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차 업계가 판매 침체의 늪에 빠졌다.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한국지엠, 르노삼성자동차, 쌍용자동차 등 국내 완성차 5개사가 지난달 모두 부진한 성적을 냈다.

내수의 경우 지난해 개소세 인하 혜택에 따른 기저효과, 주력 모델 노후화 등의 영향으로 대부분 업체의 판매가 전년 동월보다 줄었다. G4 렉스턴 신차를 출시한 쌍용차만 유일하게 좋은 성적을 올렸다.

해외 시장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미국, 중국 등 주요 시장에 수요가 줄고 있고 신흥국 상황도 여의치 않아 우리 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완성차 5개사의 지난달 판매는 총 66만3048대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달(75만9564대) 대비 12.7% 감소한 수치다.

내수 판매는 13만5443대로 지난해(14만5815대) 보다 7.1% 떨어졌으며 해외 시장 판매는 52만7605대로 전년(61만5418대) 대비 14.2% 빠졌다.

완성차 5개사 판매는 2017년 4월(65만6735대)에도 전년 동기 대비 11.3% 하락했다. 

▲ 출처 = 각 사

개별 기업 기준 가장 저조한 실적을 기록한 곳은 한국지엠이었다. 전년 보다 17% 판매가 줄었다. 특히 내수 판매가 31%나 줄어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 시장 판매 순위 경쟁에도 불이 붙었다. 지난달 내수 판매는 한국지엠이 1만1854대, 쌍용차가 1만238대, 르노삼성이 9222대로 파악됐다.

꼴찌였던 쌍용차가 르노삼성을 눌렀으며, 3위 한국지엠과의 격차도 크게 줄였다. 쌍용차는 대형 SUV 신차인 G4 렉스턴 판매가 본격화할 경우 판매에 더욱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르노삼성 역시 소형 해치백인 클리오 등 신차 유치 계획이 있어 하반기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반면 한국지엠은 크루즈 등 신차들이 기대 이하의 성적을 내고 있는데다 하반기 별다른 반전 카드도 준비되지 않아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현대차, 5월 판매 36만7969대···전년 比 14.2%↓

현대자동차는 지난달 국내 6만607대, 해외 30만7362대 등 총 36만7969대의 자동차를 판매했다. 전년 동기 대비 14.2% 하락한 수치다.

국내 판매는 지난해보다 0.4% 감소했다. 그랜저가 1만2595대로 실적을 견인했으며 아반떼 7834대, 쏘나타 7597대 등 스테디셀러 모델이 견조한 실적을 냈다. 이를 통해 전체 승용차 판매가 전년 동기보다 21.5% 증가한 2만9977대를 기록했다.

▲ 현대차 그랜저. 이 차는 지난달 1만2595대가 판매됐다. 그랜저는 지난해 12월 이후 6개월 연속 판매 1만대 고지를 넘어섰다. / 출처 = 현대자동차

그랜저는 지난해 12월부터 지난달까지 6개월 연속 판매 1만대 고지를 넘고 있다.

다만 RV 차종들이 모델 노후화 등의 영향으로 33.9% 떨어진 성적을 냈다. 싼타페, 맥스크루즈 등의 판매가 지난해보다 각각 40.0%, 37.2% 하락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해외의 경우 국내 공장 수출이 9만6526대, 해외공장 판매가 21만836대로 나타났다. 국내공장 수출은 지난해보다 10.5% 늘었지만 해외공장 판매가 24.9% 빠졌다. 현대차 측은 이에 대해 신흥 시장에서의 저성장 기류 등으로 인해 수요가 감소한 것이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기아차 5월 판매 21만9128대···전년 比 9.8%↓

기아자동차는 2017년 5월 국내 4만3522대, 해외 17만5606대 등 총 21만9128대의 자동차를 판매했다. 전년 동월 대비 9.8% 감소한 수치다.

국내 판매의 경우 지난해보다 8.6% 떨어졌다. 모닝, 레이 등 판매가 각각 23.1%, 22.3% 성장했지만 승용 라인업인 K 시리즈 판매가 모두 전년 대비 하락해 전체 실적을 깎아내렸다.

