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의 발전은 인간을 지구 생태계 먹이사슬의 정점에 서게 만들었던 중요한 핵심입니다. 프로메테우스가 고난을 각오하고 인간에게 불을 선물한 순간부터 문명의 불꽃은 기술의 발전으로 수렴되었고, 이제 우리 인간은 지구에 경계를 나눠 군대를 배치하고 확실한 구역을 설정해 스스로의 영역을 정하는 유일한 종(種)이 되었습니다.

기술은 삶의 질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리기도 합니다. 고대부터 중세, 근대를 넘어 산업혁명까지 넘어가는 일련의 과정은 환경오염 및 제국주의 발현 등 비록 완벽하지 않으나 나름의 진보를 향한 위대한 여정이었습니다. 

그리고 21세기 우리는 기술의 발전으로 초연결 생태계의 복잡한 미래와 조유하게 됐습니다. 트위터를 누비는 손가락으로 아시아 깊숙한 지역에서 벌어지는 일을 바다 건너 미국에서 알 수 있으며, 사물들은 연결되고 융합하며 폭발적인 파괴력을 보여주고 있어요.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센싱기술과 연결의 고차 방정식이 서로 얽혀있는 상황. 여기서 생각해 볼 사유의 여백이 하나 있습니다. 우리는 과연 행복한가? 맞습니다. 인간의 존재이유가 삶을 영위하고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라면 가장 중요한 전제조건으로 깔리는 하나의 아이템. 바로 일자리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기술의 발전이 일자리를 바꾸다
불과 10년전만 해도 어른들은 진로를 고민하는 청년들에게 "먹고 살려면 기술이 최고야"라는 말을 했습니다. 여기에는 확실한 기술만 있으면 어떤 상황이 닥치더라도 기본적인 삶을 누릴 수 있다는 믿음이 깔려있어요.

맞는 말입니다. 아니, 맞는 말이었습니다.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어요. 기술이요? 로봇이 더 정교하고 빠르게 수행할 수 있는 시대니까요. 더 편안한 삶을 위해 고민하는 기술의 발전이 일자리의 본질을 둘러싼 정체성의 문제로 번지고 있습니다. 현재 아마존의 물류창고는 키바 로봇이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공장에는 기계화 공정이 도입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아직은 과도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인간과 로봇의 협업에 대한 가능성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한편, 아마존은 키바 로봇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물류로봇 경진대회를 열기도 하니까요. 현재는 '인간과 기술의 심상치 않은 공존의 시대'쯤 되겠네요.

하지만 긴 호흡으로 보면 기술의 발전이 일자리를 조금씩 사라지게 만드는 것은 기정사실로 보입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은 향후 10년이 지나면 국내 일자리의 52%가 로봇이나 인공지능으로 대체될 것으로 봤고,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미국의 직업 10개 중 4개가 향후 15년 내에 로봇에 의해 대체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여기서 재미있는 분석이 나와요. 기술의 발전이 일자리를 위협한다는 현상을 분석하며 이에 대응하기 위한 두 가지 방법론이 제기되기 때문입니다. 바로 '기술의 발전이 인간의 일자리를 완전히 빼앗는다면'과 '콜라보의 가능성이 있다'는 거에요. 전자의 경우 일자리가 사라지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며, '이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는 해결하기 어렵다'는 전제가 있습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의 로봇세 도입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 되기도 하지요.

▲ 빌 게이츠. 출처=위키디피아

후자는 약간 희망적입니다. 일단 "로봇이나 인공지능 등 기술의 발전이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으려면 최소 50년이 걸린다"는 말이 있습니다. 미국의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 한 말이지요. 그가 미국의 재무상황을 총괄하는 사람이라 경제에 민감한 영향을 미치는 일자리 문제에 대해 보수적으로 접근했다는 점을 차치해도, 나름의 의미가 있는 멘트입니다.

나아가 "인간과 로봇이 함께 일을 하는 구조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로봇이 할 수 있는 일과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이 다르다는 겁니다. 그러나 이 주장은 지나치게 과도기에 집중한 패러다임이라는 뉘앙스를 지울 수 없습니다. A라는 사람이 하던 일을 더 뛰어난 B라는 사람이 함께 하기 시작했는데, 이 둘이 당장은 협업을 할 수 있겠으나 점점 일에 익숙해지는 B는 언젠가 A의 일을 모두 할 가능성이 높으니까요.

