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MW 뉴 5시리즈 / 출처 = BMW코리아

수입차 시장에서 폭스바겐과 아우디가 전력 이탈 후 BMW와 메르세데스-벤츠의 약진이 두달째 지속되고 있다. 그러나 기존 선두 업체 부재로 수입차 판매 전체 실적은 위축된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는 2017년 5월 수입차 신규등록대수가 1만9380대로 집계됐 다고 7일 밝혔다. 전월(2만51대) 대비 3.3% 감소한 수치다. 지난해 5월(1만9470대)과 비교해도 판매가 0.5% 빠졌다.

BMW와 메르세데스-벤츠의 독주가 여전히 계속된 가운데 ‘판매 1위’ 타이틀은 2개월 연속 BMW가 가져갔다. 혼다, 벤틀리 등이 기대 이상의 깜짝 실적을 올렸고 디젤차의 점유율은 50% 선이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

BMW 2개월 연속 1위···벤츠와 ‘양강 체제’

5월 브랜드별 등록대수는 BMW가 5373대, 메르세데스-벤츠가 5063대로 각각 1·2위를 차지했다. 전체 수입차 시장에서 판매 점유율은 BMW가 27.72%, 벤츠가 26.12%로 나타났다. 전체 23개 중 2개 브랜드가 점유율 약 54%를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1~5월 누적 판매에서도 BMW와 벤츠의 합산 판매량은 5만3428대로 전체 수입차 판매(9만4397대)의 약 56.6%를 차지하고 있다. 2016년 1~5월 양사의 합산 점유율은 41%였다. 올해 들어 ‘양강 체제’가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는 얘기다.

BMW의 판매는 전년 동월(4651대) 대비 15.5% 늘었지만 전월(6334대)과 비교해서는 15.2% 줄었다. 벤츠 역시 지난해(3148대) 보다 판매가 60.8% 뛰었지만 2017년 4월(5758대) 보다는 12.1% 빠진 실적을 보여줬다.

▲ 메르세데스-벤츠 더 뉴 GLC 쿠페 / 출처 =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BMW는 벤츠를 제치고 2개월 연속 수입차 판매 1위 자리를 꿰찼다. 뉴 5시리즈가 투입되며 신차효과를 발휘한데다 1·3 시리즈 등 소형차급 판매가 늘어난 것이 풀이된다. 벤츠와 판매 경쟁에 불이 붙으며 딜러사별로 다양한 판촉 등을 마련한 것도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벤츠의 경우 신형 E-클래스의 수요가 여전히 충분한 가운데 새롭게 출시된 GLC 쿠페, 스테디셀러인 C-클래스 등이 고르게 팔리며 선전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초까지 이어져온 수입차 E-세그먼트 세단에 대한 인기는 한풀 꺾인 것으로 보인다. 주력으로 분류되는 벤츠 E 220d는 529대, BMW 520d는 472대가 신규 등록됐다. 전월 대비 각각 35%, 28% 하락한 수치다. 소형차급에 대한 수요가 늘며 수입차 소비 패턴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는 배경이다.

중위권 혼전 속 3위 꿰찬 혼다

BMW와 벤츠의 ‘양강체제’가 이어지며 중위권 브랜드들은 혼전을 벌이고 있다. 이 가운데 5월에는 혼다가 1169대를 팔아 3위 자리를 차지했다. 점유율은 6%다.

혼다의 5월 판매는 전년 동월(756대) 대비 54.6% 오른 수치다. 전월(881대)과 비교해서도 32.7%의 성장세를 보여줬다.

새롭게 출시한 CR-V 터보에 대한 판매에 순풍이 분데다 어코드, 어코드 하이브리드 등 주력 차종에 300대 이상 등록되며 분위기를 탄 것으로 보인다.

▲ 혼다 올 뉴 CR-V 터보 / 출처 = 혼다코리아

혼다는 10세대 ‘올 뉴 시빅’을 이달 중 론칭하며 국내 시장 외형 확장에 힘을 쏟을 예정이다. 시빅은 1972년 출시 이후 세계 시장에서 2000만대 이상 팔린 베스트셀링 모델이다. 해외 시장에서 아반떼, 코롤라 등과 경쟁한다.

