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폴 살니코우 TEC 회장.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기자

지난해 세계 최대의 사무공간 공유업체 ‘위워크’의 한국 상륙 이후 서울은 공유 오피스 업체들의 '각축전장'이 됐다. 위워크는 강남역에 1호점을 낸 이후 아시아 최대 규모의 2호점을 을지로에 냈고, 곧 삼성동에서 3호점 개장을 앞두고 있다.

위워크보다 앞서 한국에 진출한 홍콩계 다국적 서비스드오피스(Serviced Office)업체 TEC(디이그제큐티브센터, The Executive Centre)도 빠른 속도로 한국 사업을 확장 중이다. 지난 2년간 국내 오피스 시장이 ‘경기침체와 공실률 증가로 아우성치는 중에도 TEC는 6개월에 한번씩 지점을 열었다. 6월 종로의 랜드마크 빌딩인 종로타워에 국내 6호 지점을 냈다. 올해 2월 여의도 Thre IFC에 5호점을 낸지 불과 4개월만이다.

TEC 설립자인 폴 다니엘 살니코우(Paul D. Salnikow) 회장을 서울에서 만났다. 살니코우 회장은 1994년 홍콩을 근거지로 해 TEC를 창업하고 아시아에서 가장 큰 서비스드 오피스로 키워냈다. 현재는 홍콩을 비롯한 한국, 중국, 일본, 인도, 호주 등 12개국 25개 도시에서 650여명의 전문인력이 총 98개 센터를 운영 중이다.

그는 “한국은 TEC에게 있어 5번째로 큰 시장이다. 시장 확장 속도는 매우 빠른 편에 속할 만큼 중요도가 높은 시장이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규모 면에서는 중국 시장이 가장 크고, 도시 중에서도 상하이에서 가장 활발하게 운영 중이다”고 말문을 열었다.  

큰 면적의 오피스를 임대해 쪼갠 뒤 재임대하는 방식의 공유 오피스 사업은 최근 전세계적인 스타트업 열풍과 함께 뜨겁게 주목받았지만 사실 꽤 오랜 역사를 가진 사업 모델로,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업체들과 국내 업체들이 한정된 수요를 놓고 다투고 있다. 서울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 의견이다.

살니코우 회장도 이 상황을 잘 알고 있다. “한국 뿐 아니라 전세계에서 공유 오피스 혹은 서비스드 오피스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 특히 서울에서는 지난 2년간 폭발적으로 늘었다. 그렇지만 우리는 수많은 고객들의 피드백을 기준으로 사업 계획을 수립한다. 여전히 고객 수요는 많기 때문에 지점을 늘리는 데 주저함이 없다.”

여의도 IFC(국제금융센터)에만 2개 지점을 낸 것도 그 때문이다. 그는 “전통적인 오피스 밀집지역인 CBD(도심권)를 비롯해 GBD(강남권역)과 YBD(여의도권역) 등 3곳이 서울에서 중심이 되는 사업지이다. 고객들마다 각각의 지역에 대한 선호도가 다른데, 여의도 지역의 경우 국제공항과 가장 가깝고 금융회사 등이 모여있어 외국계 고객사들의 수요가 많은 지역이다”라면서 “Two IFC 지점의 고객들로부터 여의도에 더 넓은 공간이 있었으면 한다는 요청이 있었고, 이에 따라 한 곳을 더 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국계 업체로는 드물게 지방 진출도 타진 중이다. 업계에서는 TEC가 부산 진출을 확정하고 후보 빌딩들을 예비 검토 중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그는 “부산 진출은 아주 초기 단계로 결정된 것이 없다. 부산은 외국계 기업이나 창업 수요가 많지는 않아 국내 기업 위주로 마케팅을 펼 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TEC와 같은 서비스드 오피스와 위워크로 대변되는 공유 오피스는 닮은 듯 달랐다. 기존의 사무실 재임대 모델인 서비스드 오피스의 질을 결정하는 것은 말 그대로 '서비스'였지만 새롭게 나타난 공유 오피스의 핵심은 ‘협업’이었다. 서비스드 오피스의 입주사들은 보안을 중시한 반면 공유 오피스 입주자들은 개방된 공간에서 소통하기를 택했다.

공유 오피스가 나름의 매력으로 선방하자 TEC에서도 삼성동 글라스타워점, 여의도 Three IFC점, 종로타워점 등에서 일정 공간을 코워킹 스페이스로 마련해 호응을 얻고 있다. 그는 “가상 오피스와 핫데스크 등으로 불리는 공동 공간 서비스는 총 매출의 15% 수준으로 꽤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창업자 위주의 일반적인 공유 오피스와는 달리 우리의 공동 오피스 공간을 활용하는 사람들은 각 기업의 선임급 직원들로, 출장 시에 전문 서비스를 받고 있다”고 했다.

▲ 폴 살니코우 TEC 회장.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기자

살니코우 회장은 지난 20여년 동안 사회가 변화했다고 느낀다. “초기 TEC에는 기업의 프로젝트 팀 단위의 고객이 주였다.  그런데 최근 삼성, 애플, 페이스북, 구글 등이 우리 센터들에 입주해 있다. 사회가 빠르게 변화하고 유동성(flexibility)이 중요해지면서 대기업들도 우리 같은 전문업체에서 단기간이 아닌 영구적으로 서비스를 받기를 원한다." TEC와 같은 서비스드 오피스들은 입주사에 사무 기자재, 시설, 통번역, 법률·세무·비서 서비스 등 다양한 업무 지원 서비스를 하고 있다.

오피스 시장 상황이 나쁘다는 것도 사업 확장에 걸림돌이 되지는 않았다. “한국 오피스 시장은 여전히 불안정하지만 그 것은 우리에 유리한 조건이 된다. 오피스 경기가 안좋으면 기업들은 통임대나 사옥 매입 등의 사무공간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삼가고 서비스드 오피스 입주를 고려해 볼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 홍콩 시장은 공실률이 1.5%대일 정도로 낮고 실물 경기도 좋은 편이지만 수요에 비해 오피스 공급이 적어 우리 센터의 인기가 높다. 올해 초 문을 연 홍콩의 12번째 지점에도 공간이 빠르게 소진됐다.”

그는 향후 5년간 아시아 이외에 다른 세계 시장으로 진출할 계획을 갖고 있다. “영국과 미국 등에도 TEC 지점을 열 계획이다. 이 또한 우리 고객들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 미국인으로서 미국 시장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경제대국이지만 내수 비중이 큰 시장이기도 하다. 때문에 다국적 기업들을 주고객으로 하는 TEC는 미국의 뉴욕과 샌프란시스코 등 관문도시로 진출할 가능성이 높다. 중동이나 아프리카 진출도 고려하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전세계에서 똑 같은 서비스 기준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의 말처럼 살니코우 회장이 창업 이후 줄곧 지키고 있는 TEC의 경영철학은 인도 뭄바이 지점이든 서울 지점이든 똑 같은 수준의 서비스와 공간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세계에서도 호평을 받는 아시아 특유의 서비스를 바탕으로 공유 오피스 위워크의 고향 미국 등에 진출해 성공할 자신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