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일 벤처기업협회 주관으로 열린 농어촌벤처포럼.

농업 벤처들의 기업가정신과 관련해 전문가들의 토론회가 열렸다. 벤처기업협회가 31일(화) 주관한 농어촌벤처포럼(서울 서초구 양재동 AT센터 개최)에서는 영농법인, 농업기술정책 연구기관, 농업 마케팅 컨설팅 등의 전문가들이 모여 농업계의 글로벌화 및 ICT화로 인한 경쟁 환경에 대해 토의했다.

강용 한국농식품법인연합회 회장은 ‘4차산업혁명시대의 농업과 기업가정신’이라는 주제의 발표에서 자동화로 인한 소농(小農)들의 피해를 우려했다. 농업 분야에서 인간 노동을 대체하는 다양한 기술들이 개발되면서, 기술 채택에 별 부담이 없는 기업농 위주의 승자독식 체제가 탄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강 회장은 “조류 인플루엔자와 인공지능은 공교롭게도 둘 다 AI라는 영어 약자를 갖고 있다”며 “농민들의 삶을 고려하지 않은 기술 개발이 ‘통제 불가능한 인공지능-인플루엔자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동안 농업 첨단화 정책을 통해 강조된 기업화에 대한 소농들의 거부감을 대변하는 발표 골자였다.

남재작 농업기술화재단 실장은 ‘농산업 생태계 중심의 농업발전방향과 국내 농(벤처)기업 해외진출 전략’이라는 발표에서 지금껏 농업 경쟁력 강화 정책은 대체로 ‘농가 직접 지원과 산업 역량 강화를 동시에 꾀하는 대책에 집중됐다’고 언급했다. R&D 투자, 6차산업화 및 브랜드 정책, 생산자 조직화, 농업 보조금 등과 같은 농업 인프라 개량에 대부분의 정책이 집중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설탕, 쌀, 간장 등 주요 농식품의 인기 하락 추세로 추정되는 ‘홈푸드’(homefood) 비중 감소와 최근 10년 간 외식업 성장률 추세(10년 전 대비 70.7% 성장했으며 2014년 기준 식품/외식산업 규모 157조원)로 볼 때 농식품 환경은 계속 양분화 경향이 분석될 것으로 내다봤다.

또 강용 한국농식품법인연합회장의 발표 요지와 마찬가지로 “농업법인 1만2688개 중 글로벌 시장에 수출하는 기업들은 7970개에 불과하며 그 중 30억 이상 매출 기업은 전체의 11%에 불과하다”며 한계점을 지적했다. 그리고 농업 분야의 다나와, 다방과 같은 서비스가 탄생할 수 있는 혁신 생태계 재편과 농업용 기술(드론,빅데이터, 로봇, 스마트팜) 분야의 활성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용빈 개발마케팅연구소 소장은 ‘시장 중심의 ODA 접근 전략과 해외 진출 활용방안’이라는 요지의 발표에서 도요타(일본) 올람(싱가폴) 등 세계적 기업들이 아프리카 천연 비료 공장 및 스마트팜 인프라 등에 투자하는 상황을 언급하며 단순 원조 대상에서 새로운 생산 거점으로 개발도상국에 대한 관점을 전환할 필요가 있음을 지적했다. 특히 국제적으로 곡물 생산량이 부족한 상태에서 경작 가능한 농지가 가장 많이 남아 있는 지역이 아프리카임을 언급하며 농산물 생산/기술 분야 진출과 함께 에너지, 광물 자원 등에 대한 다각화도 가능해 장기적으로 기회가 많다고 이야기했다.

서윤정 농어촌벤처포럼 의장은 “시장과 산업의 관점에서 전세계적으로 한국 농업계에 열려 있는 기회들을 계속 소개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하면서 “앞으로 농기업 뿐만 아니라 ICT, 금융 등 다양한 산업의 조직들이 글로벌 농어업 시장에 관심을 돌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며 컨퍼런스의 의의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