한편 5월 브랜드별 등록대수는 BMW, 메르세데스-벤츠, 혼다에 이어 포드(1023대), 미니(1013대), 렉서스(864대), 토요타(852대), 크라이슬러(596대), 랜드로버(596대), 볼보(596대), 닛산(579대), 포르쉐(376대), 재규어(296대), 푸조(271대), 인피니티(263대), 캐딜락(215대), 시트로엥(131대), 벤틀리(74대), 피아트(20대), 롤스로이스(6대), 아우디(2대), 람보르기니(2대) 순으로 나타났다.

토요타·렉서스 동반성장···“일본차 전성시대”

혼다에 이어 포드(1023대), 미니(1013대) 등이 5월 수입차 판매 4·5위 자리를 각각 꿰찼다. 렉서스(864대), 토요타(852대) 등은 중위권에서 안정적인 판매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렉서스와 토요타의 판매는 전년 동월 대비 각각 43%, 21% 성장했다. 특히 렉서스의 스테디셀러 ES300h는 541대가 등록되며 월간 베스트셀링카 1위를 차지했다.

혼다에 이어 렉서스·토요타도 고공 행진을 거듭하며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일본차 수요가 급속히 늘고 있다.

5월 수입차 국가별 등록 현황을 살펴보면 일본차는 3727대로 전년 동월(2718대) 대비 37.1% 많아졌다. 점유율도 14%에서 19.2%로 뛰었다. 반면 그간 강세를 보이던 유럽차 등록은 1만3819대로 지난해(1만5393대)보다 10.2% 줄었다. 점유율도 79.1%에서 71.3%로 낮아졌다.

폭스바겐·아우디가 포함된 독일차 판매가 1만2791대에서 1만814대로 15.5% 줄며 전체 유럽차 실적을 깎아내린 것으로 보인다.

올해 1~5월 누적 실적을 살펴봐도 일본차의 성장세가 눈에 띈다. 전체 수입차 시장이 1.2% 성장할 동안 일본차 판매는 29.4%(1만2550대→1만6245대) 늘었다. 같은 기간 유럽차 판매는 7만3624대에서 7만357대로 4.4% 하락했다. 수입차 시장 성장세가 둔화한 가운데, 유럽차에 대한 수요 감소분을 일본차가 흡수한 것으로 풀이된다.

▲ 렉서스 ES300h / 출처 = 렉서스코리아

디젤차 점유율 ‘50%’ 무너지나

수입차 시장에서 디젤차에 대한 인기가 시들고 있다는 점도 일본차의 고공행진 분위기와 그 궤를 같이한다. 독일을 필두로한 유럽 브랜드들이 상대적으로 디젤차에 강세를 보이는 반면 토요타·닛산·혼다 등 일본 브랜드들은 가솔린차와 하이브리드차를 주력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5월 수입차 연료별 등록 현황을 살펴보면 디젤차가 9952대로 51.4%, 가솔린차가 7625대로 39.3%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하이브리드차는 1798대(점유율 9.3%)가 팔렸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가솔린차 판매가 23.3% 증가할 동안 디젤차 등록은 18.7%가 줄었다. 폭스바겐 등이 인증 서류 조작으로 영업을 중지한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디젤게이트’ 등으로 인해 디젤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도가 일정 수준 떨어졌다는 점도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2017년 1~5월 수입차 누적 등록현황을 살펴봐도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난다. 전체 수입차 등록은 9만4397대로 전년 대비 1.2% 늘었다. 가솔린차 판매가 3만7874대로 지난해(2만6421대) 보다 43.3% 성장할 동안 디젤차 등록은 4만8272대로 전년(6만1991대) 보다 22.1% 뒷걸음질쳤다.

