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혁명이란 새로운 기술발전에 의해 경제체제 및 사회구조가 급격히 전면적으로 변하는 시기를 말한다. 증기기관 출현으로 시작된 1차 산업혁명, 전기의 발명으로 대량 생산이 가능해진 2차 산업혁명, 인터넷과 컴퓨터 등 IT 기술의 태동과 발전에 따른 3차 산업혁명을 거쳐 현재는 4차 산업혁명 시대로 불리고 있다.

그렇다면 4차 산업혁명은 어떤 ‘혁명’을 말하는 것일까. 우선 정보기술융합을 꼽을 수 있다. 물리적, 디지털적, 생물학적 공간의 경계가 결합하면서 사물인터넷(IoT), 로봇, 3D프린팅,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이 4차 산업혁명의 대표 산업으로 꼽힌다.

그러나 여전히 4차 산업혁명에 관한 의견은 분분하다. 회의적인 측의 주요 논리는 4차 산업혁명이 실체가 없고 기술 혁신이 성숙기에 이르렀을 때, 버블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1784년 시작된 1차 산업혁명은 1845년 철도 버블, 1870년 시작된 2차 산업혁명은 1927~1929년 주식 버블, 1969년 시작된 3차 산업혁명은 2000년대 초반 닷컴버블을 낳았다.

이수정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4차 산업혁명은 초기 단계임에도 불구하고 주도 기업의 주가가 이미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며 “이는 4차 산업혁명의 주요 기술들이 3차 지식정보 혁명의 연장선에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증시 어디쯤 와 있을까

4차 산업혁명에 대해 다양한 얘기가 나오는 만큼 실제로 4차 산업혁명이 어떤 방식으로 전개될지에 대해서도 불분명하다. 다만, 증시는 미래를 선반영한다는 점에서 이를 통해 힌트를 얻을 수 있을지 모른다.

이수정 연구원은 “버블의 절정이 다가올수록 글로벌 주가 흐름의 동조화 흐름이 강해진다”며 “닷컴버블 당시 나스닥 기술주 열풍이 세계 각국의 기술주 강세로 이어졌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또 하나의 특징은 업종별 강세 흐름이 반도체에서 시작해 인터넷 및 통신으로 이어진 후 바이오테크를 끝으로 종료됐는데 이번 4차 산업혁명도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바이오의 순으로 주가에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경기조정주가수익비율(CAPE)로 보면 현재 미국 주식의 밸류에이션은 30배로 1999년 12월 44.2배, 1929년 9월 32.5배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1929년 고점은 2차 산업혁명, 1999년 고점은 3차 산업혁명의 결과로 나타났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사안이다.

물론 CAPE 30배가 낮은 수준은 아니지만 닷컴버블 당시와 비교하면 1997년 수준이다. 나스닥 지수는 1995년 1000포인트, 1998년 2000포인트를 넘어 1999년 4000포인트를 돌파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현재 시장이 버블의 절정기라고 보기 어렵다.

한편, 버블 종료가 임박할수록 글로벌 증시가 동조화를 보이기 어려울 수 있다. 이는 기술 격차가 뚜렷한 때로 2000년 나스닥 바이오테크 지수는 3월 초까지 93% 폭등한 후 클린턴 대통령의 게놈 정보 무료 공개발언으로 급락했다. 하지만 같은 해 6월 유전자 지도 초안 공개로 수익성 악화 우려가 완화되자 재차 상승에 성공했다.

하지만 국내 바이오 주가는 기술 격차로 선진국과 동조화되지 않았다. 1999년 말부터 2000년 초에는 관련 종목의 주가가 무차별적으로 상승했지만 게놈 프로젝트 발표 이후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다.

국내 증시는 글로벌 증시를 선도하기보다 추종하는 경향이 있어 4차 산업혁명의 주가 반영은 이제 막 시작했을 가능성이 높다. 또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바이오 순으로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된다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의 코스피 증시 주도는 그 신호탄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최근 텐센트의 시가총액은 연일 최고치를 갱신하며 지난 5월 24일 기준 3329억달러(약 377조원)에 도달해 올해 들어서만 44% 상승했다. 텐센트뿐만 아니라 여타 글로벌 인터넷 플랫폼 기업들의 주가도 상승세를 지속하며 증시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 출처:한화투자증권

연초 대비 구글은 23%, 페이스북 29%, 바이두 17%, 아마존 30%의 상승률을 보이는 등 글로벌 대표기업들임을 증명하고 있다.

김소혜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인터넷 플랫폼 기업들의 랠리는 광고, 게임, SNS 등에서 나오는 ‘기존 사업’의 강한 성장세가 주요 원인은 아니라고 판단한다”며 “이들 업체가 향후 수익원으로 주목하고 있는 AI 관련 사업에 대한 기대가 반영된 것으로 올해 하반기 구체적인 사업 결과물들이 기업가치 상승을 지속할 수 있을지 여부의 가장 중요한 변수”라고 전했다.

2000년대 초반부터 지금까지 약 15년 동안 통신 인프라와 기기 발달로 가장 큰 수혜를 누린 업종은 인터넷 기업이다. 이들은 패러다임이 변하면서 그에 맞는 애플리케이션과 서비스를 내놓고 막대한 규모의 고객을 확보했다. 이러한 흐름은 AI 시대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일부 하드웨어 산업에서 패러다임 변화로 인해 새롭게 수혜를 입은 기업이 나타날 수 있으나 하드웨어 플랫폼은 범용화될수록 부가가치는 낮아진다. 반면, 인터넷 기업은 사용자의 다양한 데이터를 갖고 광고, 콘텐츠, 커머스 분야에서 획기적인 서비스를 내놓으면서 부가가치를 점점 키워나갈 전망이다.

 

플랫폼 경쟁, 네이버·카카오 주목… 블록체인과 시너지 기대

앞서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바이오의 순으로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언급을 한 바 있다. 아울러 최근 글로벌 인터넷 기업들이 플랫폼을 통해 고객을 확보하고 향후 AI시대에도 이러한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또 한국 증시는 글로벌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것이 아닌 추종한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 출처:미래에셋대우, 하이투자증권

이 분야에서 눈에 띄는 국내 기업은 네이버와 카카오 등의 인터넷 기업들이다. 네이버의 주가는 지난 3월 전고점인 90만원대를 돌파하지 못하고 80만원 이하로 하락한 이후 최근에는 85만원을 넘어서면서 전고점 탈환을 노리고 있다.

카카오는 지난 2014년 9월 10만원대 중반에서 지속적으로 하락해 올해 초 7만5000원대를 기록하는 등 부진을 면치 못했다. 하지만 올 초부터 상승 반전해 10만원대 탈환을 노리고 있다.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꼽히는 AI 플랫폼 경쟁에서는 선점효과가 크게 작용할 전망이다. 딥러닝과 같은 기계학습 방법에 기반을 둔 인공지능 플랫폼은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하며 성능이 발전하고 정교화된다. 즉, 특정 인공지능 플랫폼을 이용하는 애플리케이션과 사용자가 늘어날수록 빅데이터 증대와 함께 해당 플랫폼이 더욱 강력해지는 선순환 구조가 발생한다.

또 초연결사회의 구심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 블록체인 산업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역시 AI산업의 발전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점에서 국내 대표 블록체인 수혜주인 삼성SDS에 대한 성장기대감도 높은 상황이다. 삼성SDS의 주가는 지난 2014년 상장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했으나 지배구조개편 수혜 거품이 사라지고 실적개선이 가시화되면서 주가는 상승 반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