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알파고 쇼크 후 인공지능이 글로벌 ICT 업계의 화두로 부상한 상태에서, 이를 실질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묶어 초연결 생태계로 수렴하려는 각자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두 가지 측면을 동시에 생각해야 한다. 바로 인공지능에서 시작된 초연결 생태계 기조가 음성인식 스피커로 발전하는 상태에서 자연스럽게 스마트홈으로 전개되는 장면과, 스마트폰 이상의 플랫폼을 모색하고 있는 기업들의 실질적인 수익 구조. 현실과 이상을 넘나들며 현황을 파악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 과정에서 나름의 총론은 나왔다. 모바일 시대에서 초연결 사회로 빠르게 이동하는 상황에서 인공지능을 스피커로 담아내어 차세대 플랫폼을 연결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그 과정의 각론이다. 어떻게 연결하고 협력해 매력적인 생태계를 만들 수 있을 것인가?

▲ 홈팟 설명. 출처=애플

인공지능에서 스피커로
애플이 지난 5일(현지시간) WWDC 2017을 통해 iOS11과 새로운 아이패드 프로 등 다양한 경쟁력을 공개한 가운데, 인공지능 시리의 솔루션 고도화와 더불어 음성인식 스피커 홈팟(Home Pod)을 전격적으로 공개했다. 팀 쿡 CEO는 "아이폰이 스마트폰 시장을 평정한 것처럼, 홈팟은 집에서 음악을 즐기는 방식을 재정의할 것"이라는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7개 스피커와 4인치 서브 우퍼를 장착한 홈팟은 팀 쿡 CEO의 말처럼 애플뮤직과의 연결성이 눈길을 끈다. 강력한 콘텐츠가 이미 존재하는 상황에서 집에서 음악을 즐기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공하겠다는 뜻이다. 약간 다른 말이지만 로엔을 인수한 카카오가 조만간 음성인식 인공지능 스피커를 출시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콘텐츠와 플랫폼을 활용해 새로운 시장에 진입하는 나름의 표준을 마련할 수 있을 전망이다.

▲ 홈팟. 출처=애플

애플은 왜 홈팟을 공개했을까? 홈킷이라는 자체 스마트홈 시스템과의 연동과 더불어 업계의 오래된 인공지능 솔루션인 시리의 고도화와 연결해 생각할 필요가 있다. 시리의 경우 다른 인공지능과 비교해 출시가 상대적으로 빨랐으나 그 기능에 있어서는 다소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이 대목에서 애플은 시리의 기능성을 강화해 iOS11의 애플 기기 통합성을 내세워 홈팟에 집중, 홈킷의 스마트홈 시스템에 활력을 불어 넣으려는 의도를 보여주고 있다.

결론적으로 인공지능의 기술력을 음성인식 스피커 홈팟에 집중해 애플뮤직을 비롯한 자체 콘텐츠를 매력 포인트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그리고 최종 목표는 더욱 똑똑해진 시리를 바탕으로 홈킷을 매개로 삼아 스마트홈 시장을 정조준한다는 뜻이다.

물론 경쟁자들도 움직이고 있다. 가장 강력한 경쟁자는 역시 아마존이다. 알렉사의 에코(echo)를 내세운 아마존은 글로벌 인공지능 스피커 시장의 71%를 장악하며 이미 최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에코는 아마존의 특기인 이커머스 시장의 가두리 양식장 전략을 최전선에서 지휘하고 있으며, 그 자체로 통합된 스마트홈 시스템을 추구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 에코. 출처=아마존

특히 아마존의 수직계열화 전략과 교집합이 많다. 아마존은 에코닷을 비롯해 다양한 파생 라인업을 공개하는 한편, 대시로 대표되는 초연결 스마트홈 시스템을 공격적으로 런칭하는 한편 아예 자체 브랜드 강화까지 노리는 상황이다. 이러한 일련의 행보는 아마존 이컴머스 월드의 중심에 에코를 덧대어 그 자체로 스마트홈 시장을 장악, 사용자의 라이프스타일까지 몽땅 얻으려는 의도로 읽힌다.

마이크로소프트도 있다. 삼성전자가 인수한 하만카돈과 협력해 코타나가 구동되는 인보크(Invoke)를 개발하고 있으며, 이러한 경쟁력은 홀로렌즈를 비롯한 다양한 경쟁력과 연동될 가능성이 높다. 또 일본의 소프트뱅크도 최근 플렌고어 로보틱스와 함께 인공지능 스피커 플렌 큐브를 공개할 전망이다.

