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찌민 문화의 날 전통춤 공연. 출처= 경주 세계문화엑스포

“문화는 언어의 조건이며, 동시에 그 산물이다.” A.까뮈

<이방인>으로 잘 알려진 프랑스의 대문호 알베르 까뮈가 인류의 역사에서 문화가 차지하는 가치를 설명한 문장이다. 그가 말한 것처럼 문화에는 힘이 있다. 인간이 특정 세대에서 공유할 수 있는 감정과 지식들은 ‘문화’라는 표현을 통해 전승돼왔다. 문화 공유는 의사소통이며 인류 구성원들 간의 평화를 추구하는 가장 완벽한 방법이다.

인류가 한동안 잊고 있었던 문화의 평화적 가치들을 되새기면서 전 세계 민족들의 화합을 추구하는 시도가 우리나라에서 진행되고 있다. 바로, 경주 세계문화엑스포다.

경주세계문화엑스포는 우리나라 역사의 최대 위기순간으로 기록됐던 IMF 외환위기로 인해 전 국민들의 패배감이 극에 달했던 1998년부터 시작됐다. 당시에는 어려움에 처한 가운데서도 우리 문화의 가치를 재차 강조하며 위기의 순간을 이겨내보자는 국민적 결의가 있었다. 그 뜻을 모아 신라의 1000년 고도(古都)이자 역사의 도시인 경주에서 문화 엑스포가 개최됐다. 처음에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우리의 고유문화의 우수성을 제대로 알리자는 취지에서 국내 관람객들을 위한 박람회로 자리를 잡아갔다.

 

엑스포, 세계로 눈을 돌리다

경주세계문화엑스포가 국내의 대표적 문화행사로 인식돼가던 2006년, 엑스포 조직위원회는 새로운 도전을 계획하게 된다. 우리 문화를 다른 나라에 소개하고 동시에 다른 나라의 문화를 우리나라에 소개하는 큰 목표를 갖고 엑스포를 확장시킨다. 이렇게 해서 열린 ‘앙코르와트-경주세계문화엑스포 2006’은 국내 문화행사 수출 1호로 기록되며 문화엑스포 사상 처음으로 해외에서 개최됐다.

▲ 앙코르와트-경주 세게문화엑스포 개막축하공연. 출처= 경주 세계문화엑스포

2006년 11월 21일부터 2007년 1월 9일까지 총 50일간 ‘오래된 미래-동양의 신비’를 주제로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일원에서 개최된 이 행사는 그간 쌓아온 행사 노하우와 문화 인프라를 활용해 ‘경주세계문화엑스포’를 전 세계에 소개하는 데 기여했다. 첫 번째 해외 개최로 탄력을 받아 2013년 열린 ‘터키 이스탄불-경주세계문화엑스포2013’에는 40개국이 참가해 46개의 문화 행사가 펼쳐졌고, 490만명에 가까운 관람객이 행사장을 찾는 등 사상 최고의 성과를 올렸다. 특히 이 행사는 한국과 터키가 6·25 이후 갖는 제일 큰 만남으로, 양국 교류협력의 이정표가 됐으며, 실크로드 주요 국가와 ‘문화동맹’ 초석을 마련하는 등 양국 화합은 물론, 인류의 평화와 번영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이를 계기로 이스탄불시(市)는 경주로 찾아와 300여명의 문화예술인과 120여억원이라는 대규모 예산을 투입, ‘이스탄불 in 경주 2014’를 열고, 경주에서 이스탄불을 재현했다. 9월 12일부터 22일까지 11일간의 열린 이 행사에는 79만여명의 관람객이 찾았다.

 

새로운 발돋움, 호치민-경주 세계문화엑스포 2017

올해에는 앙코르와트, 이스탄불에 이어 베트남 호치민에서 세 번째로 세계문화엑스포가 개최된다. 경상북도, 경주시, 호치민시가 주최하고, 엑스포 공동조직위원회가 주관하는 ‘호찌민-경주세계문화엑스포2017’은 오는 11월 9일부터 12월 3일까지 총 25일간 호치민 시청 앞 광장, 통일궁, 9.23공원 등지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 호찌민-경주세계문화엑스포2017(마스코트) 출처= 경주 세계문화엑스포

베트남은 역사적으로 해상 교통로는 동북아시아, 동남아시아, 인도, 유럽 및 아프리카를 연결하는 역할을 해왔으며 동북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해왔다. 최근 들어 베트남은 전 세계적 한류열풍을 선도한 국가로 다양한 매체를 통해 한국 문화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와 친밀성을 갖고 있다. 이는 경제효과로도 이어져 화장품, 의류, 문화콘텐츠 등 다양한 산업에서 수출증대 효과를 거두고 있다.

경제적으로도 베트남과 우리나라는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2015년 한-베 FTA 발효로 경제적 분위기가 고조되어 있으며, 우리나라 기업의 진출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Trans-Pacific Partnership)의 참여국으로 우리나라의 주요 경제투자 국가이자 2015년 말 기준으로 중국, 미국에 이어 우리나라의 3대 수출국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이 4000여개가 넘고 호치민시에만 2000여개가 진출해 있다. 이러한 조건들을 고려한 엑스포 조직위는 고심 끝에 세 번째 해외 행사 개최지로 베트남 호치민을 선정했다.

일련의 의도들에 공감한 정부도 이번 엑스포가 베트남 시장 공략의 좋은 기회라 인식하고 한국콘텐츠진흥원, 한국관광공사,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서울 예술의전당 등에서 국가대표급 문화콘텐츠를 참여시켜 호찌민 엑스포가 국가적인 행사로 치러질 수 있도록 지원한다.

▲ 호치민-경주세계문화엑스포 MOU 체결, 김관용 경북도지사(오른쪽)와 응우엔 탄 퐁 호찌민시 인민위원장(왼쪽). 출처= 경주 세게문화엑스포

호찌민-경주세계문화엑스포2017는 ‘위대한 문화(Pride)’, ‘거대한 물결(Respect)’, ‘더 나은 미래(Promise)’ 등 3개 분야로 나뉘어 30여개의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위대한 문화’는 한국문학관, 문화의 거리, 세계민속공연 등 양국의 문화와 전통을 알리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거대한 물결’은 K-POP, 한‧베 패션쇼, 한-베 미술교류전, K-Culture 등 현재 세계 곳곳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한류 문화의 모습들을 담고 있다. ‘더 나은 미래’는 K-Beauty, K-Food, 한류통상로드쇼, 학술회의, 교민 한마당 등 경제와 학술, 참여와 체험 등을 통해 공동 번영을 위해 나아가려는 의미를 담은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아울러 베트남 측도 이번 행사를 위해 전통 예술 공연을 시작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한다. 특히 한·베 전통문화체험, 한·베 패션쇼, 한·베 미술교류전, 한·베 영화제 등을 통해 자국의 우수한 문화콘텐츠를 소개하며, 자국의 문화를 세계에 알린다.

경주세계문화엑스포 이동우 사무총장은 “호찌민-경주세계문화엑스포 2017은 세계인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문화축제인 동시에 경제엑스포로서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독선적 관점으로 우리의 문화만 옳다고 강조하는 것이 아닌, 세계인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문화 축제이자 인류애의 실현을 도모하는 글로벌 행사로 성장해 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