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팅과 통신기술이 크게 발달하면서 사회변화가 다급하다. 기술발달은 우리가 일하는 방식, 노는 방식, 그리고 소통하는 방식을 변화시켰다. 새로운 기술 역량은 새로운 산업, 조직 그리고 비즈니스 모델에 활용되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과 기계자동화는 엄청난 경제적 이득을 창출할 수 있겠지만 인간에겐 일자리가 사라진다는 부담으로 남아 있다. 인공지능은 특정 업무에서 인간의 능력을 증강시킬 수도 있지만 일부는 일감을 사라지게 한다. 자연히 인력 수요를 변화시키고 일부 일자리는 줄어들게 된다. 기술발달이 인간의 역할을 새롭게 정의할 수 있다는 관점에서 미래의 일들을 점검해보고자 한다.

정보 기술이 이미 사회를 충분히 변화시켰다고 볼 수 없다. 아직도 시작단계일 뿐 더 커다란 변화가 지속적으로 뒤따를 것이다. 컴퓨팅 성능과 네트워크 속도는 계속해서 증가할 것이다. 전 세계의 인터넷 접속 인구도 더 빠르게 증가할 것이다.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발달로 음성 인식, 이미지에서의 얼굴 및 다른 물체의 식별, 텍스트의 해석 및 번역, 의료 데이터의 분석, 자동차 운전 등과 같은 일들을 컴퓨터가 인간보다 더 능숙하게 처리해낼 가능성이 높다. 인간의 직관력을 이기지 못할 것이라고 믿었던 바둑 게임에서 인공지능은 인간 중 최고수들을 제압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인간의 추리력을 능가하는 게임 실력으로 포커 게임에서도 프로 선수들을 물리쳤다. 인공지능 챗봇들은 모바일 폰이나 인터넷 웹페이지에서 자연어로 인간과 대화하며 간단한 정보검색이나 상담사 역할을 소화해내고 있다. 금융시장에선 자동투자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인공지능도 있다. 인공지능들은 이미 알게 모르게 실생활에 침투해 활용되고 있다. 인공지능의 심층신경망 학습법이란 과거의 경험들을 축적한 데이터에서 패턴을 찾아내고 이를 기반으로 미래의 변화를 추정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앞으로 데이터의 증가와 더불어 컴퓨팅 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기계학습 전용 칩이 개발되면서 인공지능의 적용분야는 더욱 확산되고 고도화될 것으로 판단된다.

 

인공지능은 더욱 고도화될 것이다

첨단 분야에선 연구개발 투자가 지속되고 기술발전 속도가 빨라질 것이다. 병렬처리 하드웨어, 기계학습 전문 하드웨어, 프로그램언어 발달로 컴퓨터 성능은 더욱 향상될 것이다. 컴퓨터 속도만 증가하는 것이 아니라 모바일 인터넷, 사물인터넷, 클라우드 컴퓨팅, 데이터 저장, 인공지능, 로봇기술, 가상 및 증강현실 기술, 기계학습기술이 발전하게 된다. 생명의 신비를 파헤치는 기술발전도 예상된다. 이런 기술들이 일자리 형태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업무들을 디지털화하거나 자동화할 기회는 넘쳐난다. 특히 언어처리 영역에서 문제해결 및 패턴 매칭에 이르기까지 인공지능이 점차 완전한 형태로 발전함에 따라 노동력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 같다. 기계동작 역시 민첩해지고 섬세해지고 있어 지금까지 사람의 손동작에 의존했던 작업들도 자동화 단계로 넘어갈 수 있게 되었다. 앞으로 10여년에 걸쳐서 점차 자율자동차가 확산될 수 있어서 운송부문에서의 일자리가 상당수 감소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컴퓨터가 언어를 알아듣고 이미지 구분능력이 발전하게 되면 인간보다 청각 및 시각능력이 높아져 초인적 능력을 갖게 될 날이 5~6년 이내로 다가왔다. 이런 능력은 병리학자나 방사선학자 그리고 보안요원들의 업무를 대부분 대신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른다고 할 수 있다.

