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트라(Taiwan External Trade Development Council, TAITRA)와 TCA(Taipei Computer Association, 타이베이컴퓨터협회)가 공동으로 주관하는 아시아 최대 ICT 박람회 컴퓨텍스가 30일 시작되는 가운데, 월터 예 타이트라 대표가 29일 한국 기자들과 만나 “제조업에 강한 곳에 스타트업 혁신이 있다”고 밝혀 눈길을 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는 한편, 이를 매개로 스타트업 발전의 필요충분조건이 완성된다는 논리다.

▲ 월터 예 사장. 출처=타이트라

컴퓨텍스, 스타트업 글로벌 플랫폼 될 것

지난해 컴퓨텍스는 30개국 이상에서 1602개 기업이 5000개 이상의 부스를 설치하는 등 나름의 성과를 거둔 바 있다. 178개국 4만여명의 관람객이 타이베이를 찾았으며 1800개 이상의 미디어가 집결했으며 150개 이상의 기조연설과 포럼이 진행되는 등, 큰 호평을 받았다.

올해도 컴퓨텍스는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 1600개 이상의 참가 업체가 5010개 이상의 부스를 마련하며 ‘글로벌 과학기술 생태계 구축’이라는 새로운 지향점을 바탕으로,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과 로보틱스, 혁신과 스타트업, 비즈니스 솔루션, IoT 애플리케이션, 게이밍(Gaming) 및 가상현실(Virtual Reality) 등 5개의 주제를 중심으로 삼아 나름의 존재감을 보여줄 계획이다.

월터 예 사장은 “이번 컴퓨텍스는 인공지능과 스타트업 육성이라는 키워드로 무장한 이노벡스에 집중했다”며 “엔비디아 등 세계 유수의 기업에서 핵심 인사들이 찾는 등 나름의 궤도에 올랐다고 본다”고 자평했다. 처음 신설되는 게이밍 및 VR 특별관을 통해 컴퓨텍스의 볼륨이 더욱 두터워진 대목도 긍정적으로 봤다.

인공지능 및 4차 산업혁명 인프라, 그리고 게이밍 등으로 무장한 컴퓨텍스에서 가장 핵심적으로 다뤄지는 대목은 어디일까. 월터 예 사장은 스타트업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대만 정부도 마찬가지지만, 타이트라도 스타트업 육성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며 “한국의 코트라가 한국의 스타트업 지원하는 것처럼, 우리도 최선을 다해 스타트업 육성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자신감에는 지난해와 비교해 더욱 풍성해진 이노벡스에 대한 자부심이 배어있다. 월터 예 사장은 “지난해 컴퓨텍스에 217개의 스타트업이 참여했고 올해는 270개의 글로벌 스타트업이 함께하게 됐다”며 “행사 전반에 거쳐 포럼이 증가하며 예산이 집중되는 경향이 있지만, 확실한 것은 이노벡스에 대한 예산 지원도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라고 부연했다.

최종 목표는 글로벌 진출이다. 월터 예 사장은 "컴퓨텍스는 물론 정부 차원의 지원을 바탕으로 우리 스타트업이 글로벌 기업과 협력해 나름의 가능성을 타진하도록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결론적으로 컴퓨텍스는 강력한 지원정책을 바탕으로 타이완 스타트업이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는, 일종의 플랫폼 역할을 자임하는 셈이다.

▲ 월터 예 사장.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답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에 있다

원래 컴퓨텍스는 하드웨어 제품을 중심으로 전개되던 박람회의 성격이 강했다. 하지만 초연결 모바일 시대가 도래하며 소프트웨어와 거리가 있던 컴퓨텍스의 기세가 다소 누구러진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그러자 위기감을 느낀 컴퓨텍스가 최근부터 초연결 및 모바일로의 변신을 꾀하며 급격한 방향선회를 시도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과연 성공적인 체질변화가 가능할까?

