들의 혁신 활동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 노력했다. 이를 통해 두 회사는 혁신 활동에서의 도약뿐 아니라 양사 간의 소통과 기업 문화의 통합을 이뤄 나갈 수 있는 기반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전문가들은 성공적인 M&A를 위해서는 PMI(Post Merger Integration: 인수 후 통합)전략이 준비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PMI 전략은 철저한 사전 준비를 통해 M&A를 실시하고 이후 조직 문화의 융합과 시너지 극대화를 창출해 나가는 전략이다. 그러나 PMI가 M&A의 성공을 위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앞서 이야기한 M&A의 전략적 가치 창출의 주체는 사람이기 때문에 M&A는 기업이 아닌 사람을 사는 차원으로 접근해야 한다. M&A 이후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과 미래 가치를 완성하는 힘은 PMI에 있으며, M&A는 PMI를 위한 필요조건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