 

첨단기술도 인공지능의 도움 없인 해결할 수 없다

컴퓨터 인공지능은 연구개발 도구로도 크게 활약하게 될 것이다. 예를 들면 단백질의 화학적인 구조는 아미노산의 서열에 따른 선형복합체이지만 개개의 단백질이 고유한 접힘 형태로 존재한다. 학자들은 아미노산 서열 자체의 정보가 고유한 접힙 형태를 결정한다고 믿고 있지만 그 화학적 원리는 아직 모른다. 만약 화학적 원리를 안다면 단백질 서열을 바꿔 접힘 구조를 임의로 설계할 수가 있지만 아직 불가능하다. 단백질 접힘 문제를 이론적으로 접근해 실험이 제공하지 못하는 정보들을 얻으려는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중요한 질문으로는 어떤 화학적 결합력이 최종 구조를 결정하는지, 반응 속도가 어떻게 결정되는지, 반응 중간체가 존재하는지, 반응 경로(Reaction Pathway)가 유일한지 아니면 다양한지 등이다. 수많은 연구 결과를 통해 상당량의 정보가 축적되고 이 현상에 대한 이해가 깊어졌지만, 단백질 접힘 문제는 아직도 해결된 질문보다 더 많은 질문을 남기고 있다. 아마도 이 문제는 인공지능의 도움이 없이는 해결되기 힘들 것 같다.

제약업체가 신약을 한 종 개발하는 데 소요되는 기간은 약 14년에 비용은 약 26억달러 정도라고 한다. 그런데도 그중에서 10% 정도만이 시장에 상품으로 나올 수 있다. 만약 신약개발 과정에 필요한 방대한 양의 생명과학 특허, 유전자 정보, 발표논문들을 인공지능으로 분석해낸다면 단기간 내에 획기적인 신약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들이 설득력이 있다. 현재도 많은 바이오 신생기업들은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신약개발에 열중하고 있다. 물론 이 작업을 주도하는 사람들은 생명공학 과학자들이며 인공지능은 이들이 요구하는 데이터 분석 및 학습을 맡아서 처리하고 있다.

미국 오하이오 주 라이트 패터슨 공군연구소에선 로봇실험 장치와 인공지능 그리고 데이터 과학을 결합한 재료자동개발 시스템인 ARES를 신재료 개발에 활용하고 있다. 전통적인 재료 개발은 연구자가 실험계획, 실험수행, 데이터 분석, 그리고 해석을 거쳐 연구 성과를 평가하는 작업을 반복하는 과정이다. 아무리 빨리 실험을 해도 하루에 1~2종류 시료 이상은 처리하기 힘들다. 그런데 ARES는 전자동으로 하루에 100종 이상의 실험을 완료하므로 재료 개발 과정을 크게 단축시킬 수 있다. 탄소나노튜브는 가볍고 유연한 전도체 물질로 컴퓨터 칩에서 비행기 날개까지 용도가 다양한 재료다. 이 탄소나노튜브의 최적 성장조건을 찾아내는 실험을 ARES는 자율모드로 실시한 결과, 600회 이상의 미세조건 변화 실험에서 원하는 성과를 달성했다. ARES는 매회 실험마다 발생하는 장비 준비, 모니터링 및 청소 같은 지루한 작업에서 연구원을 해방시켰으며 단기간 내에 원하는 실험 목표를 달성해내는 실험적 수단을 갖게 됐다. 이로써 연구원들은 보다 창의적이고 고차원적인 통찰력을 이끌어내는 데 온 힘을 기울일 수 있게 되었다.

