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질문]

“문제가 발생하면 언론을 비롯해 여러 이해관계자들이 우리가 잘못한 것들만 지적하면서 비판을 해대거든요. 대체 무엇을 얼마나 완벽하게 하고 있어야 욕을 덜 먹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나름대로 한다고 한 건데 말이죠. 비판을 받지 않으려면 뭘 해야 하나요?”

[컨설턴트의 답변]

사실 회사에게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논란이 발생하거나 문제가 위기로 커지는 경우는 그리 흔치 않습니다. 아주 작은 잘못이나 문제라도 있었기 때문에 논란이나 위기의 빌미가 되는 것이죠. 위기가 발생되면 회사를 둘러싼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일단 그 문제에 주목하게 됩니다. 주목도가 높아지니 당연히 문제들이 더 많이 드러나게 되겠지요.

가장 기본적인 기준이라면 일단 회사는 법적인 의무를 성실하게 준수하고 있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뻔뻔하게 법을 어기고 있다가 그로 인해 문제가 발생했다면 회사에서는 취할 수 있는 포지션은 단 하나밖에 없습니다.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것이죠. 그에 더해서 개선을 위해 법적인 의무를 준수하겠다고 하는 수밖에 달리 길이 없습니다.

만약 법을 준수하고 있었음에도 문제가 발생했다면 그나마 취할 수 있는 포지션이 많아집니다. 해명이나 문제의 영향을 완화하는 다양한 포지션이 더해지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더 큰 위기로 문제가 발전할 가능성은 한층 낮아집니다.

법을 준수한 후 그 다음 기준은 자사가 법을 준수하고 있었으며, 그에 기반해 문제가 발생되지 않도록 여러 노력을 해왔다는 ‘증거’를 남겨 놓고 있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만약 그런 노력이 존재하지 않거나 그 노력의 증거가 제시될 수 없다면, 회사가 문제 해결을 위해 취할 수 있는 무기도 부족하게 됩니다. 주장만 있고 근거가 없는 형국이 되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이해관계자들의 인정도 불가능해지게 되죠.

만약 법을 준수하지 않고 있었다면, 당연히 법 준수와 문제 발생 방지 노력도 무의미해집니다. 그 노력이 아예 존재하지 않을 가능성은 더 많습니다. 그러나 법을 준수하고 있었으며, 그에 기반한 여러 노력에 대한 증거와 기록들이 풍부하게 남아 있다면 상황은 분명 달라집니다. 이해관계자들이 비판할 부분이 대폭 줄어들게 되는 것이죠.

마지막으로 기준을 하나 더한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론에 의지해 위기관리를 위한 올바른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 결과를 적극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하면 보다 좋겠습니다. 즉, “우리는 정해진 법은 준수했다. 그리고 그에 기반해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여러 노력을 일관되게 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발생했다. 그에 대해서 책임을 통감한다. 신속하고 정확하게 개선해서 다시는 이런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는 포지션과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해집니다.

당연히 세 가지 기준을 충족하게 되면 위기관리는 성공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집니다. 비판의 수위나 종류도 확실하게 최소화될 것입니다. 그러나 그중 한두 기준을 따르지 못한다면 위기관리는 상당히 어려워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평소에 이 세 가지 기준에 대해 지속적인 점검, 보완, 준비가 있어야 합니다.

급박한 시기에 그 세 가지 기준 중 딱 한 가지만 실행해야 한다면, 그나마 마지막 여론에 의지한 위기관리 의사결정을 꼽겠습니다. 여러 비판받을 주제들이 많고, 회사가 그에 맞서 취할 무기도 없는 상황이라면, 빨리 여론에 따라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최악의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여론에 맞서려 하는 경우입니다. 회사의 실수가 많고 뻔한 데도 기자들에게 해명하려 하고, 변명으로 일관하는 경우가 그런 경우입니다. 화난 소비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막고 회사가 하는 대로 따라오라 맞서는 경우도 그렇습니다. 비판하는 시민단체를 고소하고, 지역주민들을 비난합니다. 규제기관의 조사에 맞서 비싼 변호사들을 고용해 맞섭니다. 그런 모든 경우들이 최악의 상황을 만드는 마이너스 노력들입니다.

위기관리는 회사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위기관리는 회사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적시에 하는 것입니다. 만약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했거나, 그것을 적시에 하지 못했다면, 그 다음엔 여론의 목소리를 들으면 그만입니다. 그에 따라 아픈 결단을 내리는 것이 사는 길입니다. 그 외에 왕도(王道)는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