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융업계는 다양한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근본적 원인은 무엇일까. 혹자는 금융업 발전의 한계와 기술의 발전을 지목한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금융사와 거래하는 고객들의 인식이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니즈(Needs)가 없는 상황에서 변화한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한편, 인터넷전문은행, 로보어드바이저, 블록체인, 보험산업의 디지털화 등을 주변에서 쉽게 들을 수 있다. 그렇다면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이들은 기존 금융 메커니즘을 흔들고 있다는 것이다.

 

인터넷은행·로보어드바이저의 반격

올해 1분기 기준 스마트폰뱅킹 등록 고객 수는 7734만명으로 2016년 말 대비 3.6% 늘어났다. 이는 전체 인터넷뱅킹 등록 고객 수에서 무려 61.7%를 차지하는 수치다. 여기에 최근 100% 비대면 영업을 하는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가 가세하면서 인터넷뱅킹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먼저 출범한 케이뱅크는 우리은행(지분율 10%), GS리테일(10%), 한화생명(10%), 다날(10%), KT(8%), KG이니시스(10%) 등 다양한 업을 영위하는 기업들이 주요주주로 참여하면서 향후 영업전략에 대해 이목이 집중되기도 했다.

케이뱅크는 중금리 대출을 주력으로 한다. 신용등급 사각지대에 놓인 중신용등급자들이 상대적으로 저신용등급을 받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 것이다. 예를 들어, KT가 갖고 있는 빅데이터 분석 노하우를 통해 휴대폰 요금 등을 잘 납부하는 고객의 경우 대출금리를 낮춰주는 등 기존 은행의 고객 신용등급을 좀 더 정교화해 타깃팅한다.

아울러 100% 비대면 영업을 하는 만큼 인건비를 줄일 수 있어 고객에게 시중은행 대비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제공한다. 또, GS리테일과 우리은행에 설치된 ATM을 통해 각종 업무를 볼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전략이 주효했는지 케이뱅크의 인기금융 상품인 코드K정기예금은 출시 나흘 만에 400억원을 돌파했고, 출범 당시 목표로 삼았던 수신 5000억원, 여신 4000억원은 영업 2주 만에 각각 46%, 32.5%를 달성했다. 말 그대로 인터넷은행 돌풍의 주역이다.

그러나 이러한 돌풍은 기존 은행들에게 달갑지 않다. 우리은행(케이뱅크), 한국금융지주·KB금융(카카오뱅크)과 같이 인터넷은행에 주요주주로 참여한 금융사들은 비교적 안전하다고 볼 수 있겠지만 이 또한 인터넷은행의 성장성 이면에 자신들을 위협할 수 있다는 의식이 깔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즉, 인터넷은행의 등장은 정부의 지원과 진입장벽이라는 제한 아래 철밥통과 같았던 금융사들이 긴장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을 연출한다.

 

로보어드바이저는 핀테크 발전과 함께 로봇 알고리즘이 자산관리와 투자를 대신해주는 시대를 열었다. 과거 자산관리서비스는 고액 자산가의 전유물이었으나 기술의 발달로 업계에 새로운 바람이 분 것이다.

로보어드바이저는 저성장·저금리 시대가 지속되면서 목표 수익률 하락과 금융사들의 사업역량 강화 시도, 미국 베이비붐 세대 은퇴 등으로 노후 소득에 대한 관심이 증대함에 따라 그 수요가 증대되고 있다. 또 핀테크 발전이 채널 다양화 및 관리비용 절감을 통한 합리적 자산관리 서비스의 개발, 맞춤형 세금절감 서비스 등으로 인해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등은 로보어드바이저 전문업체들과 협력해 관련 상품 및 서비스를 내놓고 있거나 향후 선보일 예정이다. 이뿐만 아니라 미래에셋대우, 삼성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증권업계에서도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통해 종합 자산관리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각축을 벌이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단연 로보어드바이저의 역할이다.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통해 고객이 만족할 수 있는 수익률, 더 나아가 미래에는 절세 등의 효과를 보게 되고 또 이러한 긍정적 효과가 알려지게 되면 더 많은 고객들이 몰린다. 보다 명확히 말하면 은행 혹은 증권사의 ‘브랜드’는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로보어드바이저는 업체마다 알고리즘이 다르고 추구하는 목적도 다르다. 로보어드바이저의 목적이 자산배분에 있는지, 절세에 있는지 혹은 인생 전반에 걸친 자산설계에 있는지 여부에 따라 로보어드바이저는 물론 해당 업체의 성장경로도 달라지며 고객의 선택도 차별화된다는 점이 핵심이다.