 

인공지능은 평범한 현상도 전문가의 도구로 바꿔준다

라지브 매헤스워렌(Rajiv Maheswaran)은 데이터 정보과학자로 세컨드 스펙트럼의 CEO이다. 그는 농구 게임에서 선수들의 거친 움직임을 점의 이동으로 표현하는 수학이 숨겨져 있다고 테드(TED) 강연에서 소개했다. 그는 경기 중 선수들의 움직임을 점으로 표시하고 패스나 슛 등의 동작을 행동으로 분류해서 포스트업(Post up), 팩앤롤(Pick and Roll), 아이솔레이션(따돌림), 피봇(Pivot) 등 모든 농구 경기의 흐름과 작전을 기계학습으로 분석해냈다. 그는 매순간마다 각 선수의 슛 성공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고 게임을 이길 수 있는 새로운 작전을 제안 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해냈다. 물론 컴퓨터가 게임을 이해한다고 해서 선수가 달라지지는 않지만 NBA농구팀 코치들에게 경기를 관전하는 새로운 방법을 제공할 수 있었다. 매순간 선수가 리바운드된 공을 잡을 확률이나 슈팅의 성공확률을 예측할 수 있게 됐다. 따라서 수십년간 NBA에서 경기를 관전해오던 코치들도 이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로 경기 도중에도 선수들을 기용하거나 작전 지시를 달리하는 기준을 데이터 확률로 판단할 수 있게 됐다. 코치의 작전이 인공지능의 경기분석 결과에 의존하게 됐다고 할 수 있다. 이 기술은 다른 분야에도 그대로 응용 가능한데 예를 들면 돌이 채 안 된 아기가 두 발로 설 확률, 그리고 한 발을 내딛을 확률도 계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더 나아가서는 한 도시가 가장 최적으로 관리되기 위한 조건들도 계산해낼 수 있다고 한다. 미래도시는 모든 도시민의 활동, 유틸리티의 공급망 그리고 에너지 소비추세 등을 데이터로 모아서 인공지능으로 종합분석하고 관리해주는 스마트 도시가 될 수 있다고 그는 주장한다.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한 인공지능은 지금까지 인류가 경험해보지 못한 전혀 새로운 데이터 과학의 세계를 열어주게 된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역량을 크게 확장시켜 준다고 생각하면 된다. 데이터의 흐름을 반복해서 추적하고 그 패턴을 정리하다 보면 인간이 미처 이론적으로 규명할 수가 없었던 숨어 있는 현상들이 드러나게 된다. 데이터는 블랙박스 속에서 인공지능의 도움으로 새로운 이론으로 탄생하게 된다. 이 새로운 이론은 인간이 물리적 현상을 관찰하거나 수학적 모델을 컴퓨터 시뮬레이션해서는 알아낼 수 없었던 전혀 새로운 차원의 이론이다. 예술품으로 설명하면 인간은 오묘한 인공지능의 내공을 활용해 인간의 힘으론 가능하지 않았던 전혀 새로운 작품이나 예술의 경지를 창조해내는 일을 맡게 된다. 흥미롭게도 전문적인 영역에서의 인공지능의 역할은 전문가들만이 이해할 수 있는 세밀한 언어로 표현된다. 전문적 식견이 없는 보통 사람은 인공지능의 훌륭한 작품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활용할 수도 없다. 인공지능은 전문가가 마무리할 수 있도록 도자기로 치면 훌륭한 초벌구이를 만들어 놓는다고 비유할 수 있다. 일반인은 초벌구이 작품도 훌륭하게 보지만 전문가는 인공지능이 만들어낸 초벌 작품을 예술품으로 마무리하는 솜씨를 발휘하게 된다. 결국은 전문가의 식견이나 창의성에 의해 인공지능의 성과가 예술품으로 빛을 발할 수도 있고 평범한 도자기가 될 수도 있다. 그런 관점에서 인공지능은 전문가들이 마술을 부릴 수 있도록 바탕을 깔아주는 마술 지팡이 같다고 할까? 인간은 모두 분야마다 전문가의 경지에 올라 있어 예술품을 빚어내는 일을 맡아야만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