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ello Fresh

하루 종일 근무를 하고 돌아와서 지친 몸으로 음식을 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구나 한국 음식을 준비하는 것은 최소한 1시간 이상은 걸리는 오랜 작업이다. 한식의 기본 상차림은 3첩 반상이니 밥과 국 외에도 반찬을 3개나 준비해야 하는데 외국에서 한국 채소나 나물을 구하기도 쉽지 않을 뿐더러, 매번 한국 슈퍼나 아시아 상점까지 가는 것도 번거롭다.

국이나 찌개를 끓이려고 해도 맛이 나게 오랫동안 끓이려면 1시간 가까이 소요되니, 지치고 힘든 날에는 집 근처 중국 음식점에서 포장 음식을 싸오는 날이 많다. 오븐에 넣어서 요리하는 서양 음식은 한국 음식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편리한데, 오븐에 넣고 익혀질 때까지 다른 일을 할 수 있고 시간이 되면 알아서 알람이 울리니 태울 염려도 없다.

그러나 본래 자라면서 먹던 음식이 아니라 그런지, 아무리 해봐도 음식점에서 먹는 맛이 나지도 않고 어쩐지 늘 어설픈 느낌이라서 몇 번 시도한 뒤로는 배달 음식이나 포장 음식을 먹게 되었다.

건강한 음식을 먹어야 하는데 너무 음식점의 튀기고 짠 음식만 먹어서 걱정이라는 필자의 하소연에, 친구가 식재료 배달 서비스를 한번 이용해보라고 권유했다. 뉴욕에서 시작해서 이미 유명세를 탄 블루 에이프런을 비롯해서 헬로 프레시, 플레이티드, 선바스켓, 그린셰프 등 전문가들이 시장이 포화됐다고 말할 정도로 많은 식재료 배달 서비스가 있었다.

요리에 필요한 모든 식재료가 손질돼서 요리법과 함께 같이 배달되므로 오븐이나 가스레인지에 손쉽게 조리만 하면 된다는 말에 솔깃해서 주문을 해봤다.

특히 서양식 요리에는 한국 요리에서는 잘 쓰지 않는 다양한 향신료나 오일, 야채 등이 들어간다. 한 끼 해먹자고 이를 다 사기는 부담스러운데, 식재료 배달 서비스는 딱 요리에 필요한 분량만큼 모두 배달해주니 낭비가 없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요리도 무척 쉽다고 친구는 권유했지만 막상 배달된 재료들을 받아보니 실제와는 다소 차이가 있어서 조금 실망스러웠다. 요리에 필요한 모든 식재료가 있는 것은 맞는데, ‘손질이 되어 있다’는 말을 이미 다 씻어서 잘라져서 온다고 이해했던 것과 달리, 비닐 백에 담긴 야채와 고기는 일일이 다시 씻고 자르고 다져야 했다.

들어 있는 향신료와 버터, 소금 등을 요리법에 적힌 대로 모두 넣어서 요리하니 제법 음식점에서 먹는 것과 같은 맛이 났다. 하지만 소금이나 지방 함량이 꽤 높아서 과연 집에서 요리했다고 건강식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 의문스러웠다. 한 끼당 가격도 평균 10달러로 음식점에서 사먹는 것과 큰 차이가 없고, 요리하는 데 1시간은 걸리는 점도 늦게 퇴근하는 날은 부담스럽다.

물론 이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일일이 슈퍼마켓에서 재료를 골라 사는 불편함 없이 집까지 식재료를 배달해준다는 점은 만족스러웠고, 동봉된 요리법을 통해 따라 하기 쉽다는 점은 제법 괜찮았다.

식재료 배달 서비스를 이용해본 사람들은 대부분 이런 장점 때문에 꾸준히 이용한다. 특이한 점은 일이 바쁜 일부 시기 등에 일시적으로 식재료 배달 서비스를 이용할 것으로 예상하기 쉬운데, 사실 많은 고객들은 연중 지속적으로 식재료 배달을 이용한다고 한다.

한 식재료 배달 서비스업체의 CEO가 앞으로는 오프라인 슈퍼마켓이 아니라 아마존이 식료품 쇼핑을 담당할 것이며, 식재료 배달 서비스는 ‘오늘 무슨 음식을 먹을지’ 고민을 해결해줄 것이라고 자신하는 근거다.

고객들의 반응에 힘입어 지난 2012년 처음 시작된 식재료 배달 서비스 업계 전체의 판매액은 2016년 15억달러에 달했으며 향후 5년 이내에 수십억달러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식재료 배달 서비스 시장의 가장 큰 업체인 블루 에이프런의 경우 매출이 7억5000만달러에서 10억달러 사이로 알려졌으며 회사 가치도 약 30억달러로 평가받으면서 증시에 곧 상장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