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하면서 ‘새로운 화폐의 등장’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반면, ‘버블’이라는 우려와 함께 P2P 방식의 비트코인은 화폐로 인정할 수 없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후자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는 ‘돈은 중앙은행이 찍어내는 것’이라는 현 시대의 화폐 시스템이다. 즉, 비트코인을 화폐로서 인정하고 보증할 기관이 없다는 것을 말한다.

기자도 중앙은행과 같은 기관이 없다는 점에서 비트코인의 미래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생각을 바꾸기 시작했다. 생각의 시작은 주류 경제학에 대한 비판으로부터 시작했다. ‘금리를 내리면 투자가 늘고 경제성장으로 이어진다’, ‘돈이 많아지면 화폐가치가 하락하고 실물자산 가격은 오른다’ 등의 논리를 거부한 것이다.

하지만 주류 경제학에 세뇌를 당했던 것인지 이러한 논리를 거부하는 것도, 반론에 대한 근거를 대는 것도 쉽지 않았다. 우선 머리를 ‘백지’로 만드는 것이 먼저란 생각이 들었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비트코인을 대했다. 그러자 이상한 상상을 하기 시작했다. 그 이상한 상상은 ‘비트코인이 모든 가치를 흡수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이 4조달러가 넘는 돈을 풀었지만 경기회복은 더디다. 이에 기존 금융시스템이 한계에 달한 것은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되기 시작했다. 이밖에도 주류 경제학으로 설명되지 않는 현상은 다양한 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비트코인이 모든 가치를 흡수하고 있다’는 표현은 현 화폐 시스템의 변화를 말한다. 정확히 말하면 가상화폐 시장의 확대며 기존 화폐 시스템이 축소된다는 의미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중앙화’의 힘이 약해지고 있음을 암시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세계 경기회복이 왜 더딘지 조금은 이해가 된다. 중앙은행의 힘이 약해지니 그 영향력도 제한적인 것이다. 그러나 이 또한 명쾌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가상화폐를 넘어 블록체인으로 이어지는 진정한 4차 산업혁명은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다. 특히 블록체인은 금융업뿐만 아니라 제조, 유통, 서비스 등 다양한 업종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 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기자는 진정한 산업의 변화는 금융의 변화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믿는 사람 중 하나다. 과거 산업혁명과 화폐 시스템 변화가 같이 이뤄졌던 것처럼 말이다. 이에 현재 비트코인 가격 상승은 4차 산업혁명에 맞춰 새로운 화폐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외침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누군가는 이러한 생각에 대해 비판할 수도 있다. 달게 받겠다. 다만, 생각의 전환이 다른 생각을 낳고 조금이나마 미래 사회에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