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건네받은 명함을 유심히 보게 됐다. ‘김희정’이라는 이름 아래 ‘강지민 엄마’라는 또 다른 호칭이 삐뚤삐뚤한 글씨로 적혀 있다. “실제 아이가 쓴 글씨를 명함 디자인에 반영했어요”라고 김희정 째깍악어 대표가 설명해줬다. 째깍악어는 아이 돌봄 O2O 서비스를 제공하는 예비 사회적 기업이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부모와 대학생 돌봄교사를 연결해준다.

이 회사는 지난해 7월 베타서비스, 같은 해 12월 정식서비스에 돌입했다. 입소문을 타고 스타트업 시장에서 다크호스로 주목받고 있다. 5월 31일 현재 부모 회원수 1742명, 돌봄교사 589명, 연결한 돌봄서비스 1065건을 기록하고 있다. 부모에게는 아이 돌봄 서비스, 대학생 돌봄교사에게는 맞춤 복지를 제공하는 게 김 대표가 지향하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째깍악어가 첫 창업이라고 들었다. IT분야에서 일한 경력이 있는가.

매일유업 등에서 마케팅이나 사업전략 부서에서 20년 가까이 일했다. (째깍악어를) 같이 창업했던 멤버 중 IT분야에 업력을 쌓았던 사람이 있었다. 그분은 초기 사업기획만 함께 했고 현재는 주주 역할을 하고 있다. 다만 그분의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IT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모바일 플랫폼 사업인 만큼 IT 기술이 중요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사업(아이 돌봄 서비스)을 하면 할수록 더 중요한 것은 따로 있더라. 제빵으로 비유하자면 플랫폼을 더 빠르게 만들고 편리하게 만드는 일은 케이크의 토핑 같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빵을 얼마나 잘 만들고, 영양설계를 잘 하는가이다. 그간 해왔던 일이 사업기획, 마케팅이다. 가장 최근에 있었던 곳은 매일유업 사업본부였다. 그러다 보니 다른 경력을 지닌 사람보다 사업을 기획하고 운영하기가 조금은 수월했다.

 

명함에 있는 아이 이름이 눈에 띈다. 워킹맘이다 보니 아이 돌봄 서비스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인가.

처음 창업을 계획할 때 제빵, 중고 육아용품 등 다양한 아이템을 두고 고심했다. 거대 자본과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가 쉽지 않다고 판단했다. 대기업이 관심을 갖지 않는 아이템을 물색하다 육아 돌봄 서비스에 다다랐다. 시장규모가 작고 손이 많이 가는 서비스인 까닭에 비즈니스 모델로 승산이 있어 보였다. 특히 아이를 둔 엄마로서 눈길이 갔다. 창업을 준비하는 단계에서 출산 후 집에서 쉬고 있던 몇몇 후배의 도움을 받았다. 그들 모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였던 만큼 다양한 아이디어를 모을 수 있었다. 아쉽게도 현재는 함께 하지 못하고 있다. 후배들마저 육아 문제로 가정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그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근무 환경이나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

아이 돌봄 서비스의 필요성은 직장생활을 하면서 직·간접적로 느껴왔다. 수년 사이 많은 기업들이 육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육아휴직 같은 제도를 도입·시행하고 있다. 그렇다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일단 상사나 직장 동료들의 눈치를 보게 된다고 한다. “아이 덕분에 쉴 수 있어 좋겠어” 같은 표현들이 부모들을 불편하게 만든다.

 

째깍악어는 종일 돌봄이 아닌 시간제 서비스다.

째깍악어는 모든 육아 문제를 다루기보다는 작은 도움으로 몇 가지 육아 문제를 해결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잠시 돌봄 서비스가 필요할 때가 있다. 예를 들어 아침에 일어난 아이의 컨디션이 좋지 않을 경우, 당장 회사에 휴가 신청은 어렵고, 아이는 병원에 데려가야 한다. 전업주부도 마찬가지다. 여유시간은 누구에나 절실하다. “옛날에는 아이 3~4명도 엄마 혼자서 다 키웠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오래 전에는 아이를 옆집, 앞집 동네 공동체가 함께 키웠다.

또 대학생들이 돌봄교사로 활동하고 있어 종일 돌봄이 불가능하다. 학교 수업, 취업 준비로 바쁘지 않는가.

 

▲ 출처=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그렇다면 대학생 돌봄교사를 고수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대학 졸업 후 1년까지 돌봄교사 자격 유예를 두고 있다. 일단 대학생이라는 신분을 갖고 있는 만큼 신뢰할 수 있다. 물론 인적성검사, 면접, 교육 프로그램 등 체계적인 검증을 거치고 있다. 업계 최초로 성범죄 이력 조회도 실시하고 있다.

대학생들이 최적화된 돌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하늘은 왜 파래’부터 아이들은 수많은 질문을 던진다. 눈높이에 맞춰 대화해주길 원하고 야외활동에도 적극적인 돌봄교사를 선호한다. 연령이 높은 돌봄교사에게는 쉽지 않을 일들이다.

물론 단점도 있다. 경험이 없는 탓에 0~3세 돌봄 서비스가 불가능하다. 대학생을 중심으로 운영 중인 돌봄 서비스 시스템이 자리를 잡으면 일반인으로 돌봄교사를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째깍악어의 향후 계획에 대해 듣고 싶다.

부모와 대학생 돌봄교사 모두의 만족도를 높이고 싶다. 대학생 돌봄교사들도 남의 집 귀한 아이들이다. 낯선 집에 방문하는 이들도 불안을 느낄 수밖에 없다. 현재는 부모 회원 가입절차가 까다롭지 않다. 실명인증만 하면 가입할 수 있다. 대학생 돌봄교사 검증만큼 부모 회원에 대한 검증도 까다롭게 진행할 계획이다. 그래야 더 좋은 대학생 돌봄교사를 유치할 수 있지 않겠는가. 시급 1만원, 멘토링 프로그램 등을 제공하는 배경도 유사하다. 부모 회원만큼 나에게는 돌봄교사들이 소중하다.

추가로 성향 매칭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아무리 노련한 돌봄교사도 스타일이 안 맞는 부모가 있다. 부모 입장에서도 유독 마음에 들지 않는 돌봄교사가 있기 마련이다. 이는 누구의 잘못이라기보다는 성향 차이에 기인한 문제다. 성격유형검사처럼 양측의 성향을 분석해 결과를 제시할 수 있는 플랫폼을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