기아차 측은 지난해의 경우 개별소비세 인하 혜택이 제공되고 K7, 니로 등이 신차효과를 발휘한 시점이라 판매 감소세가 두드러져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달 23일 출시된 스팅어는 고객 인도가 시작돼 370대가 판매됐다.

▲ 기아차가 지난달 출시한 프리미엄 스포츠 세단 스팅어. / 출처 = 기아자동차

해외판매는 국내공장 수출이 8만6대, 해외공장 판매가 9만5600대로 나타났다. 국내 생산이 1.4% 늘었지만 해외 판매가 17.8% 줄었다. 이를 통해 전체적으로는 10.1% 감소한 해외 실적을 올렸다. 해외 현지 시장의 수요 위축, 주요 차종들의 모델 노후화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지엠, 5월 판매 4만3085대···전년 比 17%↓

한국지엠은 5월 한달간 내수 1만1854대, 수출 3만1231대 등 총 4만3085대의 자동차를 판매했다. 전년 동월 대비 17% 빠진 수치다.

내수가 31%, 수출이 10.1% 각각 줄며 부진했다.

내수의 경우 절대적인 판매 숫자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던 스파크 실적이 56.9% 하락한 3682대를 기록해 타격이 컸다는 분석이다. 소형차 아베오(80대)와 중형 SUV 캡티바(198대) 등이 힘을 쓰지 못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신차인 크루즈(1160대)와 말리부(3510대)의 경우 각각 34.1%, 5.1% 판매가 늘었다.

수출에서 역시 경승용차 선적이 9837대에서 4871대로 50.5% 급락한 것이 부진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쉐보레 브랜드의 유럽 철수 등의 여파가 밀려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한국지엠의 1~5월 누적 판매는 23만5306대로 나타났다. 전년 동기 대비 6.8% 떨어진 수치다. 내수 판매가 6만1253대로 10.9% 하락했고, 수출도 17만4053대로 5.3% 빠졌다.

르노삼성, 5월 판매 2만517대···전년 比 8.6↓

르노삼성자동차는 지난 5월 내수 9222대, 수출 1만1295대 등 총 2만517대의 자동차를 판매했다. 전년 동월 대비 8.6% 하락한 수치다.

내수 판매는 QM6 등판 등의 효과로 6% 상승했으며, 수출은 황금연휴 공장 비가동 등의 여파로 17.8%가 빠졌다. 르노삼성은 지난달 판매 하락세가 공장 가동률 하락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내수 판매 차종별로는 SM6 판매가 3974대로 실적을 견인했다. 다만 전년 동월에 대비해서는 49.7% 빠진 성적을 올렸다. 지난해 신차 효과로 인해 월간 7901대가 팔린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소형 SUV QM3는 1531대가 팔려 지난해보다 39.2% 판매가 성장하며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했다.

수출은 닛산 로그가 7250대, QM6가 3109대, SM6가 896대를 기록했다.

▲ 쌍용차가 최근 출시한 대형 SUV ‘G4 렉스턴’. 이 차는 출시 첫달인 지난달 2703대가 판매됐다. / 출처 = 쌍용자동차

쌍용차, 5월 판매 1만2349대···전년 比 7.0%↓

쌍용자동차는 지난달 내수 1만238대, 수출 2111대 등 총 1만2349대의 자동차를 판매했다. 전년 동월 대비 7.0% 빠진 수치다.

내수 판매의 경우 전년 동월(9191대) 대비 11.4% 성장했다. 신차인 G4 렉스턴이 출시되고 티볼리 판매 호조세가 이어지며 나타난 결과로 풀이된다.

G4 렉스턴은 출시 첫 달 2703대가 판매됐다. 쌍용차는 이 차의 올해 판매 목표를 2만대로 설정한 상태다.

티볼리 브랜드는 4724대가 출고돼 실적이 지난해보다 14.0% 하락했다. 티볼리가 3238대, 티볼리 에어가 1486대 팔렸다.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48.4% 감소하며 부진했다. 5월 초 황금연휴로 인한 생산량 부족 등과 함께 전반적인 글로벌 시장 침체가 지속되면서 실적이 빠졌다는 게 업체 측의 설명이다. 핵심 수출 모델인 티볼리의 선적이 948대에 그치며 지난해보다 53.9% 하락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