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은 제조 강소기업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강력한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다. 당장 대만의 부품업체들이 공장을 멈춘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우리가 열광하는 아이폰은 출시되지 않을 것이며 완성차 업체들도 큰 고민에 빠질 것이다.

하지만 초연결 모바일 시대가 도래하며 상대적으로 제조 및 하드웨어에 대한 가치평가가 낮아지기 시작했다. 모두가 소프트웨어로 달려가며 제조업을 올드사업으로 치부하는 분위기도 만연하다. 이 지점에서 대만은, 그리고 컴퓨텍스는 기존 하드웨어 인프라에 초연결 모바일 생태계를 연결하는 방법론을 들고 나왔다. 그 접점은 스타트업이며, 컴퓨텍스와 대만 정부는 일종의 플랫폼으로 작동하며 글로벌 ICT 기업과의 접점을 찾고 있다.

문제는 ‘성공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과 ‘역량이 있는가’로 압축된다. 여기에는 디테일한 방법론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점도 배경으로 깔린다. 답은 어디에 있을까. 현재 대만에서 활동하고 있는 스타트업 squaredot의 야오 리 대표를 컴퓨텍스가 열리고 있는 이노벡스 전시관에서 만났다.

▲ 야오 리 대표.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야오 리 대표는 대만에서 하이엔드 칩을 설계하는 기업에서 일을 했으며, 회사가 IPO되자 새로운 기회를 찾아 독립한 케이스다. 현재 자신이 설립한 squaredot의 대표를 맡으며 주로 무선충전기술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그에게 자사의 강점을 물었다. 야오 리 대표는 “우리는 새로운 기술을 가지고 있다”며 “기존 무선충전기 제품과 비교해 더 먼 거리에서 더 빠르게 충전을 실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대 8cm 거리에서 무선충전을 제공할 수 있으며 테이블 밑에 기기를 설치하면 바로 위에서 충전을 할 수 있다고 부연하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시중에 나온 무선충전기가 말 그대로 선이 없을 뿐, 사실상 충전기에 기기를 정확히 접촉해야 구동되는 것을 고려하면 고무적인 기술력으로 보인다.

▲ 무선 충전기 odyssy.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현재 야오 리 대표는 싱가폴의 모 기업과 협력하고 있으며, 아직 협의단계에 머물러 있으나 한국의 대기업 대만 지사와 긴밀한 관계를 타진하고 있다고 부연하기도 했다.

그에게 대만에서 스타트업을 하면 좋은 점이 무엇인가 물었다. 야오 리 대표는 “강력한 하드웨어 인프라”라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대만은 반도체 공급체인이 전역에 퍼져있고, 또 끈끈하다”며 “제조업이 잘 발달되어 있기 때문에 제품 프로토 타입을 발주 2주만에 받아볼 수 있을 정도”라고 전했다. 당연히 제품 데모 테스트를 실시하기도 좋다.

이를 바탕으로 초연결 모바일 시대의 미래를 말하기도 했다. 야오 리 대표는 “제조업이 발달해 있기 때문에, 이를 매개로 소프트웨어 파워를 키우기에 좋은 환경이 구축되어 있다”며 “하드웨어에만 집중하면 상황이 어려워 질 수 있지만, 하드웨어가 ‘있으면’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더욱 강하게 키울 수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전했다.

그의 말은 엄연한 사실이다. 하드웨어라는 오프라인 인프라가 존재하면 이를 활용해 소프트웨어 파괴력을 배가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하드웨어에 천착하는 경우. 야오 리 대표는 “제조업이 강하고 강소기업이 발달한, 즉 스타트업이 뚜렷한 존재감을 발휘할 수 있는 대만은 항상 치열하게 공쟁하며 미래를 생각한다”며 “마음 편하게 천착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고 전했다. 같은 제조업 중심의 한국이 몇몇 대기업을 중심으로 경제가 운영되고 있다는 점과 묘한 대비를 이룬다. 스타트업 육성에 나서야 할 또 하나의 당위성을 찾는 느낌이다.

▲ 이노벡스를 찾은 제임스 황 타이트라 회장.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그렇다면 대만의 스타트업 환경은 어떨까. 야오 리 대표는 강력한 하드웨어 인프라의 존재를 거듭 강조한 후 정부의 발빠른 지원을 언급했다. 다만 단순한 지원이 아닌, 세분화된 방법론이 눈길을 끈다. 야오 리 대표는 “대만 정부는 스타트업을 지원할 경우 각 역할이 정해져 있다”며 “스타트업 제품의 프로토 타입 구현만 집중해서 지원하는 기관이 있는가 하면, 미국 실리콘밸리에도 센터가 있는 대만혁신창업센터(TIEC/台灣創新創業中心)는 북미 시장 진출만 전문적으로 돕는다. 또 SBIR 프로그램은 스타트업 투자를 전담하는 구조”라고 전했다.

즉 한 개의 정부 부처가 투자금부터 글로벌 진출, 제품 구현 등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 나눠서 전문적인 지원영역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컴퓨텍스와 같은 플랫폼은 야오 리 대표와 같은 스타트업 대표에게는 더욱 훌륭한 기회가 되기도 한다. 야오 리 대표는 “컴퓨텍스에 온 스타트업들은 많은 미디어의 관심을 받고 바이어들이 스스로 찾아오는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다”며 “몇 몇 대기업에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는 것이 아니라, 스타트업에 기회를 주는 대만 정부의 방향성이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물론 어려운 점도 있다. 야오 리 대표는 “스타트업 펀딩에 있어 여전히 어려운 것은 사실”이라며 “이 문제는 모든 스타트업들이 겪고 있는 공통의 문제”라고 전했다. 하지만 그는 “최근 정부가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해 강력한 정책을 펼 것이라고 전했기 때문에, 추후 상황이 좋아질 것”이라는 낙관론을 폈다.

그렇다면 야심차게 전개되고 있는 대만 스타트업 육성의 큰 그림에 대해, 실제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야오 리 대표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하드웨어 인프라에 소프트웨어 파워를 덧대어 글로벌 ICT 기업과의 시너지를 내는 한편, 그 중심에 스타트업을 세워 아시아의 창업 허브로 발전할 수 있을까?

▲ 이노벡스 현장.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우려 반, 기대 반이었다. 그는 “하드웨어에 천착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급변하는 IoT 생태계에 대만 스타트업이 갑자기 적응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대만 스타트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일종의 체계, 기준을 빨리 마련하는 한편 보안 취약에 대한 우려를 털어내고 확실한 비즈니스 모델을 세워야 할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야오 리 대표는 “우리도 업계 기준을 마련할 수 있는 핵심적인 기술 플랫폼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