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정부는 현재 강소기업 육성을 바탕으로 하드웨어 스타트업 인프라를 키우는 한편, 여기에 초연결 모바일 생태계를 연결해 글로벌 ICT 기업과의 협업을 노리고 있다. 이 지점에서 30일 열린 컴퓨텍스의 스타트업 전용관 이노벡스는 많은 스타트업이 글로벌 무대로 나아갈 수 있는 플랫폼으로 작동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디테일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현재 대만에서 3D 프린터인 T3D를 생산하고 있는 스타트업 대표 Yi-chun를 만났다.

Yi-chun 대표는 대학에서 3D 프린터를 전공하고 졸업 후 교수와 함께 공동으로 스타트업을 창립했다. 제조업 인프라의 최전선과 최신 ICT 기술의 교집합으로 불리는 3D 프린터 영역에서 힘 있게 사업을 전개하는 것이 목표다. 킥스타터 등을 통해 자신의 제품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한편, 이를 바탕으로 단기적 로드맵은 물론 중장기 로드맵까지 빠짐없이 세워 둔 부분이 눈길을 끈다.

현재 직원 숫자는 20명 수준이다.

▲ Yi-chun 대표 인터뷰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본격적인 인터뷰에 앞서 이노벡스 현장에서 Yi-chun 대표의 T3D 기기를 살펴보았다. 일반적인 3D 프린터와 달리 크기가 약간 작지만 정교한 작업이 인상적이다. 스마트폰과 태블릿으로 연동해 T3D를 구현하는 장면도 흥미롭다. Yi-chun 대표는 T3D의 강점을 묻는 질문에 “정교한 작품을 만들 수 있고 고체는 물론 액체로도 작업을 할 수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격은 타사 제품의 10% 수준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단기적으로는 치열한 경쟁을 뚫고 시장에서 살아남는 것이 목표지만, 중장기적으로는 3D 프린터 사업 전반에 공헌하고 싶다”며 “추후 제품을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추는 한편 모든 가정에 3D 프린터가 비치될 수 있는 날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드론 업체인 DJI가 ‘1가정 1드론’ 플랜을 가지고 있다면, Yi-chun 대표는 ‘1가정 1 3D프린터’ 플랜을 간직하고 있는 셈이다.

▲ T3D.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그에게 대만의 스타트업으로 활동하며 어떤 점이 긍정적인지 물었다. Yi-chun 대표는 질문이 끝나자 마자 “매우 작고 강한 기업들이 자유롭게 사업을 펼칠 수 있는 점이 중요하다”고 단언하며 “지원을 받고 있으나 규제가 없어 경영 운신의 폭을 크게 넓힐 수 있다”고 전했다. 심지어 그는 “규제가 제로(Zero)”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강소기업 중심의 경제 정책을 펼치는 한편 아시안 실리콘밸리를 비롯해 컴퓨텍스에서 이노벡스를 글로벌 플랫폼으로 활용하려는 대만 정부의 의지가 고스란히 묻어나는 순간이다.

그러나 대만 스타트업 생태계 예찬론을 펼치던 Yi-chun 대표가 갑자기 “하지만”이라는 사족을 붙였다. 그는 “사실 대만 정부의 스타트업 집중 육성은 체감하기로 2, 3년전부터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외부에서 보는 것처럼 체계적인 스타트업 육성 정책이 생각보다 오래전부터 작동했던 것은 아니라는 뜻. Yi-chun 대표는 “불과 2, 3년전 만해도 정부와 금융권은 규모가 있는 기업이나 부동산에 투자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했다”며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스타트업에 투자하려고 한 쪽은 거의 없었던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무엇이 지금의 대만 스타트업 지원 생태계를 만드는 계기가 되었을까? Yi-chun 대표는 뚜렷한 변곡점없이 자연스럽게 길을 찾는 과정에서 현재의 시스템이 구비된 것 같다고 밝혔다. Yi-chun 대표는 “대만 정부가 주도적으로 경제적 혁신을 추구하기 위해 스타트업에 시선을 집중하기 시작했고, 이후 철저한 지원정책과 함께 강력한 규제 철폐가 동시에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그는 “대만에서 스타트업을 운영할 때, 직원이 10명이어도 1명이어도 매우 자유롭게 사업을 전개할 수 있다”며 “아이디어만 있으면 강력한 지원을 바탕으로 꿈을 꿀 수 있는 체계적인 시스템이 있다는 뜻”이라고 전했다.

이견의 여지가 있지만 국가 주도의 강력한 발전 로드맵이 선행되고, 이후 규제를 거의 풀어낸 후속조치가 이어지며 지금의 대만 스타트업 생태계가 만들어졌다는 뜻으로 들린다. 다만 이를 한국의 상황에 대입하기에는 무리라는 평가도 나온다. 아시안 실리콘밸리 등의 프로젝트가 나올 수 있는 배경에는 강소기업을 우대하고 확실한 제조업 인프라를 통해 초연결 생태계를 연결하려는 시도가 전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Yi-chun 대표의 꿈을 물었다. 그는 “살아남는 것”이라며 “자유로운 경영활동을 벌이며 미래를 위해 달려가고 있지만, 일단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고 싶다”고 밝혔다.

▲ T3D로 만든 제품.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그의 멘트에는 자유로운 스타트업 생태계 이면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경쟁이 엿보인다. 강력한 지원과 치열한 생존싸움이 공존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산업의 발전과 규제의 강화를 두고 벌어지는 한국의 상황에도 나름의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