"기술의 발전으로 일자리의 변화가 극적으로 벌어질 것"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크리스토퍼 피사리데스 런던 정경대 교수가 상하이 포럼에서 언급했는데요, 2010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그는 "기술의 발전으로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은 필연적이지만, 그와 비례해 새로운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도 비슷한 말을 합니다. 1일 가트너 펠로우(Gartner Fellow) 겸 부사장인 스티븐 프렌티스(Stephen Prentice)는 "기술의 발전이 다양한 산업에 미치는 영향으로 인해 기업은 사업 전략을 조정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라며 많은 비용을 들여 오랜 기간 동안 교육 및 훈련을 받아야 하는 변호사를 예를 들었습니다.

그는 "변호사를 고용하는 회사라면 각각의 변호사에 대해 해당 훈련 비용을 보상하기에 적절한 수준의 월급과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 그리고 변호사를 대체할 스마트 머신도 마찬가지로 많은 비용이 드는 오랜 훈련 기간이 요구된다. 그러나 스마트 머신의 경우 최초로 도입한 머신 이후에 추가 비용을 거의 들이지 않고 원하는 대 수만큼 스마트 머신을 추가적으로 도입할 수 있다"고 강조했어요. 기술의 발전이 곧 '남는 장사'라는 뜻입니다.

최고정보책임자(CIO)가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CIO는 기업의 아키텍처 팀에게 어떤 IT 직책이 유틸리티화 될지 파악하도록 요청하고, 이런 변화가 가능한 시점에 대한 타임라인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며 "운영 담당 직원들에게 교육이나 숙련화 과정을 제공해 더 창의적인 직책으로 이동하는 등 CIO는 HR 팀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기업 차원에서 계획을 구축해 AI가 야기할 수 있는 혼란을 경감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어요.

물론 가트너는 냉정하게 기회비용을 따지기도 합니다. "대부분의 산업에서 인공지능 및 자동화가 규칙적이고 반복적인 작업을 처리하면서 기존 인력은 서비스 수준을 제고하고 보다 복잡한 업무를 처리하는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 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봤어요. 그러니까 콜라보의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았다는 뜻이지요.

▲ 출처=ATC Hub

기술의 발전, 온디맨드, 비정규직화
기술의 발전으로 통칭되는 인공지능의 진화, 이에 따른 로봇 자동화 시대의 일자리 문제는 온디맨드적 관점에서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 역시 기술의 발전으로 이뤄진 중요한 변곡점이기 때문입니다.

지난 2014년 스페인 택시노조는 카셰어링 업체 우버가 정보제공 플랫폼 회사가 아닌, 택시회사가 맞다는 주장을 펼치며 유럽사법재판소(ECJ)에 소송을 걸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로이터는 지난 5월11일 우버가 택시회사며, 이에 맞는 안전규정을 적용하는 것이 맞다는 의견이 유럽사볍재판소에 전달되었다고 전했습니다. 우버 입장에서는 최악의 상황이지요.

우버는 반발하고 있습니다. 자신들이 정보제공 플랫폼 회사라고 반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왜? 택시회사가 되면 그에 따른 교통법 및 다양한 규제가 적용되기 때문입니다. 가뜩이나 진출한 나라도 많고 규제도 다른데 엄청나게 골치가 아파집니다. 그래서 '혁신의 기술'이라는 마법의 포장지를 활용해 자사의 ICT 기술을 어필하는 겁니다. 게다가 택시회사가 되면 인력관리가 어려워지기도 합니다. 기사들에게 최저임금을 지급하고 운전자 교육도 책임져야 하는 등 전력이 분산되기 때문입니다.

물론 기사들의 노동조합 현안은 우버의 뜻대로 돌아가는 분위기입니다. 지난 4월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 시애틀 연방법원이 우버와 리프트가 시애틀의 노조 인정 조례를 수용할 수 없다며 제기한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연방법원은 우버 기사들을 독립된 사업체로 본 겁니다.

