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알파고가 마지막 대국 상대로 중국인 바둑왕 커제(Ke Jie)를 상대로 삼은 이유는 더 이상 바둑게임에선 인간이 인공지능 상대가 아님을 선언하기 위한 마지막 절차였다. 커제는 작년에 이세돌-알파고 대전을 관전하면서 자신이라면 알파고를 제압할 수 있다고 큰소리를 쳤던 이력도 있고 실제로 대국을 신청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패기찬 도전에도 불구하고 그는 최근 치른 알파고와의 3차례 대국에서 알파고의 수준 높은 묘수들에 찬사들만 내뱉은 채 처참하게 불계패 당했다.

인공지능 알파고가 바둑을 시작한 지는 1년 반 정도의 기간에 불과하다. 이 짧은 기간 동안에 20년 이상 도를 닦아 온 인간 최고수들을 물리치는 성과를 거뒀다. 물론 알파고가 바둑을 둔 기간은 짧았어도 바둑계 인사들이 평생 경험한 대국 수를 모두 합친 것보다 더 많은 대국 경험을 쌓았다고 본다. 데미스 하사비스(Demis Hassabis)는 알파고를 바둑계에서 은퇴시킨다고 발표하면서 알파고끼리 대국한 50 게임의 기보를 공개하겠다고 했다. 아마도 알파고가 마지막으로 남길 이 기보들은 바둑 역사상 위대한 기보들이 될 것 같다. 알파고는 바둑 게임에서 인간의 능력을 대체했을 뿐만 아니라 한 차원 높은 경지의 게임법을 보여 준 공로가 있다. 많은 프로 기사들이 알파고의 온라인 게임을 보고 게임 방식을 바꿨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알파고 기보를 보면 정석이 따로 없다. 두 점 머리 맞기를 예사로 하고 3-3점을 선호하고 밭전(田)자와 날일(日)자를 잘 두고 상대방 돌에 붙이는 강수를 좋아하는 등 인간과는 다른 기풍을 보여줬다. 알파고가 게임의 묘수를 새롭게 제시함으로써 바둑의 발전에 큰 공로를 남겼다고 할 수 있다. 

 

인공지능은 효율성을 추구한다

인공지능의 판단 기준은 효율성에 있다고 본다. 목표가 주어지면 데이터와 알고리즘에 의거해서 시뮬레이션, 학습, 계산을 통해 목표에 이르는 가장 경제적이고 효과적인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인공지능이 신뢰할 만한 결론에 이르려면 충분한 데이터로 학습해야만 한다. 발생빈도가 낮은 가상의 조건이라면 시뮬레이션하고 발생 빈도가 높은 현상이라면 많은 측정 데이터를 확보해 학습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알파고 사례를 봐도 초기에는 인터넷 상에서 기보를 수집해서 학습을 했고 어느 수준 이상이 된 시점부터는 알파고끼리 대국을 벌여 가능한 모든 수를 시뮬레이션 해보는 학습과정을 거쳤다. 인공지능이 충분한 학습과정을 거쳤다고 가정하면 인간이 미처 생각하지 못하는 경지에 이르러 기발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음을 알파고 사례로부터 알 수 있다. 인공지능은 한 인간이 일생동안 경험해 보지 못할 경우의 수를 학습을 통해 습득할 수 있는 힘이 있다고 봐야 한다. 다만, 인공지능은 지극히 효율성만을 고려한 객관적 판단기준을 다루는 반면에 인간의 가치판단 기준은 지극히 주관적이며 가변적이란 점이 다르다. 인간이 의사 결정하는 경우엔 같은 문제라 해도 윤리나 규범 그리고 신념 같은 가치판단 기준이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사실 세상의 복잡한 일들은 바둑처럼 승패의 기준이 뚜렷하지가 않다. 인공지능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판단하는 길도 인간의 윤리적 판단이나 규범 그리고 사용자의 신념에 의하면 현실적으로 타당성이 없어 활용하지 못할 수 있다.  