이 때문에 가솔린차 점유율은 28.3%에서 40.1%로 뛰었고, 디젤차 점유율은 66.4%에서 51.1%로 내려앉았다. 같은 기간 하이브리드차의 점유율도 5.2%에서 8.7%로 늘었다. 시장에서는 아우디·폭스바겐의 판매 중단이 장기화할 경우 한때 70%를 넘던 디젤차 점유율이 50% 선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도 큰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벤틀리의 선전···폭스바겐 “희망이 있다”

인증 서류 조작으로 판매 중단 처분을 받은 벤틀리가 영업 재개 이후 좋은 성적을 내며 폭스바겐그룹 내부에서 희망의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고급차 브랜드인 벤틀리는 지난달 74대의 실적을 올렸다. 이는 전년 동월 대비 164% 급증한 수치다. 벤틀리는 지난해 8월 모델들의 판매를 정지한 후, 9개월만인 지난달 판매를 재개했다. 판매를 멈춘 사이 대기수요가 발생한 가운데, 지난달 수요가 한번에 해소되며 판매량이 급증한 것으로 분석된다.

▲ 벤틀리 벤테이가 / 출처 = 벤틀리

벤틀리는 플라잉 스퍼, 컨티넨탈 GT V8, 컨티넨탈 GT V8 컨버터블 등에 대해 재인증 절차를 밟아 판매를 진행 중이다. 신규 인증을 받은 SUV 신차 벤테이가도 본격적인 판매에 돌입했다.

벤틀리가 깜짝실적을 올리면서 ‘개점휴업’ 상태인 폭스바겐과 아우디 영업 일선에서도 수요가 회복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감돌고 있다. 수입차 시장에서 매번 베스트셀링카 자리를 꿰찬 티구안이 완전변경 모델로 돌아오는 만큼 인증 절차만 통과하면 다시 한번 부흥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다.

폭스바겐은 6월 현재 기존 차량의 리콜에 집중하고 있어 재인증을 신청하지 않은 상태다. 아우디는 S3, RS7, A8L 등 주요 모델에 재인증을 환경부에 최근 신청했다.

베스트셀링카 ES300h···하이브리드차 ‘약진’

2017년 5월 수입차 베스트셀링카는 541대가 팔린 렉서스 ES300h가 차지했다. BMW 118d 어반(539대), 메르세데스-벤츠 E 220d(529대), BMW 320d(524대), 포드 익스플로러 2.3(524대), BMW 520d(472대), 메르세데스-벤츠 E 220d 4MATIC(463대), 메르세데스-벤츠 GLC 220d 4MATIC 쿠페(453대), 메르세데스-벤츠 C 200(450대), 혼다 CR-V(426대) 등이 뒤를 이었다.

차종별로 판매 대수 격차가 크지 않다는 점이 눈에 띈다. 특히 1위를 차지한 ES300h를 비롯해 주요 하이브리드 모델들이 좋은 반응을 보인 것으로 집계됐다. 혼다의 중형 세단 어코드 하이브리드는 지난달 310대가 팔렸고, 토요타 프리우스(225대), 토요타 캠리 하이브리드(219대) 등도 선전했다.

▲ 출처 = 한국수입자동차협회

배기량별로는 여전히 2000cc 미만 자동차가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 것으로 파악됐다. 2000cc 미만 수입차는 지난달 1만1275대가 등록돼 지난해 보다 수요가 0.6% 늘었다. 점유율은 58.2%를 기록했다.

2000~3000cc 자동차는 6674대가 팔려 34.4%의 점유율을, 3000~4000cc 수입차는 1009대가 등록돼 5.2%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4000cc 이상 자동차는 417대가 팔려 지난해보다 판매가 15.2% 줄었다.

한편 구매유형별로는 5월 신규 등록 1만9380대 중 개인구매가 1만3002대로 67.1%, 법인구매가 6378대로 32.9%였다. 개인구매의 지역별 등록은 경기 3910대(30.1%), 서울 3050대(23.5%), 부산 842(6.5%) 순이었다. 법인구매의 지역별 등록은 인천 1793대(28.1%), 부산 1764대(27.7%), 대구 1001대(15.7%) 순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