이견이 갈리는 대목이다. 한국처럼 제조업이 발달한 타이완이 어느날 갑자기 초연결 모바일 인프라에 집중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월터 예 사장은 재미있는 방법론을 꺼냈다. 그는 “한국처럼 타이완도 제조업이 강하기 때문에 갑자기 초연결 모바일 서비스로의 변신이 어렵다는 말이 나올 수 있다”면서도 “(역설적이지만) 강력한 제조업 경쟁력이 있기 때문에 새로운 초연결 모바일 서비스가 더욱 탄력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무슨 뜻일까. 월터 예 사장은 전통산업인 방직업 기업이 초연결 스마트 시스템을 장착해 올해 컴퓨텍스에 부스를 낸 사실을 언급하며 “제조업, 즉 하드웨어 인프라를 포기하지 않는 상태에서 이를 유지 및 발전시키는 한편 스마트홈, 스마트팩토리, 스마트메디컬 등을 동시에 추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중국의 인터넷 플러스, 스마트제조 2025 로드맵과 동일하다. 즉 기존에 강점을 보이는 제조업 인프라에 초연결 모바일 사용자 경험을 붙여 비약적인 생산성 강화를 노리는 방식이다. 월터 예 사장은 “기존 제조업, 즉 하드웨어 사업에 사물인터넷 솔루션을 적극적으로 차용, 이를 통해 산업의 혁신을 이루는 방향성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전략적 총론이 스타트업 부흥과 연결되면 막강한 파괴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 월터 예 사장의 주장이다. 그는 “컴퓨텍스에 참가하는 기업 중 애플에 부품을 제공할 수 있는 기업들이 별도의 관(아이스타일)을 꾸리는 대목이 대단히 중요하다”며 “하드웨어 경쟁력을 가진 스타트업은 이미 세계의 인정을 받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소프트웨어 사용자 경험을 연결하면 더욱 강력한 초연결 모바일 시대를 열어갈 수 있는 기회가 생길 수 있다”고 전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아이디어라는 점도 강조됐다.

물론 월터 예 사장의 주장은 강소기업이 우대받으며, 유능한 인력풀이 두텁고 정부 주도로 아시아실리콘밸리 개발부가 설립되는 등 타이완 특유의 스타트업 육성 정책이 힘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현재 국가 주도와 민간 주도의 갈림길에서 고민하고 있는 한국의 스타트업 육성 정책이 반면교사할 필요가 있다. ‘국가 주도로 가더라도 치밀한 전략과 합리적인 사회적 동의가 가능할까’ 혹은 ‘민간 주도로 갈 경우 어떤 전략으로 이미 존재하는 경제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의 답이 되어줄 수 있다는 뜻이다.

참고로 월터 예 사장은 아시아실리콘밸리 프로젝트를 힘있게 추진하고 있으며, 올해는 유능한 인재를 많이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관심을 모았던 타오위안 공항을 중심으로 하는 산업단지 설립은 약간 늦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월터 예 사장은 “지금 공항 주변에 고속철도가 들어오는 등 관련 인프라 개발 사업이 한창이다”며 “물류와 초연결, 그리고 스타트업이 융합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산업단지 설립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 월터 예 사장.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컴퓨텍스는 어디로 갈까?

하드웨어 일변도에서 탈피,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융합을 노리는 것이 컴퓨텍스의 핵심이다. 하지만 이러한 방향성은 미국의 CES나 유럽의 MWC도 함께 추구하는 방법론이기도 하다. 문제는 이러한 대형 박람회에 비해 타이트라가 보여줄 수 있는 규모의 경제가 다소 빈약하다는 점. 어떻게 활로를 찾을 수 있을까.

월터 예 사장은 강력한 제조업 인프라를 통해 초연결 모바일 경쟁력을 스타트업 육성으로 끌어내는 한편, 컴퓨텍스 특유의 본능을 키우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월터 예 사장은 “올해 컴퓨텍스에 참가한 기업 중 어플리케이션과 관련된 기업만 144곳에 달한다”며 “컴퓨텍스가 변화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전제했다.

중요한 것은 다음에 나온 말이다. 그는 “CES의 미국은 최근 자동차 경쟁력이 강조되고 있고, MWC의 유럽은 모바일 인프라를 화두로 잡고 있지만 컴퓨텍스의 타이완은 자동차와 모바일 사업이 강하지 않다”며 “다만 우리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초연결 인프라로 수렴해 솔루션을 제공하는 한편,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을 비롯해 게이밍 등 나름의 특화 포인트가 있다”고 강조했다.

각자의 박람회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정체성을 인정한 상태에서 아시아를 대표하는 융합 ICT 박람회가 되겠다는 뜻이다. 여기에 새로운 영역의 개척이 조건으로 붙는다. 월터 예 사장은 “ICT 및 전자기업만 컴퓨텍스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다”며 “아시아 위주의 특화된 박람회로 발전할 것”이라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월터 예 사장은 한국과의 협력을 강조하기도 했다. 연결고리는 스타트업이다. 그는 “오는 7월 한국의 코트라와 더 많은 제안을 가지고 논의를 할 예정”이라며 “한국과의 교류와 합작은 더욱 많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