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립문 영천시장 입구.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시장(市場)’은 지역주민의 소통공간입니다. 전통시장에는 그 지역의 사연이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서민들의 애환과 함께 희망이 묻어나는 곳입니다. 시장에 가면 그래서 살만하다고 합니다. 실의에 찬 분들도 시장에서 원기를 충전합니다. 생생한 서민들의 삶속에서 용기라는 힘을 얻습니다. 젊은이들이 보는 전통시장은 또 다른 의미입니다. 젊은 기자들이 직접 전통시장 순례를 시작합니다. 맛과 멋을 찾아가는 젊은 기자들의 시선을 멈추게 한 핫 플레이스를 담아보겠습니다.

수유마을시장에 이어 일곱번째로 찾아간 곳은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서대문 영천시장이다.

신비한 물(?)이 흐르는 터에 위치한 시장

독립문 영천시장(이하 영천시장)은 서울 서대문구 성산로 704(서대문구 영천동 268)에 위치한 전통시장이다. 영천시장은 서울지하철 3호선 독립문역, 5호선 서대문역에 인접해 있어 서울 중심부와 서부 사이의 교통, 거주의 요충지에 위치해 있다. 동네 이름이자 시장의 이름인 영천(靈泉)이라는 지명은 조선시대 때부터 내려온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서대문 안산(鞍山) 정상에 위치한 ‘악박골’ 약수터가 있던 데서 유래됐다. 악박골 약수는 위장병을 낫게 하는 등 악효가 있다 해서 신령(神靈)한 물이 흐르는 샘(川)이 있는 동네를 의미하는 영천으로 불리게 됐다.

▲ 출처= 영천시장 페이스북

현재의 상권이 형성된 것은 대략 1976년경으로 당시 성산대교가 개통되고 개천 복개공사가 시작되면서 인근 지역에 사람들이 모인 것에서 시작됐다. 시장이 열린 때부터 현재까지 영천시장의 대표 품목은 과일이나 야채 등인데, 여기에는 역사의 아픔이 담긴 사연이 있다. 

시장에 인접한 서대문 형무소에는 일제에 항거하던 수많은 독립투사들이 투옥되고, 모진 고문 끝에 사망하는 이들이 많았는데 영천동 지역에는 이들의 혼을 기리기 위한 무당집들이 많이 생겼다. 그래서 제(祭)를 위한 과일이나 음식들을 구매하는 수요들이 생기면서 영천동은 과일이나 먹거리에 특화된 지역이 됐고 현재의 영천시장도 그 특성을 이어받았다. 

역사의 흔적들이 남아있는 

영천동 인근은 유독 우리 역사와 관련한 곳들이 많이 있다. 소설가 박완서는 현재의 영천동과 인접한 서대문구 현저동의 판자촌에서 유년시절을 보냈으며 그의 자전적 소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의 주 배경은 현재의 영천동이다. 소설에서는 한국전쟁 당시 작가가 안산에 올라 피난으로 텅 빈 서울을 바라보는 장면에서 동네가 묘사된다. 

아울러 영천동 일대는 일제강점기였던 1941년 당시 연희전문학교(현재의 연세대학교)에 다녔던 시인 윤동주의 통학로였다. 인왕산 부근의 종로구 누상동에 있었던 지인인 소설가 김송의 집에서 하숙했던 윤동주 시인은 인왕산을 내려와 영천동을 지나 신촌의 학교로 통학했다. 그 외에는 우리민족의 아픔의 기록이 남아있는 서대문형무소 역사박물관, 독립문, 민족의 지도자 김구 선생의 마지막 안식처 경교장 등이 영천시장 근처에 인접해 있다.  

