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Startups.co.uk

테레사 메이 총리는 지난 4월 18일(현지시간) 깜짝 기자회견을 갖고 그 동안 부인해오던 조기 총선을 6월 8일에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메이 총리는 이 달부터 시작 될 유럽 연합과의 협상에서 주도권을 잡기를 원했다.

그러나 제레미 코빈이 이끄는 노동당과 독립 투표를 다시 추진하겠다는 스코틀랜드 민족당(SNP), 제2의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주장하는 예전의 연립파트너 자유민주당과 비선출직인 상원의 비협조로 브렉시트 협상력이 약화될 것을 우려했다.

따라서 지금 총선을 치러 다수석을 확보하면 2022년 6월까지 시간을 벌 수 있어, EU탈퇴 시한인2019년까지 책임감 있게 협상을 이끌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메이 총리가 승리를 확신하며 제안한 이번 총선 여론이 예상치 않게 박빙 구도로 흘러가면서 정치적 불확실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영국 더 타임스는 지난 30일 보수당이 8일 치러질 총선에서 보다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 여론조사 기관 유고브의 설문조사 결과 650석인 하원의석 전체를 새로 뽑는 이번 총선에서 현재 330석을 차지하고 있는 보수당이 20여 석 가까이 잃을 수 있고, 노동당은 29석 이상을 확보해 257석을 차지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영국 기업들은 고민에 빠졌다. 1주일 앞으로 다가 온 총선에서 누가 이기든 앞 날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보수당의 테리사 메이 총리와 노동당의 제레미 코빈 대표 중 어느 쪽이 승리하더라도 브렉시트는 정해진 수순으로 진행될 것이고, 브렉시트는 영국 내 기업들에게 악영향을 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CNN이 어느 쪽이 승리하든 영국 기업들은 다음과 같은 고민을 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메이 총리의 보수당이 승리하는 경우

1. 하드 브렉시트

보수당과 메이 총리는 협의 없이 유럽연합에서 탈퇴하는 '하드 브렉시트'도 불사하겠다는 강경의지를 천명했다. 메이는 협상 내용이 만족스럽지 않을 경우 '노딜(No deal)'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메이 총리는 총선 공략집에서 "나쁜 거래보다는 아예 협상하지 않는 편이 더 낫다고 믿는다"고 밝힌 바 있다.

메이 총리가 강력하게 주장하는 브렉시트는 그 자체만으로도 기업들에게 악재로 작용한다. 영국이 유럽연합을 탈퇴함으로써 새롭게 생길 무역 장벽과 복잡화될 유통망 구조가 영국 무역시장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글로벌 금융 기업들은 속속 영국에서 발을 빼고 있다.

유럽연합 협상에 의존도가 높은 항공사들은 앞으로의 협상 추이를 민감하게 지켜보고 있고, 자동차 제조업체는 일부 공정을 다른 지역으로 옮겨야 할 지 계산에 바쁘다.

영국제조업연맹(EEF) 테리 스쿠올러(Terry Scuoler) 회장은 "협상 결렬을 언급하는 것이 전략이 될 순 있지만, 현실화될 경우 영국 또한 값비싼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당의 코빈은 대표는 자신이 총리가 되면, EU를 탈퇴하더라도 “단일 시장과 관세 동맹의 혜택을 보존하는” 협상을 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2. 이민자 감소

또 메이 총리는 연간 이민자 수를 10만명 수준으로 제한하고 자국민 고용 촉진 정책을 추진해 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해 영국으로 유입된 이민자의 수는 27만 3천명이었다.

이민자 규제가 현실화 될 경우 의료, 건설, 기술 등 외국인 채용 비율이 높은 산업 분야의 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영국상공회의소는 "메이 총리의 이민자 규제 정책으로 기업들은 규모나 사업분야 등을 가리지 않고 큰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3. 노동자 권리

메이 총리와 보수당은 또 자국민 노동자 계층의 표심을 노리고 노동자들의 권익 향상을 위한 정책 로드맵도 밝혔다. 여기에는 노동자들이 이사회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계획이 포함돼 있다.

이에 따르면 주주들은 구속력 있는 연례 투표권을 행사해 임원들의 보수를 결정할 수 있게 된다. 상장기업들은 노동자 대표 인물을 선출해 이사회에 노동자들의 의견을 전달하는 것을 의무화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노동자 중에서 이사를 선임해 공식적인 직원자문위원회를 구성하거나, 직원을 대표할 책임을 지정된 비상임이사에게 위임할 수 있다.

 

제레미 코빈의 노동당이 승리하는 경우

1. 높은 세금

한편 노동당과 제레미 코빈 대표는 단일시장과 관세동맹 혜택을 유지해야 한다는 '소프트 브렉시트' 입장을 견지하고 있으면서도, 세율 인상과 정부의 적극적인 시장 개입 등을 공약으로 내걸고 있어 기업들 입장에서는 이에 대한 고민이 크지 않을 수 없다.

코빈 대표의 공약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법인세 인상이다. 노동당은 당장 대기업 법인세를 현행 19%에서 21%까지 올리고, 향후 10년 내에 26%까지 상향 조정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를 통해 보건과 교육 분야에 막대한 자금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아담 마셜 영국 상공회의소 사무총장은 "노동당의 법인세 인상안은 기업들에게 20억 파운드(2조 9000억원)의 압박을 주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부자들에 대한 과세도 확대된다. 이들의 공약에 따르면, 연간 8만 파운드(1억 1500만원) 이상을 버는 사람들에 대한 소득세가 인상되며, 12만 3000파운드(1억 7800만원) 이상을 벌어들이는 사람들에게는 최고 50%까지 내는 새로운 세율이 적용된다.

마셜 총장은 "노동당이 중소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는 구체적이고 목표가 확실한 방안을 내놓고있다고 주장하지만, 기업인들의 관점에서는 개인세와 법인세 인상으로 빛을 잃었다”고 평가했다.

2. 정부 간섭

코빈 대표는 철도, 에너지 기업, 국립 우체국(Royal Mail) 등을 다시 국유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민영화된 철도와 상수도 회사들을 국가 소유로 돌려놓겠다는 것이다.

마샬 총장은 이에 대해서도 "높은 개인세, 전면적인 국유화, 기업 의사 결정에 사사건건 간섭하는 것은 야심이 덕목인 기업가 사회와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3. 임금 상한제

노동당은 공공부문 임원들에 대해 임금 상한제 정책을 제안했다. 공공 일자리나 정부와 사업 입찰 계약을 맺은 기업들에서 일하는 직원들과 임원들간 급여 차이가 20배 이하여야 한다는 규정을 두겠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최저 임금을 적용 받아 연봉이 1만 4382파운드(2070만원)인 노동자를 고용한 기업들은, 최고 경영자들에게도 연봉 28만 7640파운드(4억 1500만원) 이상을 지급할 수 없다.

코빈은 또 무급 인턴십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노동조합이 더 많은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소득 양극화와 임금 격차를 줄이기 공약도 함께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