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따뜻한 물이 찬물보다 세균을 제거하기에 더 좋을 것 같다는 막연한 인식이 광범위하게 퍼져있지만, 해외의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물의 온도는 세균 제거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특히 전문가에 따르면 포도상구균의 경우 40°C에서 45°C에서 독소를 더 많이 뿜어내는 것으로 나타났다.사진=이미지투데이

‘항균’ 성분이 들어간 비누를 쓰고 ‘따뜻한 온수’로 비누를 헹궈내야만 제대로 손을 씻은 것만 같다. 특히 찬물보다 따뜻한 물이 세균을 더 잘 제거해줄 것이라는 인식이 광범위하게 퍼져 한 여름에도 따뜻한 물로 손을 씻는 사람들이 많다.

손을 씻을 때 사용하는 물의 온도와 사용하는 비누의 종류가 손의 세균을 제거하는 것에 큰 영향을 미칠까?

미국 럿거스 대학교(Rutgers University) 연구팀이 식품보호저널(Journal of Food Protection) 6월호에 게재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그렇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비누 종류·수온, 균 제거에 큰 영향 주지 않아

연구팀은 손을 씻을 때 ▲사용하는 비누의 양 ▲비누거품으로 손을 씻는 시간 ▲물의 온도와 같은 변수가 손 세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했다.

남자 10명과 여자 10명 등 총 20명을 대상의 손에 식중독을 일으킬 수 있는 대장균(Escherichia coli, E. coli)을 묻힌 뒤 실험에 돌입했다.

데톨의 주성분으로 잘 알려진 클로록시레놀(Chloroxylenol) 1%가 들어간 항균비누와 들어가지 않은 일반비누를 사용했고, 최소 15°C 및 최대 38°C 온도의 물로 5초마다 실험자의 손을 씻게 했다.

그 결과 다양한 환경에서 항균비누는 일반비누보다 대장균 제거에 유의하게 효과적이지 않았으며 사용한 비누의 양도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다만 비누 거품을 묻히고 있는 시간은 대장균 제거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확인됐다.

무엇보다 손을 씻을 때 사용하는 물의 온도에 따른 대장균 감소에 있어서 차이가 없었다.

손 씻을 때 온수 사용, ‘에너지 낭비’

연구에 참여한 도널트 샤프너 교수는 “손을 씻을 때 차가운 물을 사용하면 따뜻한 물을 쓸 때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기 때문에 이 연구는 에너지 절약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10초간 물로 손을 씻는 것만으로도 손에 있는 세균이 상당량 제거된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덧붙였다.

공동저자인 짐 아르보가스트 교수는 “비누 사용량이 균 제거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지만 손에서 특정 유해 세균을 제거하는 데 필요한 비누의 양과 종류를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국식품의약국(FDA)의 경우 식품 산업에 종사하는 자가 38도 이상의 온도로 손을 씻을 것을 지침으로 권고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로 많은 주에서는 FDA의 지침에 따르고 있다.

샤프너 교수는 “이 연구를 통해 정책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우리는 물을 데우는 데 필요하지 않은 수준으로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다”고 했다.

▲ 사진=이미지투데이

올바른 손씻기 Q&A

그렇다면 어떻게 손을 씻어야 피부에 해를 입히지 않고 세균을 제거할 수 있을까.

대한피부과학회 학술위원, 대한화장품의학회 재무이사 등을 역임하고 있는 한양대학교 구리병원 피부과 김정수 교수를 통해 알아봤다.

Q. 물의 온도가 세균 제거에 영향을 주나요?

A. 손 씻기에 있어서 물의 온도와 세균 제거는 연관 관계가 낮습니다.

흔한 피부 상재균이며 식중독과 피부 감염의 원인균인 포도상구균의 경우 증식 및 생존에 이상적인 온도는 37°C 이며 7-48°C 내에서 생존이 가능합니다.

특히 포도상구균이 생산하는 독소는 40~45°C 에서 최대로 발생합니다. 때문에 40°C 의 뜨거운 물에도 세균은 생존할 수 있으며 오히려 독소는 더욱 많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또한 뜨거운 물에 손을 씻으면 화상에 대한 위험이 증가합니다. 화상에 의한 피부손상은 개인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온도, 노출시간, 열의 종류 및 피부의 두께에 따라 결정됩니다. 일반적으로는 체온보다 높은 40°C 이상의 뜨거운 물은 피하는 게 좋습니다.

Q. 손 피부가 상하지 않게 손을 씻을 수 있는 물 온도는 몇 °C인가요?

A. 낮은 온도나 매우 높은 온도에서 손을 씻는다면 피부에 과도한 자극이 될 수 있습니다. 4°C, 20°C, 40°C 온도의 물로 손 씻기를 진행한 실험에 따르면 40°C의 경우 피부 수분 손실량이 증가하며 세정제에 의한 감수성이 증가해 더욱 쉽게 자극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따라서 실온과 비슷한, 약 20°C 정도의 물 온도가 손 씻기에 적당합니다.

Q. 손에 피부질환을 알고 있는 환자들, 예를 들어 아토피나 건선을 앓고 있다면 손 위생 관리시 특히 주의해야 할 점은 없을까요?

A. 피부질환이 있는 환자는 과도한 손씻기를 피하고, 보습제를 수시로 도포해 피부장벽을 회복시키는 것이 기본적인 관리에 해당합니다.

세정제의 기본적인 특성상, 세정제에는 필수적으로 기름에 친화력이 있는 계면활성제가 함유돼 있습니다.

과도하게 손 씻기를 하게 되면 세정제에 의해 피부 표면의 지방층이 제거돼 피부의 유연성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자연보습인자(natural moisturizing factor, NMF)가 물에 녹아 유출되게 됩니다.

그 결과 손이 건조해지고 심한 경우 건성 습진이 생길 수 있습니다. 또한 세정제 자체가 피부에 대한 자극 물질로 작용할 수 있어, 접촉피부염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 한양대구리병원 피부과 김정수 교수

특히 일반적으로 정상 피부에는 자극적이지 않은 세정제도 아토피피부염 등 피부의 장벽 기능이 손상된 상태에서는 자극 물질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연구에 의하면 알코올 성분이 함유된 손 세정제는 비누를 포함해 다른 성분의 세정제에 비해 피부 자극이나 건조증 유발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다만 알코올에 과민 반응이 있는 사람에 따라서는 접촉피부염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