다양한 이벤트의 재미가 넘치는 시장 

영천시장은 전통시장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으면서도, 젊은 소비자들과의 소통을 의도한 다양한 이벤트들이 마련돼있다. 전통시장으로는 드물게 전용 페이스북 페이지(facebook.com /sijangyc)를 운영하고 있으며, 인근 지역주민들과 상인들의 교육 및 체험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문화 공간인 ‘시장지원센터Y'를 운영해 소비자들과 소통한다. 또한 영천시장 입구에 위치한 어린이공원에서 열리는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 ‘토요독립장터’에서는 시장 상인, 지역주민, 청년장사꾼들이 모이는 벼룩시장이 펼쳐진다.

장터에서는 수제 액세서리, 수공예품, 예술품 등 평소 시장에서는 판매되지 않는 제품들이 판매되며 지역 학교 동아리들의 버스킹 공연 등 문화 행사도 열린다. 아울러 영천시장의 상인들로 구성된 상인합창단을 운영하는 등 지역주민과 상인들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으로 시장의 활기를 발산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24일 영천시장과 청춘여가연구소와 함께 진행한 소셜기부경매파티 ‘X의유물’은 20~30대 청춘남녀들이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소셜다이닝 파티를 표방한 X의유물은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고 시장의 먹거리도 즐기고 기부도 하는 방식으로 진행돼 12월 24일 솔로인 남녀들이 모여 새로운 인연을 만나는 장이 되기도 했다. 

영천시장 핫 플레이스 원조떡볶이, 도시락 뷔페 두루두루 

▲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특히 옛날부터 다양하고 맛있는 먹거리로 유명한 영천시장에는 수많은 맛집들과 재미있는 장소들이 있다. 그 중에서도 영천시장에 오면 꼭 들려봐야 하는 장소로 꼽히는 곳은 분식점 ‘원조떡볶이’와 도시락 뷔페 ‘두루두루’가 있다. 

원조떡볶이는 영천시장 입구 A열 1호 점포로, 언뜻 보면 여느 전통시장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떡볶이 가게처럼 보이지만 일대에서는 소문난 맛집으로 잘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한 TV의 맛집 프로그램에서 소개되면서, 시장과 먼 지역에서 일부러 이 곳을 찾아오는 이들이 있을 정도로 이름값이 높아졌다. 그러나 메뉴의 가격은 전통시장의 점포답게 소박한 가격으로 책정돼있어 부담이 없다. 은근하게 달콤한 맛이 매력적인 떡볶이 국물에 노릇하게 튀겨진 튀김이나 꼬마김밥을 찍어 먹으면, 유년시절의 아련한 추억이 떠오르는 느낌이 온다.        

▲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떡볶이, 어묵, 튀김(3개), 계란, 김밥 모든 메뉴 1인분 2000원 

 

▲ 출처= 영천시장 페이스북

영천시장에는 시장의 먹거리들을 도시락에 담아서 먹을 수 있는 별도의 공간 도시락 뷔페 두루두루가 있다. `두루두루`는 영천시장 25개 점포가 참여하는 이벤트 공간으로 시장에서 음식 쿠폰을 구매하면 이 쿠폰으로 시장의 먹거리를 구입해 도시락 용기에 담을 수 있다. 용기를 채우면 시장에 마련된 두루두루에서 먹을 수 있다. 각종 반찬, 돈가스, 전, 분식 등 식사류에서부터 수제어묵, 빵, 옥수수 등 간식등 약 30여가지의 식품을 구매할 수 있다. 최근 두루두루에서는 홀로 식사를 즐기는 청춘남녀들을 모아 함께 식사를 나누고 담소를 나누는 ‘혼밥남녀’ 행사를 진행해 뜨거운 반응을 확인하기도 했다. 

 

▲ 영천시장 도시락뷔페 두루두루 출처= 영천시장 페이스북
▲두루두루에서 먹을 도시락을 채우기 위해 시장 먹거리를 구매하는 젊은 소비자들.  출처= 영천시장
▲ 두루두루 쿠폰.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두루두루 쿠폰 500원~1000원, 먹거리 가격 1000원~~3000원 선 

한 마디로 정리하면 영천시장은 역사와 문화의 조화로 숨 쉬는 재미있는 시장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