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없이 피어오른 미세먼지가 대한민국의 하늘과 우리의 호흡기를 위협하고 있다. 영화 <인터스텔라> 속 먼지가 날리는 장면이 남 일 같지 않다. 사람들은 편하게 숨 쉴 자유조차 침해당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재앙 수준의 사태에 정부도 해결책을 분주하게 찾고 있다. 가장 먼저 공론화된 것은 경유차의 통행을 제한하는 방법이다. 경유 가격을 올린다, 2030년 경유차 운행을 금지한다 등 대책을 두고 갑론을박(甲論乙駁)이 벌어지고 있다. 서울시도 최근 노후 경유차의 사대문 안 진입을 제한하는 방법 등을 검토하기로 했다.

산업계는 물론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리고 있다. 경유차가 만드는 미세먼지 양이 많지 않다는 얘기부터 경유 가격을 올리지 말고 휘발유 가격을 내려야 한다는 의견까지 오간다.

미세먼지에 대한 원인 규명과 해결책 마련이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은 탓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실제 미세먼지의 주 원인으로 지목받고 있는 것은 중국발 먼지, 각종 발전소, 제조 산업 현장, 자동차(특히 경유차) 등으로 다양하다.

미세먼지 저감 대책에 경유차가 ‘1번 타깃’이 된 이유는 간단하다. 미세먼지 발생 원인 중 첫 번째로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서가 아니라, 가장 개혁이 쉬운 분야기 때문이다. 실효성 있는 제도가 있다면 조금이라도 미세먼지를 줄일 수 있다는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대다수 국민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데 실패했다는 점이다. 가격 부담이 더해질 경우 경유차를 모는 소상공인 등이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강력한 규제안을 꺼내들 경우 자동차·정유 업계 등에서 반발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감대 형성’이 부족해 나타난 현상으로 분석된다. 미세먼지 절감을 위해서는 대승적 차원에서 일부분 희생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부터 노후 경유차에 ‘폐차 지원금’을 지금하고 있지만, 이들의 신차 구매율이 예상보다 높지 않다는 점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2015년 폭스바겐이 ‘디젤 게이트’로 힘들었던 시기, 유독 국내에서 기록적인 판매 성과를 올린 적이 있었다. 환경에는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성능에 이상이 없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소비자가 몰린 것이다. 환경 문제에 우리가 얼마나 무감각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미세먼지의 심각성은 누구나 인식하고 있다. 다만 대책 마련을 위해서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경유차를 못 타게 하는 효율적인 규제를 고민하는 것보다, 국민들을 설득해 직접적인 행동을 유도하는 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