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현대차 아반뗴(미국 판매명 엘란트라) / 출처 = 현대자동차

올 들어 현대·기아자동차가 미국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다. 특히 지난달 전년대비 두자릿수 판매감소세를 나타내며 반전의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는 분위기다.

2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지난달 미국 시장에서 11만8518대의 자동차를 판매했다. 전년 동월(13만3932대) 대비 11.5% 떨어진 수치다.

현대차는 지난달6만11대를 판매해 지난해(7만1006대) 보다 15.5% 줄었고 기아차는 5만8507대를 팔아 전년 동월(6만2926대) 보다 7% 하락한 실적을 올렸다.

원인1. 신차 출시 타이밍

미국 시장에서 현대·기아차의 이 같은 실적부진은 지난해 같은 기간 판매 호조에 따른 기저효과라는 의견도 있으나 미국, 일본 경쟁업체보다 낮게 지급되고 있는 딜러 인센티브와 차종 경쟁에서 밀리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차의 경우 그동안 쏘나타, 아반테(현지 판매명 엘란트라), 쏘렌토 등이 미국 시장에서 주력 차종이었으나 뒤를 잇는 신차종 출시 시기가 늦었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제기됐다.

권순우 SK증권 연구원은 “현대차 수요 감소의 경우 지난해 상반기 엘란트라 신형 모델이 출시되며 고공행진을 했던 것에 대한 기저효과도 일부 반영됐다”며 “전체적인 모델 노후화가 부진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현대차는 지난 1분기 아이오닉과 니로를 잇따라 출시, 올 하반기에는 신차종으로 반전의 기회를 노리고 있다.

권 연구원은 “아이오닉과 니로가 미국 시장에서 신규 출시 후 상당히 선전하고 있어 올 하반기 실적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차종별 판매를 살펴보면 현대차는 지난해에는 없던 아이오닉(1827대), G80(1355대), G90(397대) 등 신차가 투입됐음에도 주력 차종의 판매는 전년대비 큰 폭 하락을 감수해야 했다.

핵심 모델인 엘란트라 판매가 1만6407대로 지난해(2만2168대)보다 26% 떨어졌고, 쏘나타(1만2605대, 20.6%↓), 싼타페(1만2605대, 20.6%↓) 등도 아쉬운 성적을 올렸다. 전체 차종에서 전년 동월 대비 성장세를 보인 모델은 투싼(1만600대, 43.8%↑), 엑센트(5773대, 6.3%↑)가 유일했다.

기아차에서는 포르테(1만1801대, 19.1%↑)가 좋은 모습을 보였지만 스포티지(7001대, 18.3%↓), 쏘렌토(1만413대, 12.6%↓), 쏘울(1만521대, 23.2%↓) 등 주요 RV 차량들의 판매가 지난해보다 부진했다. 신규 투입된 니로는 2660대가 팔렸다.

이와 함께 최근 들어 승용차보다 트럭 판매량이 늘고 있는 미국 자동차 시장의 판도 변화도 승용차를 주력으로 하고 있는 현대·기아차 실적 부진의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원인2. ‘승용차보다 트럭’...美 시장 판도 변화

미국의 오토모티브뉴스가 보도한 미국시장 차급별 판매실적에 따르면 승용차 판매는 지난해보다 9.3% 줄어든 반면, 트럭(Light Truck) 판매가 6.0% 늘어 미국 자동차 시장의 트렌드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픽업트럭에 대한 수요가 전년 보다 9.3% 증가했고, 크로스오버(CUV)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판매도 각각 5.2%, 2.8% 증가했다.

대부분 승용 모델로 미국 시장에 대응하고 있는 현대·기아차의 판매가 부진했던 원인을 찾을 수 있는 대목이다. 쏘나타, 투싼 등SUV를 위주로 한 현대·기아차 레저용차량(RV·Recreational Vehicle)라인의 경우 상대적으로 신규차종 투입이 늦어지면서 올 상반기 미국 시장 트렌드 변화에 맞추지 못한 것이 실적부진의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아차에서 K3(현지명 포르테)와 K7(현지명 카덴자) 등 승용차 판매가 늘었지만 RV 차종 판매가 모두 하향곡선을 그렸다는 점도 이 같은 의견에 힘을 보탠다.

반면 라이트 트럭 쪽에서 탄탄한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 3사는 상대적으로 견조한 실적을 올렸다. 제너럴모터스(GM)가 23만7364대를 팔아 성적이 1.3% 떨어지는 데 그쳤고, FCA도 19만4305대로 하락폭이 0.7%에 머물렀다. 포드는 24만250대로 2.3% 성장세를 보여줬다.

▲ 출처 = 오토모티브뉴스(Automotive News)

원인3. 日 닛산·혼다 선전

지난달 미국 전체 산업수요는 약 151만9000대 규모로 집계됐다. 4월에 이어 감소세가 지속됐지만 그 폭이 전년 동월 대비 0.5% 수준으로 크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일본 업체들의 경우 토요타가 21만8248대를 팔아 0.5% 뒷걸음질 쳤지만 닛산(13만7471대, 3.0%↑), 혼다(14만8414대, 0.9%↑)는 선전했다. 승용 라인업을 주로 갖춘 BMW는 2만9988대를 팔아 지난해보다 판매가 11.1% 빠졌다.

2017년 5월 산업 평균 인센티브는 3435달러(약 385만원)로 파악됐다. 전월(3443달러)보다는 소폭 줄었지만 전년 동월(3138달러) 보다 9.5% 증가해 경쟁이 심화한 상황을 반영했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인센티브는 각각 3166달러(약 355만원)와 3240달러(약 363만원)로 산업 평균을 밑돌았다. 다만 전년 동월과 비교하면 현대차가 50.5%, 기아차가 18.5% 각각 늘어 산업 평균 성장률을 훨씬 상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판매 뿐 아니라 수익성 구조에서도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셈이다.

권순우 SK증권 연구원은 “5월에는 전년과 비교해 영업일수가 1일 늘었고 인센티브가 증가했는데 산업수요는 0.5% 감소했다. 만일 브랜드들이 재고를 줄이지 못한 상황에서 나타난 현상이라면 앞으로 경쟁이 더 심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라며 “재고 데이터는 오는 10~15일께 나오게 되는데, 상황을 잘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