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출처=이미지투데이)

국민건강보험의 공백을 보완해주는 실손의료보험의 보험료를 낮춰야 한다는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새 정부가 내세운 국민 의료비 절감 공약의 일환으로 실손보험료를 낮추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지만 보험사 측은 상품 손해율이 크기 때문에 인하가 힘들다는 입장이다. 비급여 항목에 대한 코드화를 진행해 보험료 인상의 주요 원인인 ‘의료쇼핑’을 예방하고 건강보험의 기능을 강화해 나가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새정부 실손보험료 인하 방침…보험사 “손해율 높아 어렵다”

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국정기획위는 지난달 25일 금융위 업무보고에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에 따라 공보험의 보장범위가 넓어지면서 민영보험인 실손보험이 ‘반사이익’을 봤다”고 지적했다.

국정기획위의 지적은 문재인 대통령의 후보자 시절 공약과 일맥상통한다. 공약집에는 “민간 실손보험이 건강보험으로부터 받는 반사이익분만큼 실손보험료 인하를 유도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실손보험은 국민건강보험이 보장하지 못하는 비급여 항목에 대해 실제 의료비를 보장하는 상품이다. 예를 들어 MRI촬영은 건강보험에 적용되지 않아 약 50여 만원의 비용이 들어가게 된다. 실손보험에 가입할 경우 이 비용을 전액 보장해 준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건강보험 적용이 되지 않아 진료비가 비싼 의료비를 보험을 통해 경감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실손보험 총 가입자는 3000만명으로 사실상 제 2의 건강보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에서 지적한 ‘반사 이익’은 같은 보장을 제공하는 건강보험의 보장률이 높아질 경우, 상대적으로 실손보험이 보장해야 할 부분이 줄어든다는 개념이다. 같은 보험료를 받고도 보장규모가 축소되면서 이익이 늘어나는 효과가 나타난다.

▲ 출처=금융감독원

보험업계는 정부와 반대되는 입장이다. 이미 의료쇼핑 등의 문제로 실손보험의 손해율이 높은 상황에서 보험료 인하는 무리라는 주장이다. 실손보험 손해율은 2013년 115.5%에서 2014년 122.8%, 2015년 122.1% 등 지속적으로 100%를 상회했다. 일반적으로 보험상품의 적정손해율이 77%임을 감안하면 적자가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실손보험 손해율 상승은 일부 소비자가 꼭 필요하지 않은 의료활동에 대해 보험보장을 받는 ‘의료쇼핑’을 단행하기 때문이다. 예를들어 발목 염좌로 병원을 찾은 소비자가 건강보험에 보장되지는 않지만 진료비가 비싼 추나요법, 비타민 주사 등을 이용하고 실손보험금을 타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일부 의료기관에서는 의료쇼핑을 부추기기도 했다. 어차피 보험금으로 지급될 건데 한 가지 치료만 받지 말고 여러 가지 다른 치료로 받으라는 논리로 소비자를 설득했다. 이는 결국 상품 손해율을 높여 실손보험 상품의 적자를 야기했다.

착한 실손보험은 이런 ‘의료 쇼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금융당국이 제시한 해법이었다. 실손보험의 보험료가 비싼 이유가 의료 쇼핑이었기에, 이를 특약으로 분리했다.

기본형의 경우 ▲도수‧체외충격파‧증식치료 ▲마늘주사‧비타민주사 등 비급여주사제 ▲비급여 자기공명영상(MRI) 검사 등이 특약으로 분리된다. 대신 기본형 상품은 기존 상품보다 보험료가 25%가량 저렴해진다. 특약형은 기존 상품과 보험료가 동일하다.

▲ 출처=금융위원회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오히려 가입할 이유가 없어지게 된 결과를 초래했다. 소비자들이 가장 이용을 많이 하는 보장항목은 비급여 분야인데, 이를 특약으로 분리하게 되면서 가장 큰 혜택이 사라지게 됐다. 김치찌개를 시키면 돼지고기가 안에 들어 있었는데, 이 돼지고기가 사라진 셈이다.

실제 ‘착한 실손보험’의 지난 1개월간 가입자 수는 약 9만명으로 매우 저조한 것으로 파악됐다. 기존 실손보험에서 새로운 실손보험으로 갈아타는 전환 가입자의 경우 단 173명에 불과했다. 당국이 야심차게 내놓은 착한 실손보험이 사실상 시장에서 실패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건보 일반 보장률 높이고 실손 고가항목 보장 늘려야”

가장 우선적으로 나오는 대안은 비급여 항목에 대한 코드화다. 건강보험 비급여 항목의 치료는 정확히 진료비가 산정돼 있지 않다. 도수치료, 추나요법 등과 같은 치료의 경우 A병원에서는 1만원, B병원에서는 3만원이 나올 수도 있다. 이를 코드화 시켜 정액을 보장하면 불필요한 진료비가 줄어들 수 있다.

다만 비급여 항목 코드화 역시 임시보완책에 불과하다. 실손보험 주요 주체인 소비자와 의료기관, 보험사 중에서 소비자와 의료기관만 억제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구본기 생활경제연구소 소장은 “비급여 항목 코드화는 소비자와 의료기관의 모럴 헤저드를 예방할 수 있지만 보험사 측의 보험료 인상을 억제하는 장치가 없어 반쪽짜리 대책에 불과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구 소장은 “가장 이상적인 형태는 간단한 질병의 경우 건강보험이 보장하도록 건보의 보장률을 높이고 실손보험은 정말 고가의 항목만 보장해 주는 방식”이라며 “실제 생활에 필요한 분야에 건강보험의 역할을 늘리는 대신 비싼 진료비가 들어가는 부분을 민간실손이 맡으면서 건보재정 낭비를 막고 실손보험의 손해율을 완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