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에 방문한 일본인 다카유키(30)씨는 최근 홍익대학교 인근 클럽을 방문했다가 깜짝 놀랐다. 클럽 앞 좌판에 많은 젊은이가 풍선 내 가스를 흡입하기 위해 모여 있었는데, 가스를 마시고 난 후 사람들의 표정이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장면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외국 여행에서 마약을 한 사람들을 본 적이 있다. 눈에 초점이 없고 계속해서 웃었다. 딱 그 모습이었다”라며 “한국은 마약 규제가 엄격한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길거리에서 마약을 판매하는 줄 알았다”고 의아해했다.

다카유키 씨가 목격한 것은 현재 대학가, 술집 등에서 ‘파티용 환각제’로 유명세를 치르며 판매되고 있는 ‘해피 풍선’이다. 해피 풍선에는 아산화질소(N2O)가 들어있으며, 1개당 3000~5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판매자들은 “상쾌하고 달콤한 향과 맛이 나며, 마시면 몸이 붕 뜨는 느낌과 행복감, 웃음 등이 느껴진다”라고 홍보를 하고 있다.

▲ 지난 6월 5일 찾은 홍대 길거리에서 해피 풍선이 판매되고 있다. 사진=유수인 기자

 

▲ 해피 풍선은 아산화질소 캡슐과 풍선, 소형 휘핑크림 제조기로 만들 수 있다. 사진=유수인 기자

해피 풍선은 합법적인 마약? 치과에서 마취 보조제로 사용 中

아산화질소를 흡입하면 술에 취한 듯 순간적으로 정신이 몽롱해지는 효과를 나타낸다. 몸이 둥둥 떠다니는 듯한 느낌이 들고, 기분이 좋아지면서 웃는 듯한 얼굴 모양이 형성돼 ‘웃음가스’라고 불리기도 한다. 효과만 보면 ‘합법적’인 마약 같은 느낌이다. 

아산화질소는 수술할 때 사용하는 마취 보조 가스인데, 주로 치과에서 긴장을 낮추기 위해 사용된다. 식품업계에서는 휘핑크림 제조에 사용된다.

아산화질소의 장점은 전신 마취, 부분 마취 등 다른 마취 형태와 달리 부작용이 적다는 점인데, 그것도 어디까지나 ‘적정량’을 투여했을 때 얘기다.

‘사망’ 사례 보고에 일부 업장에선 ‘해피 풍선 사용 금지’ 푯말 배치

아산화질소를 많이 흡입하면 구토와 현기증, 호흡곤란, 일시적인 기억상실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으며 최악의 경우 죽음에도 이를 수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에 따르면 아산화질소를 지속해서 흡입하면 백혈구감소증, 혈소판감소증, 중증 거대적아구성 빈혈 등 혈액학적 독성 및 신경병증이 나타날 수 있으며, 이러한 독성은 비타민 B12 결핍에 의한 것일 수 있다.

병원에서 사용되는 아산화질소는 전문가가 환자 상태를 고려해 적당한 양과 농도를 조절해 사용하기 때문에 비교적 안전하지만, 일반인의 경우 적당량을 조절하기 어렵기 때문에 부작용 위험이 높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2012년 미국 할리우드 배우 데미 무어(Demi Moore)는 아산화질소 중독으로 온몸에 경련을 일으키고, 의식불명에 빠지기도 했다. 영국에서는 2006년부터 2012년까지 아산화질소 흡입으로 17명이 숨졌으며, 최근 경기도 수원시 한 호텔에서는 20살 A씨가 아산화질 과다 흡입으로 숨진 채 발견됐다.

▲ 클럽 협의체는 현수막을 통해 해피 풍선 사용을 경고하고 있다. 사진=유수인 기자
▲ 한 업장에서는 업장 내 웃음가스(해피 풍선)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사진=유수인 기자

상황이 이렇다 보니 홍대 인근 클럽에서는 해피 풍선 사용을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다. 클럽 협의체들은 “한순간의 웃음을 주는 해피 풍선으로 20초 만에 당신의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는 현수막을 내걸며 경각심을 주고 있다. 한 업장에서는 “웃음가스 흡입 시 목숨을 잃는 사례가 해외에서 많이 보고되고 있다. 본 업장에서는 웃음가스 사용을 일체 불허하며, 밀반입 시 즉각 강제 퇴장됨을 경고한다”고 주의를 요하고 있다.

“안전하니까 국가에서 규제 안 하는 것 아닌가?” 호객 행위에 청소년도 ‘힐끔’

정작 정부는 “나 몰라라”다.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이 “아산화질소는 마취 효과와 중추 자극 때문에 약물 오용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라고 경고하고 있지만, 중독성이 없다는 이유로 마약으로 분류돼 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해피풍선을 단속할 법적 근거가 없는 상황이다.

현재 해피풍선 판매자들은 앳되어 보이는 행인에게도 “현금이 없다면 계좌이체도 가능하다. 불법이 아니다. 지금 아니면 언제 해보겠느냐”며 호객행위를 벌이고 있다.

▲ 지난 6월 5일 홍대 길거리에서 사람들이 해피 풍선을 구매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판매자는 "현금이 없으면 계좌이체도 가능하다"라며 해피 풍선 구매를 권유하고 있다. 사진=유수인 기자

해피풍선을 구매하기 위해 줄을 선 학생들은 “잇따른 부작용 소식에 ‘위험하진 않을까’ 하고 두려움이 있었지만, 국가에서 규제를 하지 않는 이유는 안전하기 때문일 것”이라며 풍선을 구매하고 있었다.

해외에서는 각종 부작용 때문에 의료 또는 허가된 용도 외 개인적 사용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독성정보제공시스템을 통해 각종 독성 사례를 게시하는 데 그치고 있다.

하지만 그 독성 사례가 여러 케이스에 걸쳐 발생되고, 심각한 중증 질환 및 사망에까지 이르게 할 수 있다. 특히 신체가 건강하지 않거나 청소년에게 더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에 ‘해피풍선’ 판매에 대한 정부의 규제는 반드시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해피 풍선 흡입 후 호흡 곤란오면 신선한 공기 맡아야
한편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은 아산화질소를 흡입한 후 부작용이 발생했을 시 ‘신선한 공기’가 있는 곳으로 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은 “기침이나 호흡곤란이 있는 경우, 저산소증, 기관지 자극, 기관지염, 폐렴으로 이어졌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속적인 노출에 의해 골수억제, 신경병증이 나타날 수 있으며, 일반적으로 노출이 중단되면 혈액학적 변화는 다시 정상으로 되돌아오지만, 재노출에 의해 다시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은 “때문에 백혈구감소 기간 동안 출혈이나 감염증상에 대한 모니터링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