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 이촌2동, 서부이촌동이라고 불리는 조용한 동네에 4m 높이 장벽을 사이에 두고 빈 건물과 잡초가 무성한 공터가 남아 있다.

벽을 넘어서면 코레일이 소유한 철도정비창 부지(44만2000㎡)가 있다. 이곳에 있던 서울우편집중국과 한솔제지 등이 이주를 마쳤지만 2013년 10월 용산 국제업무지구(용산역세권 개발) 사업이 최종 무산됐다. 4년째 서울 도심 한가운데 땅이 방치된 것이다.

▲ 서울 용산구 서부이촌동에서 용산역 개발 구역이 보인다.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기자

원래도 서부이촌동은 전형적인 중산층 동네인 이촌1동(동부이촌동)과는 달리 서민들이 주로 거주하는 동네였다. 서부이촌동 주민 P 씨는 “동부이촌동과 서부이촌동을 가르는 철로만큼이나 두 동네의 사이는 멀다. 정관계 인사나 연예인이 사는 동부이촌동과는 달리 서부이촌동은 예전부터 서민들이 모여 살던 동네로 단독주택과 작은 아파트들만 있다”고 전했다.

그는 “도심 가운데 지역으로 한강까지 인접한 곳이지만 좀 섬 같은 동네다. 국제업무지구와 함께 이 지역을 대규모 복합단지를 건설한다며 서울시와 코레일이 나섰을 때가 최고의 호재였고 사업 무산 이후 더 낙후됐다”고 설명하며 한숨을 쉬었다.

최근 다시금 용산이 ‘시장의 핵’으로 떠올랐다. 부동산 경기가 좋아지면서 도심 지역의 ‘노른자’ 땅인 용산 개발이 재개될 것이라는 기대가 확산되는 것이다.

서울시가 발주한 국제업무지구 재추진 방안 등을 포함한 ‘용산 광역중심 미래비전’ 용역이 올해 안에 결과를 낼 예정이다. 코레일도 철도정비창 부지의 기본구상안과 타당성 용역 결과를 시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업무지구 개발이 다시 추진된다는 소문에 인근인 서부이촌동도 들썩이고 있다.

서부이촌동은 용산역세권 개발 당시 철도정비창 부지와 함께 통합 개발되기로 했지만 사업 무산과 함께 개발에서 멀어졌다. 서울시는 지난 2015년 중산시범·이촌시범·미도연립 등 재건축 대상지를 3개 특별계획구역으로 나누어 분리개발하는 내용의 지구단위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 재정비 사업 조합 총회를 앞둔 용산구 이ㄷ촌동 1구역.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기자

서부이촌동 D중개업체에 따르면 인근의 부동산 매물이 자취를 감췄다. 관계자는 “지난 4월 이후 급매는 모두 소진되고 나왔던 매물은 모두 자취를 감췄다”고 설명했다. 그는 “용산구 뉴타운 등의 개발과 새 정부의 도시재생 사업 등에 대한 기대감으로 호가를 올리고 있다”면서 “올 들어 대림‧북한강성원‧동원‧중산‧시범 아파트의 가격이 평균적으로 3000만원 이상 올랐다”고 말했다.

인근 업계에 따르면 단독주택의 소형 지분 매매에도 투자자들의 관심이 몰리고 있다. 올 초 3억원대이던 4평(13.2㎡) 규모의 다세대 주택 지분이 현재는 4억5000만원까지 호가한다. 3.3㎡당 1억원이 넘는 셈이다.

서울시는 서부이촌동을 3개 구역으로 나눴다. 이촌1구역, 이촌시범·미도연립(2구역), 중산시범(3구역)이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됐다. 이촌동 제1구역의 경우 주택 재건축 정비사업조합설립 추진위원회가 이달 11일에 주민총회를 열고 위원장을 선출하는 등 속도를 낼 예정이다. 낙후된 만큼 용산 개발과는 별개로 재정비 사업을 진행하겠다는 주민들의 의지가 강하다.

▲ 서울 용산구 서부이촌동의 노후된 단독주택가.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기자

서부이촌동 지역 용도는 기존보다 2종 상향한 준주거지역에 해당한다. 상한 용적률도 190%에서 300%로 높여 35층 아파트가 세워질 수 있고, 시는 소형 임대주택을 지을 경우 상한 용적률을 500%까지 높일 수 있게 했다.

B공인중개업체 대표는 “용산 국제업무지구 개발은 언제라도 재개될 것이라고 본다. 그러나 개발 시행사와 코레일 간에 토지 소유권 반환 소송 등이 여전히 진행 중이기 때문에 신중하게 진행하는 것이 맞다”면서 단기 투심을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