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리비아의 증산으로 국제유가가 하락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파리기후변화협정 탈퇴가 가시화해 석유증산이 본격화하면 석유수출국기구(OPEC)이 아무리 감산합의를 지킨다고 하더라도 국제유가의 하락추세를 막기에는 역부족일 것으로 보인다.

2일(미국 현지시각) 선물시장인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7월 인도분은 전날보다 0.70달러(1.5%) 내린 배럴당 47.66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런던 ICE 선물시장에서도 7월 인도분 브렌트유는 0.69달러(1.36%) 내린 배럴당 49.94달러에 거래됐다. 이로써 WTI와 브렌트유 모두 한 주에 4%대 낙폭을 기록했다.

6월 자동차 여행 시즌이 시작되면서 미국의 휘발유 수요가 늘어나고 있어 재고감소에 따른 유가 반등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는데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파리 기후변화협정 탈퇴 결정이 국제유가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트럼프의 탈퇴 선언이 아니더라도 미국의 셰일오일 증산과 리비아의 증산으로 국제유가는 하락 압력을 강하게 받고 있다. 이에 따라 국제 유가가 배럴당 50달러 아래로 뚝 떨어질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OPEC이 첫 감산합의를 발표했을 때 하루 180만 배럴만 감산하면 유가는 균형을 찾을 것이라는 게 OPEC의 관측이었지만 이후 감산 합의 연장에도 국제유가는 미국과 리비아의 직격탄을 맞았다.

미국의 산유량은 2018년에는 하루 996만배럴에 이를 것으로 예상될 만큼 증가 일로다. 리비아는 생산량을 80만배럴에서 82만5000배럴로 늘렸다. 국제 원유시장은 두 나라에서 쏟아지는 물량을 소화기도 버거운 실정이다.

이 때문에 유가는 3%하락하고 브렌트유는 벤치마크인 배럴당 50달러 아래로 일시 내려가기도 했다고 오일프라이스닷컴은 분석했다.

유가 하락 요인은 또 있다. 심해저 채굴 비용의 하락이 그중 하나다.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심해저 채굴 비용이 2014년 75달러에서 현재 50달러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보도했다.

둘째 채굴장비의 증가다. 지난 4일로 끝난 한 주 기준으로 총 채굴장비는 722개로 늘어난 20주 연속 증가했다. 채굴 장비가 늘어나면 원유생산이 늘어나는 것은 불을 보듯 훤하다.

오일프라이스닷컴은 베테랑 시장전략가인 토마스 리의 말을 빌려 석유시장이 현재 선물가격이 현물가격보다 하락하는 백워데이션으로 진입하는 국면이라고 진단했다. 다시 말해 단기 유가가 장기유가보다 높아져 투매를 촉발할 수 있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가 유가 전망치를 낮춘 것도 이런 요인들을 모두 감안한 것이다. 골드만삭스는 특히 OPEC의 ‘출구전략’ 부재에 대해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기후협정 탈퇴를 공식 발표함으로써 미국 원유 생산 증가 속도가 현재보다 빨라져 공급과잉이 지속될 수 있는데도 뚜렷한 전략을 내놓지 못하는 탓이다.

한편 금값은 소폭 상승했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7월 물 금 가격은 전날보다 온스당 10.10달러(0.8%) 오른 온스당 1280.2달러에 마감됐다. 시장 예상치를 따라가지 못하는 6월 고용지표 탓에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상 속도가 늦춰질 것이라는 기대가 퍼지면서 금값은 소폭 올랐다. 금값은 달러가치와는 정 반대로 움직인다.금리가 올라가 달러가치가 상승하면 금값은 떨어진다.

미국 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달 13만8000개의 일자지를 창출해 마켓워치의 이코노미스트 설문조사(18만5000개 증가)를 밑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