이 부분이 대단히 중요합니다. 기술의 발전이 인공지능 및 로봇의 진화로 뻗어가 인간 일자리를 박탈하는 장면과 더불어, ICT 플랫폼 사업자가 온디맨드의 방식으로 노동환경을 규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긍정적일까요? 부정적일까요? 최근 방한한 토머스 프리드먼 뉴욕타임즈 칼럼니스트는 긍정적으로 보는 것 같습니다. 그는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하루 8시간 일하는 정규직 일자리가 과연 행복했는가"라며 "기술의 발전으로 일자리가 변화하고 있으며, 우리는 가속의 시대를 재정의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토머스 프리드먼이 예로 드는 회사도 있습니다. 바로 2012년 설립된 페인트나이트에요. 그림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레스토랑 등에 모여 간단한 음료와 먹거리를 먹게 만드는 비즈니스 모델입니다. 회사는 미술 강사를 프리랜서 강사로 채용해 레스토랑 등을 빌려 미술 교실을 열고,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입장료를 받습니다. 회사는 입장료를 받고, 레스토랑은 먹거리를 판매하고, 강사들은 자신이 일한 만큼 돈을 받아가는 구조에요. 사람들은 편안한 분위기에서 미술을 즐기고요.

따지고 보면 우버 기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침에 기계적으로 일어나 회사에 출근하고 일을 한 후 저녁에 덤으로 야근까지 하며 퇴근하는 삶보다 자신이 편한 시간에 우버 기사 활동을 하면 얼마나 좋습니까. 미술 강사가 자신의 지역에서 자신에게 맞는 시간에 돈을 버는 시대가 왔습니다. 행복할 것 같습니다. 삶의 주인은 바로 '나'이니까요.

정말 행복할까요? 단계적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술의 발전이 일자리의 개념을 바꾸며 플랫폼 사업자의 등장을 유도했다면, 최초에는 서로의 행복한 동행이 가능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 어떻게 될까요? 모든 직업이 온디맨드에 묶이게 되면 온디맨드는 말 그대로 노동시장의 슈퍼갑이 됩니다. 그리고 슈퍼갑은 오히려 일자리의 패턴에 더욱 강력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모든 사람의 비정규직화. 과연 행복할 수 있을까요?

물론 너무 나간 해석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을 생각할 필요가 있어요. 최근까지 국내 지상파 방송사는 각각의 독립PD들과 정식 고용계약을 맺지 않고 이들을 독립사업자로 분류해 4대 보험 등을 적용시키지 않아 큰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구의역에서 죽어간 김 군과, 파견업체가 직원의 월급 20%를 떼어가는 세상에서 무슨 일이든 벌어지지 않을까요.

심지어 기술의 발전은 궁극적으로 인간을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우버를 보세요. 자율주행차 개발에 나서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최종적으로 기사들이 필요하는 프라이빗 스마트 모빌리티 패러다임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고객 입장에서는 교통의 혁신이지만 노동시장의 관점에서 보면 최악입니다.

▲ 출처=플리커

앞으로 일자리는 어떻게 될까?
기술의 발전으로 인간의 일자리 패러다임은 변할 수 밖에 없습니다. 냉정하게 말해 상황이 좋지 않은 방향성으로 흘러갈 개연성이 높아요. 방법은 없을까요?

인공지능의 측면에서, 기술의 발전적 측면에서 보면 한 가지 단서가 있기도 합니다. 감성의 문제입니다. 기자를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앞으로 인공지능 로봇이 인간 기자보다 더욱 빠르고 정확한 기사를 쓸 겁니다. 하지만 기자는 명확한 정보를 전하기 전, 사명감의 영역에 몸을 담구고 있기도 합니다. 언론사의 인공지능 A 기자가 있다고 생각합시다. 방대한 데이터의 흐름에서 의미있는 인사이트를 찾았습니다. 그런데 그 기사를 쓸 경우 닥쳐올 대내외적 압박, 나아가 정치사회적 파급력을 예상할 수 있습니다. 오기를 부리고 피해를 감수해야 합니다. 과연, 최적의 알고리즘을 찾아 최고의 결과를 내야 하는 인공지능 A 기자는 어떤 선택을 할까요?

여러가지 시나리오가 있겠지만, 최소한 직업의 사명감에 대한 부분은 아직 인간의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부분이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는 우리의 중요한 재시작점이라고 생각합니다.

[IT여담은 취재 과정에서 알게 된 소소한 현실, 그리고 생각을 모으고 정리하는 자유로운 코너입니다. 기사로 쓰기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한 번은 곰곰이 생각해 볼 문제를 편안하게 풀어갑니다]

- IT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듣고 싶으세요? [아이티 깡패 페이스북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