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도 안성시에 위치한 중소 건설업체인 A 기업은 전문건설업체다. 회사는 특별한 시공법으로 성장 가도를 달렸으나 일시적인 수주량 감소로 유동성 위기가 왔다. 회사는 법정관리절차를 밟았다. 일련의 과정을 거친 후 회사는 법원의 판결에 따라 법정관리 절차를 졸업했다. 종결 결정에 따라 A 기업은 경영주가 다시 운영하게 됐다. 한데 경영주는 조기종결을 통해 빠른 사업 재건 및 변제 계획을 이행하려 하였으나, 빈번히 건설수주에 실패하면서 회사 정상화가 쉽지 않았다. 회사는 상환마저 밀리게 되면서 불과 1년 뒤 파산 절차을 밟았다.

대형 건설사나 중견 건설들을 제외하면 대부분 소규모 건설사들은 회생절차를 밟아도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없다. 이는 건설사 특유의 파탄원인과 관계가 있다.

중소 건설사들은 매월 지출되는 운영비를 감당하기 위해 적자 수주라도 불사하는 예가 많다. 이 때문에 적자 폭을 메우기 위해 차입금이 늘어난다. 이런 상태에서 회생절차를 밟으면 수주마저 되지 않는다.

회사는 어쩔 수 없이 기존 수주 공사에 따른 기성(잔)고을 유지하면서 버틴다. 이 과정에서 거래처 불신으로 원자재 공급이 원활하지 않게 되고, 임직원의 이탈이 일어난다. 회사는 더 회생절차를 수행하지 못하고 중도에 파산절차로 이행한다. 이것이 중소건설사의 회생절차 현실이다.

파산법원이 중소건설사의 회생신청에 대해 기각하는 사례가 많은 것은 이와 같은 이유 때문이다.

법원이 중소건설사 중 회생절차 개시결정을 내리는 업체는 앞서 언급한 A 기업처럼 특수한 기술을 가진 업체다. 평균적인 시공은 일반 건설 업체가 공사를 해도 가능한 일이지만, 전문분야에 특수한 노하우가 있는 기업은 인가 이후에도 살아남을 여지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A 기업은 이처럼 차별화된 기술력이 있는 업체였다. 그런데 A 기업이 조기종결 받을 정도로 빠른 회사 정상화 여건을 이뤘음에 불구하고, 1년 만에 회생 폐지결정을 받았다. 회사의 조기 경제 복귀를 위해 법원에서 내린 조기종결은, 역설적이게도 A 기업을 사지로 내몰았다.

이를 두고 건설업계 관계자는 어떤 경우에는 조기종결이 오히려 회사를 힘들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기종결은 회사의 빠른 경영 정상화를 위해 시행된다. 조기종결은 더이상 법원의 통제를 받지 않고 회사를 운영할 수 있다는 의미다. 종결 이전까지 회사는 자금의 지출, 고용, 계약 등 경영권 전반에 관해 법원의 허가서 없이는 집행할 수 없다.

이에 회사는 조기종결을 통해 경영권을 빠르게 확보하는 급선무다. 경영권을 회복한 회사는 유기적으로 사업에 대처할 수 있고, 건설업체는 자력으로 수주 활동을 펼칠 수 있다.

건설사는 건설사업 수주가 회사 존폐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사에 수주는 회사의 생명줄이다”며 “건설사가 수주에 실패한다면 실없는 바늘과 같다”고 건설 수주의 중요성을 표현했다.

다만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회생절차 중에 공사를 수주받는 일은 쉽지 않다. 건설공제조합과 서울보증보험 등과 같이 보증기관이 이행보증이나 하자보증서를 발급해 주지 않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보증기관에서 한번 회생절차에 들어간 회사에 보증을 서지 않는 일이 일반적이다”라며 “이것이 문제가 되어 대부분 도산을 겪은 기업들이 수주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한 건설 감리 관계자는 “회생 기업의 경우 건설 수주는 물론, 아예 보증 고려 대상에서 제외되기도 한다”며 “사실 이미 한번 보증기관의 돈을 떼여갔는데 어떤 보증기관이 다시 도움을 줄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물론 A 기업과 같이 차별화된 중요 기술을 가진 건설업체의 경우는 보증서 발급이 가능하다. 이 경우는 보증료가 다소 높게 책정된다.

▲ 지난달 27일 서울회생법원이 한국도산법학회·도산법연구회와 '절차관계인의 전문성 강화를 통한 채무자의 실질적인 회생 방법 모색'을 주제로 합동 세미나를 27일 서울회생법원 1호 법정에서 개최했다. 이날 세션 2에서 중소기업의 효율적인 회생 방안에 대한 토론이 이루어졌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장영성 기자

조기 종결시 회사의 특수한 상황 고려하는 인식 필요

지난달에 열린 서울회생법원에서도 이러한 문제점이 발제로 나와 토론이 진행됐다. 현실적으로 도산절차를 밟은 기업은 산업이나 개별 기업의 특수성 고려 없이, 단순히 조기종결을 취하는 것은 기업의 한계 발생 요지가 크다는 요지로 의견이 오갔다.

이날 토론에 나선 김원기 연합자산관리자산(유암코) 이사는 “법원이 일방적으로 조기종결로 사건을 마무리 짓고 있다”며 “법원은 종결 파이낸싱이나 채무 재조정 등을 통해 회사가 자력 혹은 스폰서의 후원을 받아 계속 운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고 말했다.

종결 파이낸싱(Exit Financing)은 회사가 조기에 회생절차를 종결하기 위해, 회생 인가 이후 지원되는 지원금이다. 지원금을 받기 위해서는 법원의 허가가 필요하다. 이는 조기종결보다 기업 경영 정상화에 특화된 제도가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을 내비친 것과 같다.

김 이사는 “채무자(기업)는 법정관리가 조기종결이 된다고 하면, 투자받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어느 정도 운영자금이 있다면 수주대금과 보증서를 받을 수 있는데, 기계적인 법원의 조기 종결로 특수한 기술력과 영업력이 있음에도 운영자금부족으로 공사 수주를 받지 못하고 점차 기업가치만 훼손됐다”고 현장 경험을 토로했다. 종결이전에 향후 운영상황등을 고려해, 종결 파이낸싱과 같은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

이어 "그제야 다시 인수·합병을 하겠다고 회생기업이 주장하지만, 회생절차 종결상태에서 다시 재도입 신청을 한다고 해도 회생채권으로 들어가기 어렵다"며 "다시 파산으로 가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김원석 중소기업청 중견기업정책국 사무장은 “법원이 기업이 회생인가결정 후 회생기업의 체질을 개선할 수 있는 적극적 지원도 필요하다”라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