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의 탄생> 앤디 워너 지음, 김부민 옮김, 푸른지식 펴냄

 

칫솔, 샴푸, 옷핀, 진공청소기, 이쑤시개, 쓰레기통, 신발, 연필, 볼펜…. 주변의 흔한 일상용품들은 늘 우리 곁에 존재했던 것일까. 물론 아니다. 누군가가 만들었다. 이 책은 평범한 물건에 숨어있는 범상치 않은 역사를 소개한다. 물건의 탄생 이야기다.

진공청소기는 1901년 영국인 발명가 휴버트 부스가 발명했다. 그전까지 청소란 먼지를 털어 내거나 바람에 날리는 것이었다. 먼지를 빨아들인다는 생각의 전환은 아주 획기적이었다. 최초의 진공청소기는 거대한 기계였다. 말이 끄는 수레에 매달아 움직였다. 당시 영국 상류층 귀부인들은 마차가 진공청소기를 매달고 청소하는 모습을 구경하며 티 파티를 열었다.

종이 커피필터는 독일의 가정주부가 발명했다. 19세기 인종차별이 극심했던 미국에서 한 흑인은 구두 제조 기계를 개발했다. 그 덕분에 사치품이었던 구두가 대중화됐다. 종이봉투는 12살 소녀 마거릿 나이트의 발명품이었다. 소녀는 비슷한 시기에 종이봉투를 만들었다고 주장한 다른 남성과 오랜 기간 소송한 끝에 최초의 발명가임을 인정받았다. 마거릿 나이트는 특허소송에서 이긴 미국 최초의 여성이 되었다.

나일론인 칫솔모는 1930년대까지만 해도 동물의 털로 만들어졌다. 주로 멧돼지털과 오소리털이 쓰였다. 나폴레옹은 특별히 말갈기를 사용했다. 최초의 가로등은 지금의 가로등보다 200배나 밝았다. 당시 전문가들은 가로등 때문에 안질환, 신경쇠약, 주근깨가 생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24시간 내내 작동하는 가로등 때문에 거위들이 수면부족으로 떼죽음을 당했다는 일화도 있다.

책에는 철사 클립이 노르웨이 국민의 자긍심의 상징이 된 경위, 영국에서 제2차 세계대전 때 목재와 흑연을 아끼기 위해 연필깎이 사용을 금지한 일, 발명가 토머스 에디슨은 짧은 연필을 좋아해서 연필 공장에서 에디슨을 위한 짧은 연필을 특별히 생산했다는 사실 등 흥미로운 이야기가 담겨 있다. 우리 주변의 물건들을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