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최대 ICT 박람회인 컴퓨텍스가 30일 시작되었습니다. 한 때 하드웨어 제품 라인업의 천국이었으나 초연결 모바일 시대가 시작된 후 방황했지만, 최근 컴퓨텍스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결합을 바탕으로 그 이상의 융합 방법론을 모색하는 일에 집중하는 분위기입니다. 엔비디아와 ARM, 마이크로소프트 및 AMD 등 글로벌 기업의 쇼가 펼쳐지는 가운데 가장 핵심 키워드는 이미 명확하게 드러나 있다는 뜻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매우 훌륭한 그림입니다. 물론 ‘이를 확실하게 성공시킬 수 있는 역량이 있는가?’라는 질문의 답은 성급하게 내릴 수 없으나, 최소한 컴퓨텍스가 무던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사실로 보입니다.

컴퓨텍스가 원하는 것은 자명합니다. 바로 글로벌 ICT 기업들이 대만의 스타트업과 연결되는 것. 부차적인 경제적 파급력은 이후의 문제로 차치하고 당장의 연결에 집중하는 뉘앙스가 강합니다. 이를 위한 방법론으로 기존 제조 및 하드웨어 인프라를 본연의 경쟁력으로 수렴하고 초연결 ICT 생태계를 빠르게 축적하는 겁니다. 그 선봉에 스타트업이 있으며, 글로벌 ICT 기업에 필요한 것을 제공할 수 있는 매력 포인트로 작동하는 것이지요.

생각해보면 29일 월터 예 타이트라 사장이 남긴 의미심장한 멘트가 이제 이해가 됩니다. 당시 월터 예 사장은 컴퓨텍스를 거대한 이커머스 플랫폼으로 비유했기 때문이에요. 무슨 뜻일까. 곰곰이 생각했지만 답을 얻기 어려웠습니다.

▲ 이노벡스.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하지만 이제 어렴풋이 알 것 같습니다. 컴퓨텍스, 그리고 이노벡스라는 무대를 일종의 플랫폼으로 삼아 자국의 강력한 스타트업을 글로벌 ICT 기업과 매칭시키는 것. 즉 하드웨어 경쟁력을 가진 스타트업에 초연결 DNA를 이식해 거대한 전쟁터를 종횡무진하는 글로벌 ICT 기업에 필요한 대상으로 만드는 겁니다.

이를 위한 대만 정부의 노력이 참 인상깊어요. 아시안 실리콘밸리의 거대한 틀 안에서 스타트업 육성 정책을 강력하게 펴고 있습니다. 물론 이노벡스 현장에서 만난 한 스타트업 대표는 “최근에야 간신히 정부의 지원 정책이 도움이 되는 것 같다”는 말을 남기기는 했으나, 상황이 어떻든 대만 정부는 스타트업을 활용해 자신들의 하드웨어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는 운용의 묘를 보여주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한국의 ICT 박람회와 차별성을 가지는 결정적 순간이기도 하지요.

컴퓨텍스는 계속 변신하려고 합니다. 역량의 문제는 차치해도, 나름의 비전은 분명히 있어 보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가, 한국 ICT 박람회에도 유의미한 인사이트를 남길 수 있는 날을 기다려 봅니다.

[IT여담은 취재 과정에서 알게 된 소소한 현실, 그리고 생각을 모으고 정리하는 자유로운 코너입니다. 기사로 쓰기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한 번은 곰곰이 생각해 볼 문제를 편안하게 풀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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