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이미지투데이

저는 흙귀입니다. 예민한 황금귀를 가진 사람들처럼 어떤 음향기기 소리가 제대로인지 구분해내지 못한단 얘기죠.

그렇다고 주눅 들지는 않아요. 이어폰이든 헤드폰이든 스피커든 좋아라하죠. 좋은 제품 사용한다고 흙귀가 갑자기 황금귀가 되는 건 아니지만 나름 그 안에서 재미를 찾습니다.

음향기기에 취미를 붙이고 싶으세요? 시작은 번들 이어폰에서부터라고 생각합니다. 그걸 벗어나야 한다는 얘기죠.

다들 번들 이어폰 하나씩은 가지고 있죠? 대부분 스마트폰 살 때 하나씩은 받았잖아요. 이런 이어폰은 최소한의 성능만을 발휘합니다. 아닌 경우도 있지만.

번들 이어폰은 번거롭지 않아요. 이어폰을 따로 사려고 고민하지 않아도 되니까. 번들 이어폰이라고 해서 품질이 수준 이하인 것도 아니고요 솔직히. 소리 잘만 들립니다.

다만 이런 이어폰만 사용하는 건 시시한 일이죠. 음향기기 쪽에 있어서는 획일화된 취향을 유지하는 거니까요. 음악으로 치면 인기 차트에 있는 노래만 꾸준히 듣는 느낌이랄까.

 

간단 필터가 필요해

이어폰은 단순히 소리를 듣는 도구가 아닙니다. 그 세계가 제법 심오해요. 다양한 브랜드와 제품이 있죠. 제품마다 소리의 특색이 다르고요.

이걸 자세히 구별하다 보면 새로운 취미 하나가 생기는 거예요. 번들 이어폰을 사용하면서 부족하다 느낀 부분을 채워나갈 수도 있고요. 디자인, 착용감, 음질, 기능적인 부분 등 말입니다.

번들 이어폰을 벗어나기로 마음먹었다면 그 다음은 제품을 고를 차례입니다. 쉽지 않은 일이죠. 젠하이저, 보스, 뱅앤올룹슨, 오디오테크니카, AKG 등 세상엔 음향기기 브랜드가 너무 많으니까요.

▲ 출처=오디오테크니카
▲ 출처=비츠바이닥터드레

브랜드를 골랐다고 쳐도 모델이 이것저것 많아서 또 혼란스러워요. 생전 이어폰에 관심 없었던 사람이라면 누가 대신 골라주면 좋겠다고 생각할 겁니다.

절대 조건이 있을 순 없죠. 사람마다 예쁘다고 생각하는 디자인이 다를 거고, 적정 가격이라 여기는 수준도 다를 테니까. 소리도 취향이 갈릴 수밖에 없어요. 중저음이 강조된 타입이냐, 깨끗한 고음이 강점이냐는 물론 듣는 음악 장르에 따라 선택이 갈립니다. 어쩌라는 건지.

처음엔 단순하게 접근하는 게 어떨까요? 너무 고민해봤자 생각이 돌고 돌 뿐입니다. 간단한 필터를 대입해보죠. 10만원 이내 제품을 골라볼까, 오디오테크니카라는 브랜드가 자꾸 눈에 들어오는데 거기 제품 중에 하나 사볼까, 와 같은 필터요.

취향이란 게 차이를 읽어가면서 뚜렷해지는 거 아니겠어요? 번들 이어폰을 지나 이 제품 저 제품 사용 경험이 생기다 보면 취향이 생겨나게 됩니다. 그때부터가 진짜 시작일 수도.

 

파이널 E2000을 만나다

제 얘길 덧붙일 차례입니다. 저는 아이폰 번들 이어폰 이어팟을 써왔어요. 제법 좋은 소릴 들려주기로 소문난 제품이죠. 그래서 긴 시간을 불만 없이 썼는지도 모르겠고요.

최근 이를 대체할 제품을 찾았어요. 번들 이어폰 다음 단계로 택하기에 정말 적합하다는 생각이 되는 이어폰입니다.

파이널 E2000이란 물건이에요. 파이널은 일본 프리미엄 음향기기 브랜드죠. 고백하자면 이번에 처음 알게 된 브랜드이기도 해요. E 시리즈는 엔트리급 모델입니다. 이 브랜드에 신규 유저가 유입되도록 하는 통로 같은 역할이란 얘기죠.

▲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E2000은 가격은 합리적인데 성능에 있어선 타협이 없어요. 디자인부터가 취향 저격입니다. 누군가는 밋밋하고 특별할 것 없다고 얘기했지만 흔한 디자인은 아닙니다.

검정색 유닛에 무심하게 ‘Final’과 ‘E2000’이라고 적혀 있네요. 여기에 후면은 스테인리스 스틸 망으로 처리됐고요. 멋스러운 검정 파우치도 함께 제공됩니다. 제 눈엔 어떤 이어폰보다도 디자인이 뛰어납니다. 사진을 보세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소리에 대해 긴 말을 하긴 어려워요. 흙귀니까. 번들 이어폰 대비 중저음이 강하고 깨끗한 소리를 내며, 같은 볼륨에서 소리가 더 큰 것 같다는 인상 비평이 제가 할 수 있는 전부입니다. 일부 유저는 이 제품을 ‘파이널이 준 선물’이라고 할 정도로 가격 대비 훌륭한 소리를 낸다고 하더라고요.

파이널의 설명을 들어보면 더 믿음직합니다. 최신 음향 기술을 집약하고 심리학적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사람이 모든 음영역대에 귀 기울 수 있도록 설계했다고 하네요.

인간의 심리적 성향에 근거한 사운드 튜닝 방식은 현재 사운드 흐름과는 다른 방향이나 오래 사용할수록 더 좋은 사운드를 느낄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끝이 아니에요. 파이널이 자랑하는 스윙-핏(Swing-Fit) 설계 방식은 이어팁이 이도에 유연하게 삽입됩니다. 소리의 통로를 좁히지 않아 사운드가 고막에 선명하게 전달됩니다.

가장 울림을 주는 말은 이겁니다. “파이널은 먼 미래에도 사운드의 ‘기준’으로 불릴 수 있는 제품을 제작합니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가장 중요한 얘길 안 했네요. 가격! E2000의 진짜 매력은 가격에 있습니다. 6만8000원. 참고로 파이널은 100만원을 넘는 이어폰을 팔기도 하는 브랜드입니다.

이왕에 사는 거 번들 이어폰보다는 성능이 확실히 좋아야 하지 않을까요? 너무 싼 제품은 결국 ‘싼 게 비지떡’이란 인식만 강화시켜줄 테고, 처음부터 비싼 걸 지르기엔 부담스럽고요. 제 입장에선 6만8000원이 여러 가지를 고려해 적정 가격 아닌가 싶네요.

물론 E2000을 사야 해! 이런 말 하려는 건 아닙니다. 다른 선택은 얼마든 가능합니다. 굳이 이어폰 말고 헤드폰 같은 걸 사도 됩니다. 아니면 번들 이어폰을 계속 사용해도 되고요.

뉴노멀한 태도로 본질은 음향기기가 아니라 음악이며, 기본적인 게 가장 탁월하다는 가치관을 내세우면 왜 안 될까요.

번들 이어폰, 바꾸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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