즉, 로보어드바이저의 어떤 목적을 갖고 있는가에 따라 은행 혹은 증권사의 성장(고객 유입)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이는 앞서 인터넷은행이 기존 은행들을 위협하는 것과 같은 이치로 핀테크가 기존 금융의 ‘기득권’을 깨뜨리는 대표적인 사례가 될 수 있다.

실제 한 은행에서 로보어드바이저 상품을 가입한 고객은 “로보어드바이저 업체가 어떤 알고리즘을 사용하는지 알 수는 없지만 은행을 보고 해당 상품을 가입한 것은 아니”라며 “뉴스 보도 혹은 수익률을 확인할 수 있는 사이트를 통해 살펴보고 해당 로보어드바이저 업체에 대해 알아본 후 가입했다”고 말했다.

 

보험업계에 부는 디지털화

보험산업에서 인공지능(AI), 블록체인 등 핀테크 기술이 접목되면서 소비자 중심의 시장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소비자 개개인의 다양한 수요를 맞춰 상품 서비스를 제공하는 P2P보험이 활성화되고 헬스케어 등 일상생활 속 혜택 강화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보험사 입장에서도 언더라이팅(보험계약 인수심사) 강화와 더불어 로보어드바이저를 활용해 자산운용 효율을 높일 수 있다.

동부화재의 ‘smarT-UBI 자동차보험’ 상품은 출시 10개월 만에 계약이 3만5000여건을 돌파했다. UBI보험은 운전자의 운전 습관을 기반으로 보험료를 산정하는 상품이다. 주행기록장치, 혹은 내비게이션을 통해 기록된 주행기록이 안전운전으로 판명되면 보험료를 할인해준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보험료가 절감되고, 보험사는 상품 손해율이 낮아진다.

동부화재는 SK텔레콤의 T맵 ‘운전습관’ 서비스 이용에 동의한 개인 차보험 가입자가 신청할 수 있다. T맵을 켜고 주 500㎞ 이상 주행하고 안전운전 점수가 61점 이상이면 가입이 허용된다. 최대 10%의 보험료가 할인된다.

메리츠화재는 차량주행기록장치(ODD)를 통한 UBI보험 개발을 추진 중이다. ODD를 장착할 경우 추가 비용이 들지만, 좀 더 정확한 측정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손보사뿐만 아니라 생명보험사들도 생활 속에서의 핀테크 접목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교보생명은 종신보험 가입자들을 대상으로 ‘건강증진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스마트폰 앱을 통해 개인맞춤형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개인의 생활습관 관리와 만성질환 관리, 일상생활 관리 등 관리 프로그램과 더불어 심리 전문가가 고객을 직접 방문하는 ‘방문심리상담’도 가능하다.

AI‧블록체인 실제 도입 사례는

AI기술을 통해 효율성 높이기도 속속 도입되고 있다. 동부화재와 라이나생명은 기초적인 상담 서비스에 ‘챗봇’(Chatbot)을 도입하고 있다.

챗봇은 채팅을 통해 관련 업무상담을 해준다. 소비자들이 채팅방에 키워드를 입력하면 카테고리를 통해 상품 안내, 자주 하는 질문(FAQ), 가입 상품 안내 등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카카오톡 메신저를 통해 주로 제공된다.

로보어드바이저를 활용한 자산운용 효율성 높이기도 추진되고 있다. ING생명은 자사가 판매 중인 ‘(무)모으고키우는변액적립보험2.0’과 ‘(무)ING TwoXTwo 변액적립보험’의 운용사경쟁형 펀드라인업에 ‘자산배분R형’이라는 이름으로 로보어드바이저펀드를 각각 추가했다. 이 펀드의 수익률은 지난해 기준 2.48%로 같은 기간의 자산배분펀드 중 가장 양호한 성과를 보였다고 ING생명 측은 설명했다.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별도의 보험금 청구과정 없이 자동으로 보상이 제공되는 서비스도 개발 중에 있다. 블록체인은 거래내역 정보를 공동으로 검증하는 분산형 거래 시스템이다. 사용자가 송금거래를 요청하면 거래내역이 하나의 블록을 생성해 서로 연결된 네트워크상의 모든 사용자에게 블록을 전송하고, 각 사용자가 모두 전송된 블록을 승인한다. 결국 모든 거래 참여자가 거래내역을 공동관리함으로써 거래를 대조할 수 있어 데이터 위조를 방지할 수 있다.