▲ 플렌 큐브. 출처=캡처

국내도 다양한 플레이어들이 뛰어들고 있다. 일단 SK텔레콤은 누구를 출시하며 기세를 올리는 중이다. 통신사의 비전을 단순한 네트워크에서 초연결로 이동시키려는 주도적인 행보라 시선이 집중된다. KT는 IPTV의 강력한 점유율을 바탕으로 기가지니를 출시, 일각에서 '무리한 밀어내기 영업이 아닌가'라는 지적을 받을 정도로 전사적으로 매달리고 있다.

네이버는 올해 하반기 웨이브라는 인공지능 스피커를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카카오도 비슷한 제품을 공개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 업체들이 인공지능 스피커를 선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현 상황에서 인터페이스 혁명이 핵심으로 보인다. 지금까지의 텍스트 중심 인터페이스는 나름의 한계가 뚜렷한 상태에서, 일종의 인간과 기계의 피드백 방식을 180도 바꾸겠다는 의도다. 그 과정에서 간편한 의사소통 수단인 음성이 인공지능의 기능성과 만나는 분위기다.

물론 인공지능 기술력과 비례해 음성인식 정확도를 고도화시키는 작업이 변수지만, 최근 구글의 경우 음성인식 정확도가 95%에 육박한다는 말까지 나오는 등, 기술의 발전은 나름의 속도감을 잘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로 미국 실리콘밸리 벤처투자가 메리 미커(Mary Meeker)는 지난 1일 코드 컨퍼런스에서 "구글 음성인식 정확도가 95%에 달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결론적으로 인공지능 기술력이 날로 발전하는 상황에서, 브랜드 수직 계열화 및 다양한 협력이 이뤄지는 한편 음성인식을 새로운 인터페이스로 활용해 스피커라는 형태로 초연결 시대를 장식하는 셈이다. 물론 음성인식을 핵심 인터페이스로 활용하려는 순간 사생활 침해 등의 문제가 발생할 여지는 있다. 이러한 부분에 대한 고민을 해결하는 것도 추후 기업들의 책무로 보인다.

▲ SKT 누구. 출처=SKT

스피커에 인공지능을 담았다면?
모바일 시대의 강자들은 도래하는 초연결 시대를 '자신들의 손'으로 결정하려고 노력한다. 그 과정에서 인공지능을 선택했으며, 음성인식을 새로운 인터페이스로 선택한 분위기다. 음성인식 센서와 빅데이터 활용 및 머신러닝 기술력이 차곡차곡 축적되는 상황에서 나름의 자신감도 올라왔다.

그렇다면 다음 단계는 무엇일까? 인공지능을 스피커에 담아 인터페이스 사용자 경험을 비약적으로 바꾼다면, 그 다음은 무엇일까?

당연히 스마트홈 구축이다. 최근 벌어지는 모든 과정의 결론은, 바로 '당신의 집'을 장악하는 것에 있기 때문이다. 구글의 구글홈, 아마존의 에코, 애플의 홈팟은 거주공간의 초연결 생태계를 조성하는 각자의 로드맵에서 큰 역할을 차지한다. 모든 정보와 피드백이 24시간 연결되어 있다면, 그 중심에 인공지능을 비서로 설정하는 방식으로 음성인식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이는 제조사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의 경우 타이젠을 심장으로 삼아 인공지능 빅스비로 확인된 경쟁력을 자사의 가전기기에 확실하게 뿌리는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여기에는 현실적인 고려사항도 있다. 모바일 시대의 대표작인 스마트폰은 지금 긴 호흡으로 볼 때 역성장이 유력하다. 삼성전자 및 애플 등이 지금 이 순간에도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시장을 견인하고 있으나 스마트폰의 생명이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포스트 스마트폰을 모색해야 하는 순간이다. 무엇이 있을까? 자율주행차 등 지엽적인 아이템이 상당한 관심을 모으고 있으나 거시적 관점에서 거주공간, 즉 집 자체가 대단위 플랫폼이 되는 분위기다. 어차피 초연결 시대이기 때문에 모든 기기는 독립적인 생산성을 보여주기에 분명한 한계가 있다. 그렇다면 기기를 묶어 하나의 유기적인 생태계를 창출하는 것이 당연한 답이 된다.

▲ 인텔 자율주행차 실험소. 출처=인텔

그렇디 때문에 LG전자는 구글 및 아마존과 협력하고 있으며, 애플은 홈킷의 고도화를 노리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이 양념이 되어 미래 소통의 플랫폼이 되며 ICT 기업이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피력하고 통신사들이 속속 스마트홈 프로세스를 공개하는 셈이다. 총론은 나왔지만 각론은 불투명한 시대. 생태계는 다양하지만 집은 하나다. 결국 적자생존의 치열한 전투가 벌어질 것이 확실한 가운데 그 미래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