예를 들면, 환자를 진단하는 알파고가 아무리 창의적인 묘수를 가르쳐 줘도 환자를 치료하는 주치의는 그 치료법의 진가를 체험해 보지 않고선 신뢰할 수가 없다. 환자를 치료하는 비법이라고 제시하는 방법이 조금이라도 상식을 벗어난 수라면 무턱대고 따르는 위험을 저지를 수가 없기 때문이다. 결국 인공지능이 해법을 제시한다고 해도 실제로 환자에게 적용할 치료법은 주치의의 상황 판단력, 윤리의식 그리고 가치기준에 따라서 결정될 수밖에 없다.

 

미래인재는 대학이 양성할 수 없다

 

앞으로 인공지능이 모든 영역에서 폭넓게 활용된다 해도 인간의 문제의식과 상황 판단력이 중요하다면 이런 자질과 역량을 갖춘 인재를 어떻게 교육하느냐가 중요한 관심사가 된다. 사실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기관들은 인공지능의 확산을 바라보면서 미래교육의 방향을 어떻게 설정해야 할지에 대해 깊은 고민에 빠져 있다. 교육이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는 높지만 현실은 바뀌지 않는다. 학부모들도 자녀의 미래를 걱정하지만 교육은 대학입시에서 승부가 난다고 굳게 믿고 있다. 좋은 대학을 입학하면 훌륭한 인재가 된다고 믿는다. 하지만 대학 스스로도 그렇게 믿지 않는다. 미래인재는 대학이 양성할 수 없다.

미래사회에서도 인재의 역량은 문제해결능력에 있다. 이런 역량은 다섯 가지 능력으로 이뤄진다. 첫째, 비판적 사고로 문제를 인지하고 정확하게 발굴해 내는 능력이다. 문제가 무엇인지 인지하지 못하면 세상을 바꾸거나 선도할 수가 없다. 둘째, 문제를 재정의 하고 세분할 줄 알아야 한다. 무슨 문제이든지 여러 가지 요소들이 결합되어 있기 때문에 가장 핵심이 되는 문제점을 여러 단계나 관점으로 분리해 내서 문제의 크기를 줄여줘야 해결책을 수립하기 쉽다. 문제를 다루는 능력은 훈련과 경험이 필요한 부분이다. 셋째, 창의적 발상을 해내는 능력이다. 남들이 미처 깨닫지 못한 가치를 발굴해내는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새로운 가치를 발굴하는 비범함이 필요하다. 이런 비범함은 원리를 이해하는 능력에서 나오며 동시에 독서 등을 통해 많은 사례를 섭렵해 본 경험이 크게 도움이 된다. 넷째, 의사소통능력이다. 문제를 파악해도 그 문제점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다. 문제점을 주변 사람들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풀어서 설명하고 설득하는 소통능력이 문제해결의 초석이 된다. 혼자만 문제라고 인식해선 문제를 해결 할 수가 없다. 이해관계자들이 모두 동의하는 상황이 만들어 져야 한다. 다섯째, 주변의 협력을 이끌어 내는 능력이다. 다른 사람과 함께 협력해서 문제를 풀어야 해결방안이 쉽게 마련된다. 아무리 작은 문제라도 혼자서 해결하기보다 함께 협력하여 해결하면 수혜의 폭이 넓어지고 착오가 줄어든다. 이런 문제해결능력은 학습력과 별로 연관성이 없다. 대학교육에서는 다루지도 않는다. 어릴 적부터 작은 시도들을 반복하면서 성공과 실패를 경험하면서 얻을 수 있는 생존 능력이기 때문이다.

 