보험산업에 적용될 경우 기본적으로 보험사들의 보안 비용 절감의 효과가 나타난다. 예를 들어 보험사와 병원, 환자 간의 블록체인 거래가 나타난다면 네트워크 보안과 환자 의료기록을 보호하면서도 의료비 산출과 청구 과정을 투명하게 공유하고 실시간으로 점검할 수 있게 된다. 특히 기존에는 보험금 지급 시 은행과 같이 공인된 제3자의 플랫폼을 이용해야 하지만 블록체인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보험료를 자동으로 산정하고 지급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산업과 연계해 시작부터 끝까지 보험사기를 예방할 수 있는 장점도 가진다. 예를 들어 다이아몬드 도난보험이 출시된다고 한다면, 다이아몬드 생산부터 인증, 추적되는 과정을 블록체인으로 모두 기록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보험사기를 위한 장부조작, 허위보고서 및 증명서 작성이 원천 봉쇄될 가능성이 크다.

글로벌 보험업계에서는 2016년 10월 5개 글로벌 재보험사 및 보험사가 참여하는 플록체인 보험산업 이너셔티브(B3i: Blockchain Insurance Industry Initiative)를 위한 컨소시엄이 형성됐다. 이 컨소시엄은 재보험사와 보험사 간 거래의 효율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블록체인 기술 연구가 목적이다. 올해 2월부터는 일본 동경해상을 포함한 10개의 보험사가 참여하기 시작했다.

국내의 경우는 생명‧손해보험협회가 관련 TF를 구성하고 활용방안에 대해 논의하는 단계다. 개별 업체로는 교보생명이 블록체인 기술 도입에 가장 적극적이다. 교보생명은 ‘사물인터넷(IoT) 활성화 기반조성 블록체인 시범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이를 통해 블록체인과 IoT 간편 인증기술을 활용해 보험계약자에게 실손보험금 등 소액보험금을 자동지급하는 서비스를 추진한다고 업체 측은 밝혔다.

지금까지는 보험금을 받기 위해 진료 후 병원비를 수납하고 각종 증빙서류를 발급받아 보험사를 방문해 청구서류를 제출하고, 보험사는 심사를 진행한 뒤 지급하는 등 복잡한 절차가 필요했다.

하지만 블록체인 기술에서는 소비자가 보험금을 별도로 청구하지 않아도 된다. 예를 들어 고객이 병원 진료를 받고 병원비를 수납하면 병원에서 보험계약자 확인을 통해 보험금 청구에 필요한 서류를 자동 발급한 후 보험사로 전송하면 보험사에서 보험금을 자동으로 고객에게 송금하는 방식이다.

황인창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블록체인을 활용하면 보험업 가치창출 프로세스 중 검증과 확인 절차가 단순화돼 효율성이 증가한다”면서 “새로운 사업모형 도출 측면에서는 사물인터넷 연계 보험과 더불어 마이크로보험(맞춤형 보험) 개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P2P보험으로 소비자 주도 시장 정착 가능

실제로 최근에는 소비자들이 직접 자신에게 필요한 보장과 서비스를 선택하고 보험사와 협상하는 단계인 P2P보험이 나타나고 있다.

P2P보험은 지난 2010년 독일의 프렌드슈랑스가 최초로 도입했으며 2014년 영국의 게바라, 2015년 미국의 레모네이드 등이 영업을 시작했다. 가장 먼저 시작한 프렌드슈랑스의 경우 주택보험, 개인배상책임보험, 법률비용보험 등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고 있으며 60여개의 보험사와 제휴관계를 맺고 있다.

P2P보험은 보험사와 소비자 간의 관계에서 소비자의 협상력이 높아진다는 장점이 있다. 예를 들어 소비자가 월보험료 500원 수준의 자전거보험을 원할 경우가 발생하면 보험사에 관련 상품을 요청할 수 있다. 만일 해당 상품이 보험사(원수사)에서는 1만명 이상 가입해야 수지타산이 맞을 경우 ‘크라우드 펀딩’ 방식으로 가입자를 모집하게 된다. 모집이 완료되면 보험상품을 계약하는 형태로 추진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스타트업 기업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인슈어테크 스타트업 ‘㈜두리’와 ‘L㎞S리미티드’는 각각 ‘다다익선’과 ‘인바이유’라는 브랜드를 통해 P2P보험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보험업법상 보험사가 보험을 판매해야 하기 때문에 완전한 개인 간 보험거래는 불가능한 상황”이라면서도 “소비자들이 직접 원수사에 보장범위 등을 요구할 수 있기 때문에 궁극적으로는 소비자 권익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렇듯 금융업계는 저금리·저성장, IT기술의 발전과 함께 고객의 니즈가 맞물리면서 다양한 변화를 보이고 있다. 그 중심에는 ‘비대면’에 점차 익숙해지는 소비자과 그물망처럼 엮인 네트워크 속에서 직접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네트워크 신뢰’는 커져가고 이는 기존 금융업의 판도에 변화를 줄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산업의 수직적 구조가 무너지고 수평의 형태도 재편되는 것이다. 즉, 미래 금융의 주인공은 소비자가 담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