미래 역량은 성장기의 생존능력에서 나온다

미래 인재가 갖춰야 할 품성이나 기질도 중요하다. 세상이 크게 변해도 낙담하지 않고 강인하게 대처하는 기질이 필요하다. 이는 일종의 사회성이라 할 수도 있는데 여섯 종류의 인성자질로 설명할 수 있다. 첫째는 호기심이다. 지적인 노화를 일으키는 가장 큰 질병이 ‘호기심 결핍증’이란 말이 있다. 호기심은 세상의 변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변화의 흐름을 잘 따르는 힘이다. 주변의 작은 변화조차도 예사로 보지 않는 관찰력과 그 변화가 몰고 올 원인과 결과를 되새김질 해보는 노력이 수반된다. 매사에 궁금해 하는 인성은 두뇌 활동을 항상 자극하며 창의적 발상을 하게 만든다. 둘째, 매사를 주도하는 인성이다. 같은 일을 해도 주도하려면 기획을 해야만 한다. 기획은 전후 상황을 새의 관점으로 살펴보고 목적지에 이르는 길을 찾아내는 힘이다. 매사를 기획해 보는 자세는 문제해결능력을 갖는 기본 자질이다. 셋째, 일관성과 도전정신이 중요하다. 목표를 세웠으면 최종 목표에 이를 때까지 장애물을 제거하고 어려움을 극복해 내겠다는 정신자세이다. 중간에 좌절하지 않고 목표를 수정하지 않는 고집이 필요하다. 넷째, 적응력이다. 카멜레온처럼 외부 변화에 민첩하게 적응하는 재주는 21세기 인재가 갖춰야 할 꼭 필요한 자질이다. 다섯째, 리더십이다.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하거나 모두가 힘을 모을 수 있는 뚜렷한 이득을 제시할 줄 아는 혜안이 필요하다. 보유한 자원을 배분하고 일의 순서를 정하는 등 동료들을 공감하게 만드는 인성이다. 여섯째로 과학과 문화에 대한 이해력이다. 기술변화를 이해하고 인간의 삶과 문화에 접목할 줄 아는 재주를 의미한다. 기술은 인간의 편의성을 높이는 도구라는 점을 제대로 이해하고 이를 활용할 줄 아는 재주를 가져야 한다. 이상에서 열거한 여섯 가지 인성 자질도 교과서 지식으로 깨우칠 수 없는 기질이며 어릴 적부터 가정과 학교에서 경험으로 체득하게 만드는 덕목들이다.

흔히 우리는 교육의 목표가 학력이라고 믿어 왔고 학력이 높으면 지력이 높고 지혜롭다고 믿는 경향이 있다. 좋은 대학을 나오면 성공한다고 믿었다. 학사, 석사, 그리고 박사 학위가 사회성공의 수단이라 믿었다. 훌륭한 인재가 되려면 학업성적이 좋아야 한다고 믿는다. 좋은 대학에 진학하려면 어릴 적부터 필답고사를 잘 치러야 한다. 필답고사를 잘 치르고자 2~3년 먼저 선행학습을 해둔다. 한 살이라도 더 어린 나이에 영어유치원 보내고 수학문제 풀이 과외를 한다. 선행학습을 해두면 동급생에 비해 내신 성적이 우수해진다. 학교 수업을 통해 인성을 가다듬고 사회적응력을 높여 줄 국어 사회 과학 교육도 그 내면의 철학이나 원리를 되새김질 할 실습활동을 생략한 채 문제풀이 패턴에 익숙해지는 훈련을 할뿐이다. 이 수업활동은 객관식 평가로 학생들의 서열을 매기고 대학입학 평가 자료로 활용할 뿐이다. 

하지만 세상이 바뀌게 된다. 앞으론 학교 교육이 달라진다. 지식을 암기하는데 주력 할 필요가 없어진다. 단답형 문제풀이는 인공지능에 맡기면 된다. 학교교육은 실습과 성과발표에 주력하게 된다. 학교는 토론훈련의 장소이고 친구들과 협력하는 문제해결실습장이 된다. 선행학습의 효과가 무뎌진다. 대학의 전공이 인생을 좌우하던 시절은 지났다. 세상의 변화가 너무도 급속하여 대학 재학 중에도 세상은 두세 번 바뀐다고 할 정도로 모든 여건이 급변한다. 세상이 원하는 전문성이 빠르게 변한다. 대학의 전공개념이 사라지고 업무능력 중심으로 평가받게 된다. 인공지능과 자신의 전문성을 융합해내는 능력이 돋보이게 된다. 인재는 실무역량에 따라서 판정된다. 평생 학습할 수밖에 없다. 인공지능은 빠른 학습의 도구이며 전문성을 특화시키는 협력수단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